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한국 산업계 모험 두려워 말아야”
봉준호 “한국 산업계 모험 두려워 말아야”
  • 뉴시스 기자
  • 승인 2020.02.19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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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 아카데미 4관왕 … 귀국 기자회견
“수개월 걸친 캠페인 게릴라전 열정으로 뛰어”
“경쟁작 물량 공세 맞서 배우들 팀웍으로 커버”
“韓영화계, 상업·독립영화로 양극화 안타까워”
봉준호 감독(가운데)이 19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영화 '기생충' 기자회견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봉준호 감독(가운데)이 19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영화 '기생충' 기자회견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작년 5월 칸부터 오스카에 이르기까지 많은 사건이 있었다. 영화사적 사건으로 기억되겠지만, 사실은 영화 자체가 기억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이다.”

아카데미 4관왕을 휩쓸고 돌아온 영화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은“여기 있는 배우들의 매 순간의 연기, 우리 촬영팀 모든 스태프들이 장인 정신으로 만들어 낸 장면 하나하나들이 기생충을 만들어냈다”며 “그 장면에 들어가 있는 하나하나의 고민들이 영화 자체로서 기억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19일 오전 서울 중구 한 호텔에서 영화 `기생충' 귀국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 자리에는 배우 송강호, 이선균, 조여정, 박소담, 이정은, 장혜진, 박명훈, 곽신애 대표, 한진원 작가, 이하준 미술감독, 양진모 편집감독이 참석, 봉준호 감독과 아카데미에서 쾌거를 이룬 기쁨을 함께 했다.

기자회견에는 국내외 500여명의 기자들이 몰려 취재 열기가 뜨거웠다. 먼저 영화가 전 세계적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받은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으로 시작됐다.

봉 감독은 자신의 앞선 작품들과 비교하며 차분하게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그는 기생충의 인기에 대해 “`괴물', `설국열차'는 SF적 요소가 많다. 이번 영화는 그런 게 없다”면서 “기생충은 동시대 이웃에서 볼 수 있는 (모습을 그린) 영화다. 우리 현실에 기반한 톤의 영화라 그것이 폭발력을 가지게 된게 아닐까 짐작했다”고 말했다.

`기생충'이 아카데미에서 4관왕을 차지할 수 있었던 것은 단순히 영화의 힘만은 아니다.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하나의 상이라도 거머쥐기 위해서 후보에 오른 영화 관계자들은 수 개월에 걸친 캠페인을 벌인다. 봉 감독을 포함한 `기생충' 제작진에게는 처음있는 경험이었다.

봉 감독은 “북미배급사 네온은 신생이고 중소배급사다. 다른 회사에 예산이 못 미치다 보니 게릴라전처럼 열정으로 뛰었다. 인터뷰를 600번 이상하고, 관객과의 대화도 100회 이상 열었다. 실제 송강호 선배는 코피를 흘리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다른 경쟁작들이 LA 시내에 광고판을 거는 등 물량 공세를 했다면 저희는 네온, CJ, 바른손, 배우들이 똘똘 뭉쳐서 팀웍으로 물량 공세를 커버했다. 이 시간을 통해 관계자들이 작품들을 깊이있고 밀도있게 검증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랜 전통이 있는 (필수적인) 과정이라고 생각한다”고 짚었다.

한편 봉 감독은 한국 영화계과 상업영화 독립영화로 양극화되는 상황과 이로 인해 창의적인 시나리오를 가진 젊은 감독에게 충분한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 점을 안타까워했다.

봉 감독은 “젊은 신인 감독이 `플란다스의 개'(봉 감독의 데뷔작), `기생충' 시나리오를 가져 갔을 때 투자를 받을 수 있을 것이냐는 질문을 냉정하게 해봤을 때 (어렵다고 생각한다) 젊은 감독들이 모험적인 걸 하기에 어려워지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독립영화와 상업영화가 평행선을 이루는 부분이 안타깝다. 제가 데뷔했던 2000년대 초반에는 독립영화와 메인스트림(상업영화)가 좋은 의미에서의 상호 침투와 충돌이 있었다. 그런 것에 대한 활력을 되찾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이 된다. 한국의 산업계가 모험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라는 소신을 밝혔다.

영화 `기생충'은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비롯해 감독상, 각본상, 국제영화상(옛 외국어영화상)을 받았다. 1929년 아카데미 시상 이후 영어가 아닌 언어로 만들어진 영화가 아카데미에서 작품상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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