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와 쓰레기 Zero
코로나19와 쓰레기 Zero
  • 정규호 문화기획자·칼럼니스트
  • 승인 2020.02.18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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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단상
정규호 문화기획자·칼럼니스트
정규호 문화기획자·칼럼니스트

 

`한축이 난다'는 말이 있다. `한축(寒縮)하다'가 표준어인데 `(사람이)추워서 몸을 움츠리다'는 뜻을 지니고 있다.

갑자기 으슬으슬 춥고 미열이 나며 온몸이 쑤시고 아픈 증세가 나타날 때 `한축이 난다'는 표현을 쓰는 것을 나는 할머니로부터 처음 들었다. 감기로 구별되는 증세를 통칭했던 `한축'이 나면 아궁이에 군불을 평소보다 더 많이 지펴 구들장을 달구고 두꺼운 솜이불을 뒤집어쓰며 잠을 한숨 자고 나면 온몸이 개운해지던 어릴 적 기억은 아직 생생하다. 그때 할머니는 답답한 솜이불을 자꾸만 걷어차는 내 곁을 꼼짝없이 지키며 바람 한 점 통하지 못하게 꽁꽁 싸매듯 거듭 덮어주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았다. 이불이 흠뻑 젖을 정도로 땀을 흘리게 한 것은 오랜 경험에서 만들어진 병을 다루는 슬기였다.

`한축'하는 것은 사람 몸에 병원성 바이러스가 침입했기 때문이다. 우리 조상들은 이런 의학적 질환에 체온을 올려 바이러스의 저항을 제압하는 방식을 오랫동안 사용해 왔다. 서양의학에서는 기겁할 일이지만 병원성 바이러스가 높은 온도에서 살아남지 못한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는 처방에 해당한다.

지금이야 병원성 바이러스가 인체에 침투에 몸에 열이 나면 해열제를 쓰고, 수건을 차게 해 몸을 닦아 열을 내리게 하는 일차적 대응을 하지만, 병원균을 제압하는 치료는 백신을 투여하거나 차단하는 등 근본적인 처방이 필요하다.

우리의 삶을 흔들고 있는 코로나19가 진정세로 접어들고 있다. 여전히 확진자가 드물게 나타나고는 있으나 겨울이 지나면서 기온이 오르면 그 바이러스도 서서히 물러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인간사회를 위협하는 새롭고 낯선 병원성바이러스의 출현은 대부분 지구온난화에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 신종 바이러스는 이상고온이 지구의 현재와 미래를 위협하는 과정에서 출몰한다. 정상의 지구 기온에서는 맥을 못 추던 병원균들이 높아진 지구의 온도 탓에 적응과 번식을 위한 전파활동이 가능하게끔 환경이 뒤집힌 것이다.

그렇게 지구의 환경이 달라지는 사이 미생물에 불과한 병원균은 빠르게 높은 온도에 적응하고 있으나 아직 우리의 면역능력은 이를 감당할 수 없다. 지구온난화에 따른 환경 전체의 위협과 인체 안전에 대한 대응은 더디고 새롭게 출현하는 병원균에 대해 백신개발 등의 의학적, 과학적 진화는 파괴를 막아내는데 역부족이다.

지금은 코로나19를 비롯해 갈수록 높아질 온도에서 스멀스멀 모습을 드러낼 수 있는 숨은 병원성 바이러스에 무방비로 노출된 <위험사회>임은 부정할 수 없다. 전염성이 강하고, 어디서든 발생할 수 있으며, 과학의 발전에 비해 위험에 대한 인식이 점점 커지고, `안전'의 가치가 `평등'의 가치보다 중요해지며, 커지는 시민들의 불안에 따라 안전이 전기나 물처럼 공적으로 생산되는 소비재가 되는 사회. 사회학자 울리히 벡이 제시한 <위험사회>의 다섯 가지 특징은 코로나19의 파상적 공세에 전전긍긍하는 지금의 지구와 인류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포착하고 있다.

야생동물을 식용하고 지저분하며 심지어 미개하기까지 한 특정지역과 지역민들의 비도덕적이고 비인간적인 일탈을 코로나19의 주범으로 몰고 싶은가. 아니면 전염병에 대한 국가적 대응 능력의 차이를 비교함으로써 국수주의적 우월성에 만족할 것인가. 이러한 차별과 편견에 앞서 정상의 기온에서 숨죽여 있던 병원성 바이러스는 이상고온을 통해 창궐했고, 아직 지구상에는 발견되지 않은 더 많은 병원균들이 인간을 노리고 있다.

손을 깨끗이 씻고 개인위생을 철저히 하며 인류 공영을 위한 백신을 개발하는 등의 의·과학적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을 게을리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인류가 저지르고 수습하는 대부분의 일들이 그렇듯이 문제는 근본에 대한 무관심에 있다.

청주시가 의욕적으로 펼치고 있는 쓰레기 제로화 운동은 심각한 환경 파괴로부터 인류를 지켜내는 근본이고, 지구온난화를 늦추는 작은 시작이다. 불가능하지만 가야 할 길이고 갈 수밖에 없는 길이다.

다시 건강한 지구를 만드는 길, 그 길이 코로나19를 물리치는 근본 처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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