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지의 축적(蓄積)
직지의 축적(蓄積)
  • 김현기 여가문화연구소장
  • 승인 2020.02.16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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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을 여는 창
김현기 여가문화연구소장
김현기 여가문화연구소장

 

어떤 일이든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건강한 몸은 오랜 시간 운동으로 만들어진다. 전문지식은 긴 시간 독서와 학습의 결과다. 어떤 분야든 땀방울이 필요하고 에너지가 소모되고 시간이 있어야 한다. 사람이 모여 마을을 만들고 마을이 도시를 만든다. 도시는 오랜 시간 살아온 사람들의 흔적이고 이야기 축적의 결과다. 도시의 축적은 정체성을 만들고 방향을 결정한다. 이렇게 한 도시가 나름의 정체성을 갖기 위해서는 축적의 시간이 필요하다.

어린이가 자라나 한 인격체로 자리 잡기 위해서도 치열한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 질풍 노드와 같은 갈등의 시기를 지나야 정체성이 형성된다. 정체성이 분명한 사람은 외풍을 견디고 자신의 삶을 산다. 스트레스를 극복하고 자신을 올바로 세운다. 보람 있고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바탕이 정체성이다. 정체성은 삶을 통해 만들어진 경험 축적의 결과다. 그러니 정체성은 누군가 대신 세워 줄 수 없다. 오르지 자신의 노력으로 자기만의 땀으로 만든 축적의 결과다.

도시도 똑같다. 도시의 정체성은 한두 명이 뚝딱 만들어 낸 도깨비방망이가 아니다. 도시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고 오랜 시간 축적해온 삶의 결과로 만들어진다. 이렇게 오랜 시간 논의와 합의 과정을 거쳐 비로소 도시 정체성이 형성된다. 그러나 도시 정체성은 하나로 통합되지 않는다. 개인의 삶이 다양한 것처럼 도시도 여러 방향을 갖는다.

도시를 이끄는 단체장들은 나름의 철학을 가지고 도시의 비전과 정체성을 제시한다. 그러나 축적의 시간을 갖지 못한 비전과 정체성은 시민들의 지지와 참여를 얻지 못한다. 청주도 지금껏 여러 측면에서 도시의 정체성을 만들고자 하였고 시장마다 나름의 철학을 제시하였다. 그중 어떤 것은 지금까지 공감되고 어떤 것은 기억 너머로 사라졌다. `교육도시, 문화도시, 직지도시, 공예도시, 생명도시, 녹색도시'등이 지금까지 나왔던 청주의 도시 정체성 들이다. 이중 어떤 것들이 가장 많은 축적의 시간을 거쳤는지가 중요하다.

필자 생각으로 이중 청주가 가장 오래 축적한 자산은 `직지'다. 1990년대 이후부터 2020년 현재까지 일관된 방향을 유지했고 많은 자원과 시간을 투자했다. 물론 개별적인 사업의 평가는 다를 수 있지만, 전체적으로 직지라는 한 방향으로 도시의 자산을 축적해 왔다. `청주고인쇄박물관, 유네스코 기록문화유산 등재, 직지축제, 직지문화특구, 직지지코리아, 유네스코직지상'등이 대표적이다. 이런 축적의 결과로 2017년 `유네스코국제기록유산센터'를 유치했다. 지난해는 `기록문화 창의 도시'를 비전으로 청주가 제1차 법정문화도시로 지정받아 5년간 180억의 문화도시 예산을 지원받게 됐다. 이 모든 것이 청주가 20년 넘게 직지를 축적한 노력의 결과다.

청주는 `세계 기록문화 플랫폼 중심 도시'라는 세계 박물관 협회 관계자의 말처럼 청주는 직지를 기반으로 한 기록문화 도시다. 이를 더 발전시키기 위해 협력이 중요하다. 기록문화 창의도시를 주도하는 청주문화도시센터, 직지코리아를 추진하는 청주고인쇄박물관, 문화 행위를 통해 기록을 창의가치로 만드는 문화예술단체와 예술가, 시민 커뮤니티와 시민 활동가, 앞으로 건립될 유네스코국제기록유산센터, 더 나아가 국가기록원 등과도 네트워크를 통한 협력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이다.'라는 마틴스콜세지 감독의 말처럼 이제 기록의 주체도 시민으로 돌아가야 하고 시민의 일상 기록을 모아야 한다. 새로운 시민 기록의 축적이 청주 변화의 새 토양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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