솜방망이 코로나 처벌법
솜방망이 코로나 처벌법
  • 이재경 기자
  • 승인 2020.02.24 19: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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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이재경 국장(천안)
이재경 국장(천안)

 

`곧 진정되겠지'하며 바랬던 소박한 기대가 물거품처럼 꺼진 주말이었다.

지난 금요일부터 시작된 코로나19의 확산 소식은 판데믹을 우려할 정도로 패닉을 몰고 왔다. 대구, 경북 지역에서 확진자수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청정지역으로 분류됐던 충청권에도 충남 계룡과 세종, 대전, 청주, 증평에서 확진자가 발생, 지역 주민들을 걱정하게 하고 있다. 첫 확진자 발생 후 한동안 서울, 경기 등 수도권 지역에서 머물던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지난 한 주간 전국을 쓰나미처럼 덮친 모양새다. 대구의 특정 종교 집회 장소가 슈퍼 진원지가 되어 전국을 불안에 떨게 하고 있다.

국민을 더욱 불안하게 하는 것은 코로나19를 대하는 확진자(또는 감염 검사 대상자)들의 자세다. 보도에 따르면 31번 확진자 A씨는 지난 7일 병원에 입원한 후 코로나19 증세가 나타나자 의료진으로부터 코로나19 검사가 가능한 다른 병원으로 전원할 것을 권유받았다.

하지만, 그는 권유를 거부했고 입원 중인 상태에서 9일, 16일 대구 신천지 교회에 나가 두 차례나 예배에 참석했다. 15일엔 호텔 결혼식에 참석해 식사까지 하고 병원에 돌아왔다. 이날 병원에서 CT(컴퓨터단층촬영) 검사를 하던 중 폐렴 증세가 확인돼 재차 코로나19 검사를 종용받았으나 또 거부했다. A씨는 17일 병원에서 퇴원한 뒤 대구 수성구 보건소를 찾아 검사를 받고 다음날인 18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처음 징후가 나타난 뒤 의사들의 권고도 무시하고 무려 10일이나 지나서야 검사를 받은 것이다.

이러는 사이 그는 슈퍼 전파자가 되어 버렸다. 병원과 교회는 물론 입원 중에 외출해 방문했던 호텔 식사 자리에서도 타인을 감염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대전에서 첫 확진자로 판정을 받은 B씨도 슈퍼전파자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그는 지난 18일 열이 나자 해열제를 사먹은 노래방, 마트, PC방, 상가 등을 방문했다. 이후 21일 보건소에서 코로나19 검사를 받았는데 자가격리 통보를 받고도 검사 중에 아울렛과 우체국 등을 방문한 것으로 확인됐다.

코로나19 의심 증세가 있는 상황에서 의사의 권고를 받고도 검사를 거부한 A씨. 자가 격리 통보를 받고도 격리 기본 수칙을 지키지 않고 다중 이용 장소를 방문한 B씨. 이들뿐만이 아니다.

광주에서 코로나19 의심환자 행세를 해 지역사회를 발칵 뒤집히게 한 C씨, 병원에서 엄마에게 간 이식을 해주기전에 자신이 신천지 교도라는 사실을 숨겨 의료진들을 감염케 한 한 확진자 D씨. 잇따라 황당한 뉴스가 보도되자 온라인상에서는 이들을 향한 비난의 화살이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가 감염병 검사 거부나 격리 수칙을 위반한 사람들의 처벌을 강화하는 이른바 `코로나 3법(감염병 예방법, 검역법, 의료법)' 개정안을 지난 20일 통과시켰다. 의심 환자가 검사를 거부할 때 최고 300만원의 벌금을 물리게 하고 격리 조치를 위반할 경우 1년 이상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는 것이 골자다.

하지만 국민 건강에 위해를 주는 사안에 대해 처벌 기준이 지나치게 관대하다는 게 여론의 지적이다. 이미 코로나 19 의심 환자가 자가격리 조치를 위반하고 무단 이탈했을 경우 30만 대만달러(1190만원)의 벌금을 물리고 있던 대만은 엊그제 행정원 회의에서 기존 벌금의 3.3배인 100만 대만달러(3900만원)를 부과하도록 처벌을 강화했다. 우리에 비해 13배나 처벌 강도가 세다. 그렇다면, 새 개정안이 필요한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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