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당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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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반영호 시인
  • 승인 2020.02.20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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時 論
반영호 시인
반영호 시인

 

얼마 전 청주에 갈 일이 생겼다. 늘 음성에서만 운전을 했지 타지까지 가본 경험이 없는 나로서는 여간 걱정이 되는 일이 아니다. 평소 사업관계로는 아들 며느리가 다녔고 모임 등은 지인들의 차량에 동승해 갔었음으로 운전할 일이 없었는데 이번엔 손수 운전을 해야만 했다. 아들이 `제가 모셔다 드릴게요.'했지만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아들임을 뻔히 아는지라 거절하고 이번에 내가 직접 운전해 가겠노라고 했다. 아들은 스마트폰 내비게이션에 장소를 입력해 주며 폰에서 일러주는 대로만 가면 된다고 했다.

음성에서 청주는 100리길이다. 쉽잖은 결정을 내렸지만 며칠 동안 불안한 날을 보냈다. 지레 겁을 먹었던가? 폰에서 알려주는 친절한 아가씨의 낭랑한 목소리 덕에 안전하게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내비게이션의 덕이다. 자신의 위치를 알 수 있는 GPS 덕분이다.

내비게이션의 위치 산출 원리란 세 개의 GPS 위성에서 전파를 받아, 수신 시간의 차이로부터 GPS까지의 거리를 측정해낸다. 이런 식으로 얻은 거리에서 삼각측량을 시행함으로써 현재 위치를 산출해내는 것이다. GPS는 미군이 군의 위치를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서 만든 시스템으로, 스물네 개의 위성(GPS 위성)이 보내는 전파로 목표물이나 자신의 위치를 표시한다. 이 시스템 덕분에 아무런 표시가 없는 바다 위나 사막에서도 타깃을 찾아 군사 행동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진행한다.

내비게이션 장치는 이런 GPS 위성 세 곳으로부터 전파를 받아 수신 시간의 차이를 따져 각 GPS까지의 거리를 계산한다. 그리고 삼각측량 원리는 삼각형의 한 변의 길이와 두 개의 끼인각을 알면 그 삼각형의 나머지 두 변의 길이를 알 수 있다는 원리를 이용하여 지형을 측정하는 방법으로 정밀하게 길이를 잰 기선(基線)과 그밖에 몇 개의 기준점을 설정하고 그것을 이어 많은 삼각형의 그물을 만든 후 삼각법에 의하여 계산해 내는데 이를 이용해 현재 위치를 산출해내는 것이다. 삼각측량이란 지도 작성에 이용되는 것으로, 고등학교에서 배우는 삼각함수가 사용된다. 산출된 현재 위치는 영상으로 변환되어 액정 모니터상의 지도에 표시된다. 그 지도는 본체 내부의 메모리(디스크나 플래시 메모리)에 기록된 것을 이용하기 때문에 자주 업데이트해두지 않으면 잘못된 이전 정보 때문에 불편한 일이 생길 수도 있다.

소원을 이뤘다. 어릴 적 부모님과 형. 그리고 내가 함께 일궜던 밤나무골 따비밭을 샀다. 손발이 터지도록 피땀으로 일군 소중한 땅이기에 가슴 벅차도록 흐뭇하다. 이 따비밭 갖기를 고대하며 기다려 온 세월이 어언 50여년이다. 평생 내 이름으로 된 땅을 갖고 싶어 했는데, 그것도 내 노동으로 일군 밤나무골 땅을 샀으니 그 기쁨은 무엇으로도 표현할 수 없다. 어릴 적 뼈아픈 추억이 서려있는 곳 밤나무골(율곡)이다. 이곳에 멋진 별장을 짓고 싶었으나 많은 비용이 발생할 것이므로 차후 짓기로 하고 우선 중고 컨테이너를 구입해 놓았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했다. 내 소유의 땅임에도 컨테이너 놓은 곳이 자기네 땅이라는 것이라며 컨테이너를 치우라는 것이다. 위성사진에 표기된 바로는 내 땅이 분명하다. 카카오맵 스카이뷰에는 주변의 나무며 도랑, 식재된 농작물까지도 자세히 찍혀져 있고 빨간색으로 경계선도 그려져 있다. 물론 경계측량을 하면 간단히 끝나는 일이지마는 그 비용이 만만찮다는데 굳이 그럴 필요가 있겠는가. 컨테이너를 놓으면서 군에서 허가증까지 나왔다. 내 땅이 아닌 곳에 위치한 컨테이너를 허가해 주었겠는가 말이다.

위성을 못 믿는다고 했다. 컴퓨터건 내비게이션이건 GPS건 그런 건 다 믿지 못한다는 말이다. 하긴 80이 넘은 노인의 소견으론 이해 못할 법도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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