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기다리며
봄을 기다리며
  • 김순남 수필가
  • 승인 2020.02.24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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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김순남 수필가
김순남 수필가

 

바깥은 흐린 세상이다. 이월의 막바지 이때쯤이면 졸업을 마치고 또는 한 학년을 마치고 삼월, 새로운 출발을 위해 다소 마음이 들뜨기도 하고 새롭게 쓸 물품을 장만하고 새 학년 새 학기를 부푼 마음으로 기다릴 때이다. 집을 떠나 혼자 객지에 둥지를 틀기도 하며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가는 긴장감으로 부모나 자식이 더욱 애틋한 시간을 보낼 때이다.

온종일 미세먼지 나쁨이다. 공기가 탁하다는 말은 대도시에서만 있는 줄 알았다. 몇 년 전만 해도 우리 지역은 청정 지역이라며 지구온난화니 공기오염이니 그리 심각함을 느끼지 못했었다. 이즈음엔 봄이면 맑은 날보다 미세먼지나 황사바람 불어오는 혼탁한 날씨를 자주 접하게 된다. 이미 오래전부터 예고했던 환경오염을 이제는 피부로 직접 느끼고 있으니 누구를 탓할 수도 없다.

날씨도 날씨려니와 지금 위급한 건 `코로나19' 전염병이다. 처음 중국에서 발병이 시작돼 두 달여 만에 전 세계를 위협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처음에는 관리가 잘되는 듯했지만 며칠 전부터 우후죽순처럼 전국에 감염자가 증폭돼 전 국민을 불안에 떨게 한다. 전염병 확산을 막기 위해 모든 행사가 취소되고 모임도 당분간 쉬어가자고 메시지가 전해온다,

졸업식 풍경도 달라졌다. 일전에 아파트 현관에서 만난 이웃은 아들이 중학교졸업을 하는 날인데 참석을 못해 섭섭하다고 했다. 어찌 섭섭지 않겠는가. 졸업식이란 별거 아닌 것 같아도 졸업식 날은 왠지 아침부터 마음이 설레지 않던가. 부모님과 식장에 참석하고 꽃다발 안고 가족들과 기념사진을 촬영한 다음 중국집에서 자장면 한 그릇씩 먹고 집으로 오는 소소한 일들이 오래도록 추억으로 남으니 말이다.

난감한 일이다. 지인의 혼사가 다음 주말에 있는데 참석을 해야 할지 걱정이 앞선다. 이제 20개월 손녀를 틈틈이 봐주는 나로서는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다. 이미 몇 달 전부터 아들의 예식장을 잡고 손님들 식사를 예약했을 터인데 식장이 썰렁하도록 참석을 안 한다면 혼주가 얼마나 난감하고 섭섭하겠는가. 물론, 혼주도 지금의 상황을 십분 이해는 하겠지만 그래도 마음이 편하지 않다.

온 국민이 노력할 일이다. 질병관리본부에서도 브리핑을 통해 호소하고 있다. 본인 자신과 가족을 위하고 내가 만나는 소중한 이들을 위해 `코로나19 예방수칙'을 잘 지키고 많은 사람이 모이는 장소에는 가급적 참여를 자제해 달라고 전 국민에게 당부한다. 개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은 이 위기를 잘 넘길 수 있도록 예방수칙을 잘 따르는 것밖에 없지 않은가.

베란다에는 어느새 꽃들이 화사하게 피었다. 이미 봄은 우리 가까이 와있지만 바깥세상은 아직 춥고 혼탁한 바람이 세차게 불고 있는 듯하다. 계절이야 기다리다 보면 저절로 오고 가지만, 우리가 겪는 이 어두운 계절은 많은 인내와 노력을 기울여야 비로소 환한 봄을 마주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흐린 세상 잘 건너고 따뜻한 우리의 봄날을 기쁘게 맞이하는 그날을 손꼽아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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