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 K무비의 시작…
기생충, K무비의 시작…
  • 이재경 기자
  • 승인 2020.02.17 20:3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데스크의 주장
이재경 국장(천안)
이재경 국장(천안)

 

국격을 높인 쾌거. 이렇게 밖에 달리 표현할 수 없어 보인다. 지난 9일 제92회 아카데미상 4개 부문을 휩쓴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얘기다.

이날 시상식에서 기생충은 6개 부문 후보로 올라 최고 영예인 작품상을 비롯해 감독상, 국제영화상, 각본상 등 4관왕에 올랐다. `기생충'은 한국은 물론이거니와 세계 영화계의 역사를 새로 썼다. 100년 가까운 아카데미 역사에서 비영어권 영화가 작품상을 수상한 것은 기생충이 처음이다.

외신들도 뜨겁게 반응했다. 미국의 CNN방송은 “`기생충'이 작품상 수상으로 오스카의 역사에 남게 됐다”고 보도했다. 이어 “한국 영화 `기생충'이 경쟁작들과 비교해 너무나 강력하다는 것이 (이번 수상으로) 드러났다”며 “지금껏 오로지 11편의 국제 영화판이 오스카 작품상 후보에 오를 수 있었는데, 그중 `기생충'이 비영어권 영화로는 최초로 작품상을 받은 작품이 됐다”고 찬사를 보냈다. 뉴욕타임스(NYT)는 “지금껏 어떤 한국영화도 할리우드 최고상에 후보로 오른 적이 없었다”면서 “오스카를 정복했으며 한 편의 영화를 넘어선 기념비적인 작품이자 역사적 승리”라고 평가했다.

LA타임즈는 “봉준호 감독이 독특한 시선과 장르로 오스카를 쥐락펴락 했다”고 극찬했고, AP통신은 “외국어 영화를 낮게 평가해오던 미국 영화 상(상)에 분수령이 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밖에도 영국 BBC 등 세계 주요 외신들은 `기생충'의 수상 소식을 비중있게 다루면서 비영어권 영화가 새로운 세계 영화의 역사가 됐다고 추켜 세웠다.

비영어권 영화로 세계 영화사에 첫 기록을 세운 `기생충'은 이미 전 세계에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다. 당장 세계 극장가에 관객들의 발길을 모으고 있다. 지난해만 해도 흥행 실패가 두려워 수입을 주저했거나 상영에 미온적이었던 각국 배급사와 극장 체인들은 아카데미 시상식 직후 곧바로 `기생충'을 스크린에 내걸고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아카데미상 수상은 제작사에도 큰 돈을 안겨줄 전망이다. 미국의 박스오피스 집계사이트 `모조'에 따르면, `기생충'은 14일(현지시간)까지 글로벌 매출 1억7042만 달러(약 2016억원)를 기록했다. 북미 지역 매출 3940만 달러, 그 외 지역 1억3102만 달러를 합친 액수다. `기생충'의 제작비는 135억원. 무려 제작비의 15배에 달하는 매출을 기록한 것이다. 매출액은 점점 늘어날 전망이다. 지난해10월 미국에서 단 3개 상영관밖에 확보하지 못했던 기생충은 15일 현재 2001곳의 상영관을 확보, 관람객들의 발길이 줄을 잇고 있다. 프랑스, 영국 등 유럽에서도 상영관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글로벌 매출액 규모는 3000억원대를 기대하고 있다.

무엇보다 우리를 기분좋게 하는 소식은 국내 영화산업이 한류의 새로운 장르로 떠오르게 됐다는 점이다. K팝, K뷰티, K푸드 등으로 대표되는 한류에 새로운 트렌드인 `K무비'가 가세해 성공한다면 한국으로서는 이보다 더 좋은 시나리오는 없다.

이미 성공의 조짐도 보인다. `자막 영화'와 아시아계 영화를 불편해하던 미국인과 유럽인들이 `기생충'을 계기로 그 벽을 스스로 허물고 있기 때문이다. 기생충의 글로벌 매출액 1억7000만 달러가 이를 입증해준다.

봉준호 감독은 아카데미에 앞선 제77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이런 말을 남겼다. “자막, 서브타이틀(subtitle)의 장벽, 장벽도 아닌 1인치 정도 되는 자막의 장벽을 뛰어넘으면 여러분들이 훨씬 더 많은 영화를 즐길 수 있다”며 “우리는 영화라는 하나의 언어를 쓴다”.

K무비의 성공가도를 예감케하는 명언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