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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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덕현 논설실장
  • 승인 2007.05.08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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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택이냐 심대평이냐
본인에게는 안 된 얘기이지만 정운찬의 중도하차는 이미 예견된 것이다. 처음부터 그는 정권과 권력의 냉정한 투쟁성이나 이전투구에 적합하지 않았다. 오픈 프라이머리의 불쏘시개는 되지 않겠다던 그의 공언은 결국 불쏘시개는커녕 스스로 불씨조차 제대로 한번 살리지 못하고 퇴장함으로써 아예 공허하게 됐다.

정운찬의 대선 불출마 선언은 어쨌든 충청인들에겐 상실감으로 다가 온다. 한국 정치의 망국병인 지역주의나 지역감정의 발로가 아니라 한명의 촉망받는 인사가 무대 위로 올라서느냐 못하느냐의 기로에서 그만 좌절한 데 따른 아쉬움의 표현인 것이다. 아닌게 아니라 정운찬의 퇴장은 곧바로 지역에 다른 화두를 던졌다. 충청권의 향후 대표주자가 과연 누구냐는 물음이다.

이와 관련해선 당장 두 사람의 이름이 떠오른다. 충남의 심대평과 충북의 정우택이다. 정치의 관록으로만 치자면 청양 출신 이해찬이나, 그 외 다선 의원들의 중량감이 더 클 수 도 있다. 하지만 국민들은 이미 검증된 인물보다는 가능성과 비전의 전제하에 새 인물을 추구하는 경향이 짙다. 바로 이런 점에서 정우택과 심대평은 앞으로 충청인들에게 끊임없이 비교 평가받으며 여론에 오를 수 밖에 없다.

흥미로운 것은 두 사람 모두 스스로가 충청권의 대표주자를 자임한다는 것이다. 정우택 충북도지사는 17대 총선실패 후 지난해 5월 충북도지사를 꿰차는 순간부터 모종()의 뜻을 길들여 왔고, 심대평 전 충남지사 역시 지난 4·15보선 이후 유독 충청권 대망론을 강조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이들은 동시대에, 그것도 비슷하게 정치적 좌절을 딛고 비로소 큰 그림을 구체화시키고 있다. 심대평이 대전 서구을에서 금배지를 단 것은 일견 다 쓰러져가는 국민중심당에 기사회생의 계기를 마련해 줬지만, 궁극적으론 본인의 입지를 구축한 결정적 단초가 됐다. 만약 그가 4·25 보선에서 낙선했다면 자칫 정치적 낭인으로 전락할 개연성도 많았다.

어찌보면 심대평은 정치인이 필요충분조건으로 갖춰야 할 요건을 겸비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바로 앞에서 지적한 투쟁성이다. 권력이나 정권이 어느날 호박 굴러오듯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면 본인의 정치적 이념을 전파하고 세를 구축해 가는 이 투쟁성이야말로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고건과 정운찬은 그들 스스로가 고백했듯이 바로 이런 점에서 한계를 노출했다. 때문에 지금 심대평이 주창하는 '충청대망론'은 권력의 향수에 허덕이며 갈피를 못잡는 열린우리당이나 혹은 넘치는 힘을 주체못하고 미몽에서 헤매는 한나라당의 정권욕과는 분명 바른 시각에서 해석할 필요가 있다.

정치인에서 행정가로 변신한 정우택지사는 이미 충청권 대표주자로 굳혀가는 데 부족함이 없다. 그가 굳이 속내를 비추지 않더라도 지금까지의 정치 역정이나 전후과정에 천착하면 앞으로 어떤 행보가 예상되는지는 쉽게 가늠할 수 있다. 다만, 지금부터는 명실상부한 전국구 인물로 부상하기 위한 본인의 자기관리가 특히 중요하다. 일반인들의 평가에 있어 정우택 지사의 가장 큰 장점은 이미 여론화 된대로 정치와 행정을 겸비한 성공적 역정을 밟아 왔고, 앞으로도 이를 대내외에 과시할 계기가 보장돼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임기 1년을 맞이하는 그가 충청도민들에게 어떤 감정으로 다가오는지를 이젠 구체적으로 헤아릴 필요가 있다. 최근 논란을 빚었던 각종 시위와 관련 정무부지사의 역할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정 지사의 적극적인 접근과 인식을 요구하는 이유도 이런데 있다. 정무부지사는 그 직책에 걸맞는 역할을 해야한다는 게 중론이고 이런 논란에 정 지사의 결기와 소신이 원칙과 상식에 근거하기를 기대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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