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니’로 비쳐질 수 있다
‘몽니’로 비쳐질 수 있다
  • 하성진 기자
  • 승인 2020.02.20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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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하성진 부장
하성진 부장

 

서오창테크노밸리 조성에 따른 청주시의 출자 지분율을 놓고 시의회가 갑론을박하고 있다.

서오창테크노밸리 조성을 위한 특수목적법인에 참가하는 청주시의 출자액을 자본금의 20%로 하냐, 25%로 하냐를 놓고 의원들이 갈라섰다.

애초 시가 제출한 조례안은 출자 지분율이 20%다. 시의회 도시건설위원회는 법인의 건전한 관리를 이유로 출자액을 25%로 상향하는 수정안을 냈다.

그러자 다시 오창읍 지역구 의원을 중심으로 지분율을 원안(20%)대로 하자는 재수정안을 제출했다.

내부 의견이 엇갈린 탓에 조례안은 결국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하고 표류했다.

우선 출자 지분율을 25%로 올려야 한다는 의원들 주장의 요지는 의회 본연의 업무인 감시와 견제로 압축할 수 있다.

자치단체가 25% 이상의 자본금을 출자하는 기관만 의회 행정사무조사 대상이 되기에 지분율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특수목적법인을 의회의 울타리 안에 넣어두고 매의 눈으로 감시하겠다는 얘기다.

원안을 고수하는 의원들의 의견은 신규 산단 조성의 시급성과 지역경제 활성화에 방점이 찍힌다.

산업입지의 원활한 공급을 통해 우량 기업체를 유치, 파생적인 경제효과를 거둬야 한다는 것이다.

의원들의 찬·반 의견은 모두 나름의 논리와 타당성이 분명히 있다.

세금이 들어가는 만큼 지방의회가 청주시민에게 부여받은 감시와 견제 의무를 충실히 이행하겠다는 점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원안 의결을 반대하는 의원들에게 힘주어 말하고 싶다. 이상과 현실은 다르다는 사실이다.

지분율 25% 상향을 사업자가 받아들인다면 지방에서는 찾기 힘든 매우 모범적인 사례가 될 것이다.

이상적인 조례가 돼 전국 기초의회의 관심을 받기에도 충분하다. 하지만 현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당장 산업단지를 조성하겠다는 사업자가 손사래를 치고 있다.

시의 출자 비율이 25%에 달하면 관련 법률에 따라 사업시행자는 임직원을 공개 채용하고 경영실적 평가 등을 받아야 한다. 사업시행자 입장에서는 상당한 부담일 수밖에 없다. 또 주주들 눈치에 시의회 감시까지 겹치면서 자칫 사업성마저 악화할 수 있다. 원안 의결로 법인이 행정사무조사를 받지 않는다고 시의회 감시망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점은 의회 스스로 알 것이다.

의원들이 대변하는 주민 목소리에도 귀 기울여볼 것을 조언한다.

사업 예정지인 오창읍 용두리·성산리·화산리 주민들은 19일 시의회 본회의장 앞에서 사업을 조속히 추진할 수 있도록 출자 비율을 20%로 낮춰달라고 촉구했다.

청주시, 지역구 시의원에 더불어 주민까지 모두 한목소리로 출자 비율 20%의 원안 의결을 요구하는데, 일부 시의원만 반대론을 외치며 수정안을 내세우고 있다.

사업시행자도 진정성을 갖고 주민과 소통하며 “폐기물 과다 배출업종을 입주 제한하겠다”는 내용 등을 약속했다.

오창 지역 이장단협의회에서도 출자 비율을 20%로 낮춰 빨리 사업이 시행되길 바란다고 한다.

공은 다시 시의회 상임위원회로 넘겨졌다

무엇보다 의원 배지 무게의 추를 주민 쪽으로 한 클릭 옮겨놓고 고민하길 바란다. 공동화되는 오창의 사정을 고려할 때 실리를 찾기 위해선 때론 이상보다는 현실을 택해야 할 때도 있다.

감시와 견제는 지방의회의 존재 가치임은 틀림없다. 하지만 과유불급이라고 지나치면 되레 독이 될 수도 있다.

감시·견제를 근거로 한 말들이 `몽니'로 비치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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