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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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충청타임즈 기자
  • 승인 2007.05.07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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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청소년들에게
안 재 헌 <충북과학대학장>

얼마 전 고등학교 1·2학년을 대상으로 한 강의요청이 있었다.

젊은 학생들을 대상으로하는 강연이니만큼 제목을 '도전하는 삶이 보다 아름답다'로 정해 보았다.

지식정보사회의 동반자=강연도 대화의 연장이어야 한다는 생각에서 우선 세대간의 관심의 차이부터 설명했다. 마침 모 일간지에 실린 87학번과 07학번 세대간의 관심과 삶에 대한 고민을 비교 조사한 내용을 참고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물론 67학번인 내 자신의 생각과도 비교해가면서 말이다.

이제 막 대학에 입학한 07학번 학생들의 고민이 친구·이성문제(30%), 성적문제(20%), 취업문제(18%) 인데 반하여 40대에 들어선 87학번들에겐 직장문제(42%), 금전문제(22%) 및 가정문제(10%)가 가장 큰 고민이고, 60대로 들어서는 67학번들에게는 퇴직과 노후생활 보장문제가 당면관심사라는 점부터 설명해 보았다.

자라나는 세대들에게 기성세대의 고민을 설명해봤자 쉽게 이해하기도 어렵겠거니와 자칫하면 후세들에게 부담이 될 수도 있는 이야기여서 조심스럽기도 하였다. 그러나 학생들이 그렇게 받아들이지는 않는 것 같아 다행이었다. 평소 학생자신들을 위해 애쓰시는 부모님들의 노고의 덕분이리라.

다음 지식정보사회의 삶에 대하여 이야기해 보았다.

앞으로 우리가 살아갈 사회는 지식과 정보가 지배하는 사회로써 토지와 건물, 기계와 설비 등 모든 물적 자본보다 지식이 우선하는 사회가 될 것이다. (어떤 이는 이를 지가사회(知價社會)라고도 했다.) 따라서 자라나는 세대들은 어떻게 지식과 정보를 습득하고 활용하느냐에 따라 자기의 사회적 위치가 결정될 것이라는 점을 재삼 강조하였다. 지식과 정보에 아무리 접근하기 좋은 시대가 된다고 하더라도 지식정보를 형유하는데 있어 모두가 같은 것은 아니다. 사람들이 헬스를 통하여 건강을 유지하고 '몸짱'을 만들어 나아가듯 끊임없는 훈련을 통하여 소위 '두뇌근육'을 만들어나아가야 남보다 앞설 수 있다. 그리고 목표를 정하면 꾸준히 정진하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부단히 노력하라는 평범한 당부도 덧붙였다. 수십 번 들었을 이야기이다.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공부에만 매달려야 하는 애들에게 도움도 위안도 되지 않는 이야기다.

교류하는 삶=강연을 마치고 나니 우리의 교육현실에 대한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다. 분명 잘못되어 있는 줄을 알면서도 쉽게 고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아마도 여유가 없어서 그런 것 같다. 정책당국도 그렇고 학부모나 아이들도 무엇엔가 쫓기는 것 같은 상태에서 궤도 수정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영어의 학교를 의미하는 school의 어원은 라틴어의 스콜라(schola), 좀더 거슬러 올라가면 그리스어의 스콜레(skhole)인데 이는 '여가, 여유'를 의미한다.

고대국가 아테네에서 시민생활에 여유가 생겨 사람들이 지적호기심을 충족시키기 위하여 세계와 인간에 대한 자유로운 사색을 발전시켜 근대과학의 뿌리를 내렸다는 것이다.

오늘날의 학교도 단지 지식을 전수하는 학습의 장소가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학교는 젊은 학생들이 교사의 도움을 받아, 자신의 머리로 생각하고 온몸으로 세계를 감지하며 다른 사람과 교류하는 방법을 배우는 장소가 되어야 한다는 말이 새삼 이 시대에 꼭 필요한 말로 느껴졌다. 자기 정체성을 잃기 쉬운 글로벌화 하는 사회, 점점 폐쇄화 되어가는 지식정보사회에서 다른 사람과 교류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은 학문의 탐구, 지식의 전수 못지않게 중요하다. 이러한 점에서 자라나는 세대들에 대한 교육의 사명은 재인식·재정립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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