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사건을 통해 기자는 성장한다
대형 사건을 통해 기자는 성장한다
  • 노영원 현대HCN충북방송 대표
  • 승인 2020.02.27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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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영원이 본 記者동네
노영원 현대HCN충북방송 대표
노영원 현대HCN충북방송 대표

 

# ‘코로나 19’ 사태가 전국을 휩쓸면서 현장에 투입되는 젊은 기자들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취재에 매달리고 있습니다.
식사도 거른 채 계단에 걸터앉아 빵으로 허기를 달래는 기자들의 모습은 이제 낯설지 않은 모습입니다.
방역당국 브리핑을 한 마디라도 놓치지 않기 위해 귀를 쫑긋 세우고 있지만 선배 기자들에게 좋은 소리보다 싫은 소리를 더 많이 들을 것입니다.
매일 부장과 데스크에게 쫓기고, 인터뷰가 싫다는 사람에게 통사정할 땐 서러움도 느끼게 됩니다.
특히 기사에 불만을 품은 독자 또는 시청자들로부터 ‘기레기’ 소리까지 듣게 된다면 그 고통은 더 커질 것입니다.
최근 중국 우한 교민들이 진천에 집단 수용될 당시 아파트단지와 공무원인재개발원이 멀리 떨어져 보이도록 일부러 촬영 구도를 조작했다는 항의를 받은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진천 주민들이 우한 교민 수용을 받아들이면서 이 같은 항의는 곧 수그러들었고, 기자들은 성숙한 주민들의 자세를 집중적으로 조명하는 ‘해피엔딩’으로 끝났습니다.
그러나 청주에서 ‘코로나 19’ 확진자가 발생할 당시 촬영된 차량으로 개인 정보가 유출됐다며 당사자가 반발하는 등 연일 크고 작은 항의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 지난 2015년 6월 메르스(중동 호흡기 증후군) 환자가 옥천의 한 병원을 방문해 한바탕 난리가 난 적이 있습니다.
지금은 종합편성채널로 자리를 옮긴 A기자가 그 당시 옥천 현장을 취재하다 접근 금지선을 넘었습니다.
뒤늦게 이 사실을 파악한 뒤 곧바로 ‘자가 격리’ 조치를 취했고 이튿날 A기자를 찾아가 라면과 휴지 등 생필품을 전달했습니다.
제가 A기자에게 “왜 환자와 접촉하지 말라는 선을 넘었냐?”고 묻자 “옆에 있는 방송사 기자가 영상을 담기 위해 들어가는 모습을 보고 어쩔 수 없었다”고 답변했습니다.
A기자의 경우 메르스에 감염될 걱정보다 타 방송사 저녁 뉴스에 옥천 메르스 관련 영상이 방송되면 혼날 것이 더 두려웠던 것 같습니다.
A기자는 ‘자가격리’ 1주일 동안 별다른 이상이 없어 다시 출근했고, 옥천 취재가 평생에 남을 추억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 제가 겪은 대형 사건 중 가장 기억에 남은 것은 지난 2003년 여름을 뜨겁게 달궜던 ‘양길승 몰카’ 사건입니다.
한 달 내내 전국 단위 일간지 1면에 빠지지 않고 나온 충북 관련 사건은 이 사건이 유일할 것입니다.
현직 검사가 몰래카메라 촬영 범인이라는 자체가 충격이었고 ‘진실게임’ 양상으로 번지면서 국정감사까지 이어졌습니다.
노무현 정부 초반에 불거진 ‘양길승 몰카’ 사건은 청주 키스나이트클럽을 전국적인 명소로 만드는 등 숱한 후일담을 낳았습니다.
이 사건을 겪은 뒤 어지간한 대형 사건은 크게 느껴지지 않는 것을 보면 ‘대형 사건을 통해 기자는 성장한다’는 말이 틀리지 않는 것 같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코로나 19’ 사태로 취재 현장에서 서러움을 곱씹으며 밥도 제대로 못 먹는 젊은 기자들에게 “이(번 사태) 또한 지나가리라”는 위로를 보냅니다./현대HCN충북방송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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