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이 두려운 시대의 도래
만남이 두려운 시대의 도래
  • 연지민 기자
  • 승인 2020.02.24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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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연지민 부국장
연지민 부국장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면서 모든 활동이 위축되고 있다. 차들로 가득했던 거리는 오후로 접어들면서 한산해진다. 마스크를 착용한 사람들로 가득하고, 이동하는 것 자체가 공연히 눈치가 보이고 부담스럽다.

휑한 도시의 모습에 `빨리빨리'를 외치던 한국의 시계가 과거의 어느 시점에 멈춰 서 있는 것 아닌가 싶어지기도 한다. 그렇게 코로나19가 가져온 여파는 중국을 흔들고, 한국을 흔들고, 세계를 흔들고 있다.

사람이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아니 사람과의 만남이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어디에서 어떻게 전염될지 모르는 코로나19가 되면서 누구 여하를 막론하고 만남 그 자체가 두려워지기 시작한 것이다.

최근 모 도시가 코로나19 확산의 진원지로 부상하면서 그 지역을 회피하는 경우가 생겼다. 인력 수급도 그 도시민들을 거절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고, 상대방의 동선을 확인하며 00에 갔다 온 것 아니냐는 질문도 스스럼없이 건넨다. 불특정인의 전염 가능성이 사람과의 만남을 꺼리게 하고 있음이다.

죽음의 공포와 불안은 만남이라는 일상을 급속히 변화시키고 있다. 꼭 필요한 볼 일이 아니면 가능한 한 만나지 않고 해결하는 방안으로 처리한다. 안부를 묻거나 일을 처리하는 것도 인터넷 강국답게 SNS로 처리한다. 당장 출·퇴근 시간이 달라지고, 소비 대부분도 비대면으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

현재의 일상변화는 코로나19가 잠잠해질 때까지 한정적이겠지만, 넷을 기반으로 한 4차 산업혁명이 바이러스 사태 때문에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특히 사람과 사람의 만남이 두려운 시대가 되면서 비대면의 시대의 도래는 더 앞당겨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의 비대면 계좌 개설처럼 모든 분야에서 비대면이 일상화 될 것은 분명하다. 코로나19가 가져온 일상의 변화는 가까운 미래에 일어날 또 다른 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접촉을 기피하면서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접속은 이미 우리의 일상이 된 지 오래다. 사람에서 기계로 바뀐 접속은 이제 사람이 아닌 인공지능과의 접속이 대세인 시대로 접어들었다.

소비자들의 성향에 민감한 기업들은 발 빠르게 언택트 서비스를 넓혀가고 있다. 언택트 서비스란 `접촉을 하지 않는다'는 의미의 언택트(Untact)를 내포한다. 로봇과 인공지능이 도입되는 4차 산업혁명시대에 그들이 언택트 서비스의 주인공이 될 것이다.

언택트 서비스를 이용하는 계층은 주로 20대와 30대였다. 손가락 하나로 예약하고, 주문하면서 모든 것을 해결하는 이들은 비대면을 선호하는 계층으로 분류되었었다. 하지만 바이러스에 대한 공포가 확산되면서 특정 계층에 한정하지 않고 모든 계층이 언택트 서비스를 희망하고 이용하게 될 것은 시간문제다. 청소하는 로봇, 카페에서 음식을 배달하는 로봇, 인공지능이 하는 `챗봇'의 상담, 환자를 간호하는 로봇 등이 바이러스 공포로 인해 일상화가 훨씬 빨라질 것이다.

코로나19로 2013년에 출간된 소설 `28'과 같은 해 개봉된 영화 `감기'가 새삼 화제다. 소설과 영화 두 장르가 모두 사상 최악의 전례 없는 바이러스가 대한민국을 덮친다는 이야기로 코로나19와 유사한 상황으로 전개되기 때문이다. 발표 당시 소설과 영화에 그칠 것으로 여겼던 비현실적인 상황이 7년 만에 현실로 나타나면서 경각심을 주고 있다. 소설과 영화 속 해피엔딩을 장담할 수 없지만, 사람과의 사람의 만남이 두려운 시대의 도래를 준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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