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발견과 몰입
자기발견과 몰입
  • 배경은 독서논술강사
  • 승인 2020.02.16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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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가는대로 붓가는대로
배경은 독서논술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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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문호 앙드레 말로는 “인간은 지식과 견문을 넓히는 것으로 자기 모습을 발견할 수 없다. 인간은 자기가 제기하는 과제 속에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는 것”이라고 했다. 즉 교양의 옷을 입는다고 존재가 터득되는 것은 아니며 치유가 사회적 변혁을 일으킬 수는 없다. 그리고 새롭게 시작된 시간은 필연적으로 과거의 상처를 딛고 피우는 꽃과도 같다. 또한, 인간의 성숙은 낯선 대상을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혼란과 갈등을 겪으며 자기와 세상에 대한 이해가 깊어질 때 일어난다는 말에 공감한다. 내게 있는 약점은 관점과 생각의 차이에 따라 전혀 다르게 보인다는 의미일 것이다.

체로키 문자의 창시자 『세쿼이아』에 대한 이야기 그림책이 있다. 지은이 프레데릭 마레는 체로키 인디언 문자를 발명한 세쿼이아에 감동받아 오랫동안 공들여 글을 쓰고 그림을 그렸다고 한다. 어린 시절 `돼지 발'이라 불리며 따돌림당했던 소년이 온 부족의 존경을 받는 `영웅'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그린 감동적인 이야기다.

체로키 인디언 마을에 어린 사내아이와 엄마가 살고 있었다. 한쪽 다리를 절름거리는 소년은 아이들에게 `세쿼이아(돼지 발)'란 이름으로 불리며 놀림을 받았다. 자신도 부끄러웠다. 어울리지 못하고 늘 외톨이였다. 세쿼이아는 다른 아이들에게 일어나는 일은 알지 못했지만, 자연에서 일어나는 거라면 뭐든 알 수 있는 훌륭한 사냥꾼으로 자랐다. 고통에 대한 처방은 고통(니체)이라고 했던가. 자신의 약점과 직면한 어린 인디언 소년은 고통을 통해 실존의 섬세함을 알게 되었던 것이다. 말을 타고 종횡무진하는 그를 이제는 아무도 놀리지 않는다. 사람들은 세쿼이아가 절름발이란 걸 까맣게 잊었다. 부족 사람들은 그를 신뢰했고 그가 파는 짐승 가죽은 산 너머까지 소문이 퍼졌다. 그러던 어느 날, 아주 멀리서 한 남자가 짐승 가죽을 사러 왔다. 그는 세쿼이아에게 계약서에 이름을 써달라고 했지만, 글을 읽지도 쓰지도 못하는 세쿼이아는 다시 한번 장애인이 된 느낌이 들었다. 그 당시 체로키에는 문자가 없었다. 세쿼이아는 글을 배우러 떠났고 버려진 마을에 도착해 인쇄할 때 쓰는 갖가지 기호들이 흩어져 있는 것을 발견한다. 기호들을 집으로 가져와 무려 12년 동안 글자 만들기에 몰두한다. 그렇게 애쓴 덕에 체로키 말을 적을 수 있는 86개의 글자를 만들어 낸다. 그 뒤 모든 체로키 사람들은 자기네 글을 읽고 쓰는 법을 배우게 되었다. 이때부터 세쿼이아란 이름은 체로키 말로 `영웅'을 뜻하게 되었다.

치명적인 자기 약점에 집중하기보다 자기만이 할 수 있는 무언가를 찾아내는 몰입과 집중에 감동하게 되는 이야기다. `돼지 발'에서 `영웅'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글자로만 나열하다 보니 행간에 숨겨진 수많은 자기 고뇌와 번민, 자기만의 길을 가고자 하는 투지가 건조하게 표현된 느낌이 든다. 세쿼이아는 남과 다른 낯선 자신을 마주하고 스스로에게 기회를 주고 노력했다. 자신의 약점을 방패 삼아 사람들의 시선을 끌지 않고 독립된 주체로 살고자 하는 욕구는 세상과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니체가 `고통이 아픔을 준다는 것이 고통에 반대되는 논거가 될 순 없다'고 말한 바 있다. 이것이 고통의 속성이며 인간은 최악의 상태에서 진정한 통찰과 만난다는 뜻일 것이다. 요즘 나는 다시 진로를 놓고 고통스럽다. 그러나 관성에 포획되지 않고 살아남고자 하는 몸부림을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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