인식의 전환
인식의 전환
  • 이성훈 청주시 상당구 환경위생과 주무관
  • 승인 2020.02.27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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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이성훈 청주시 상당구 환경위생과 주무관
이성훈 청주시 상당구 환경위생과 주무관

 

우리는 ‘마음은 가볍게 양손은 무겁게’ 휴가를 떠나고 ‘마음은 무겁게 양손은 가볍게’ 돌아온다. 휴가철 뉴스를 보면 많은 인파가 모였음을 보여준 후 다음 장면의 대부분은 쓰레기가 가득한 모습이다. 피서객들이 방치하거나 버린 쓰레기를 치우기 위해 지방자치단체별로 노력하지만 처리하기가 쉽지 않다.
현재 버려지는 쓰레기는 음식물 쓰레기, 폐기물 쓰레기, 해양 쓰레기 등 참 다양하다. 우리 손을 떠난 대부분은 쓰레기가 된다. 우리가 버리는 이 많은 쓰레기는 시각적으로 불편할 뿐만 아니라 환경오염, 경제적 사회적 비용의 불필요한 증가 등 많은 문제를 야기한다.
2019년 기준 청주시가 민간에 위탁 처리한 생활폐기물은 2만 836t으로, 처리 비용만 47억 원에 달한다. 1인 가구 수 증가, 소비 패턴 변화가 쓰레기 증가의 주된 이유라고 분석되기도 하지만 단지 그것뿐만은 아닐 것이다.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각 지방자치단체에서는 많은 전문가와 함께 다양한 방법을 고안하고 있다. 시민의 관심을 이끌기 위해 색다른 캠페인을 개최하고, 업사이클 플리마켓을 통해 재활용품의 신세계를 보여주는 등 좋은 방법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다양하고 좋은 방법이 나옴에도 불구하고 쓰레기양이 줄지 않는 것을 보면 이 모든 것들을 단지 하나의 이벤트로 생각하고 본질적인 메시지는 잊어버리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가 쓰레기 줄이기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도 큰 의미가 있지만 그전에 해야 할 가장 중요한 것은 인식의 전환이다. 요즘 사람들은 트렌드에 민감해 굳이 필요 없는 물건도 남이 사니 나도 사야 한다는 생각을 갖는 경향이 있다. 목적 없이 구매하다 보니 버릴 때도 별다른 고민 없이 쉽게 버리게 된다.
음식도 마찬가지이다. 부족한 것보다는 넘치게 먹는 것에 익숙한 우리는 감당하지도 못할 양을 준비하고 남는 음식은 고스란히 버린다. 우리나라 음식물 쓰레기는 2019년 기준 하루에 1만 5903t이 발생하고, 1년간 음식물 수거·처리 비용으로만 1조 3000억 원이 든다. 엄청난 음식물 쓰레기 중 약 70%가 가정·소형 음식점에서 나온다. 이 비중은 풍족한 음식이 필요한 명절에는 더 높아진다.
법적으로 제재하고 쓰레기 처리 기술이 발전한다 할지라도 기본적인 배출량을 줄이지 못한다면 아무리 좋은 방법이 나오더라도 한계는 드러날 것이다.
인식의 전환이 필요한 때이다. ‘예전부터 그래왔으니까, 지금 시대가 그러니까 그래도 괜찮지’하는 잘못된 인식이 우리 사회를 병들게 하고 있다. 먹을 만큼만 준비하고 음식을 남겼을 때 환경에 어떠한 악영향을 끼칠 것인지 한 번만 더 생각해본다면 쓰레기 배출은 눈에 띄게 줄어들 것이다.
일을 벌이기는 쉬우나 수습하기는 어렵다. 마찬가지로 쓰레기를 만들기는 쉬우나 처리하기는 어렵다. 버릴 대로 다 버리고 처리는 국가적 차원에서 고민하라고 떠넘기는 것은 옳지 않다. 심각성을 깨닫고 인식이 변했으면 자신부터 실천해야 한다. 쓰레기를 줄여야 한다는 생각만으론 해결되지 않는다.
내가 만든 쓰레기는 내가 책임진다는 생각을 갖고 쓰레기 줄이는 습관을 평생습관으로 만든다면 국가적·지방자치단체 별로 추진하는 프로그램은 더욱 빛을 발하게 될 것이고 우리는 지금보다 더 쾌적한 환경에서 살아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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