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결심의 심리학
새해 결심의 심리학
  • 양철기 교육심리 박사·원남초 교장
  • 승인 2020.02.13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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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으로 보는 세상만사
양철기 교육심리 박사·원남초 교장
양철기 교육심리 박사·원남초 교장

 

1월 1일 새해부터 알코올을 섭취하지 않기로 결심하고 수첩에도 크게 적었다. 하여 12월에 부지런히 지인들을 만나 마지막(?) 술자리를 아쉬움 속에 마무리하였다. 굳은 결심은 1월 중순 깨지고 말았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구정이 있지 않은가. `구정이 진짜 설날이고 새해이지.'라고 위안하며 `구정까지만 마시자.'라고 결심했다.

구정이 지나고 며칠 후 그 결심은 무너졌다. 슬슬 불안해지기 시작한다. 올해도 새해의 결심을 지키지 못할 것 같은 불길한 예감, 올해의 내가 작년의 나보다 더 나아질 것 같지 않다는 두려움, 결국 나는 그대로일 것이라는 불안감…



#당신의 뇌는 새해 결심을 방해한다.

한 조사에 의하면 새해 결심이 성공할 확률은 8%에 불과하며 사람들의 1/4은 1주일 안에 포기하고, 30일이 지나면 절반이 포기한다. 심리학적으로 변화는 개인에게 두려운 것이다. 그리고 두려움에 사로잡히는 순간 변화는 멀어지고 마는데, 변화에 대한 두려움은 뇌에 뿌리를 두고 있다.

뇌는 크게 세 부분(뇌간, 중뇌, 대뇌피질)으로 나눌 수 있다. 뇌의 세 부분은 조화롭게 작동하는 것만은 아니다. 비만인 사람에게 이성적인 대뇌피질은 운동하라고 명령하지만 중뇌 깊숙한 곳의 편도체(amygdala)는 소파에 누워 새우깡을 먹으며 쉬라고 할 수 있다. 뭔가 새로운 시도를 하고 싶고 변화하고 싶은데 제대로 되지 않았던 경험이 있다면 중뇌가 방어반응(defense reaction)을 했다고 생각하면 된다. 갑작스런 변화는 두려움과 스트레스를 가져오고 이것이 대뇌피질의 이성적이고 창의적 사고를 방해한다.



#성공하려면 작게 쪼개라.(small step)

심리학자 마우어(R. Maurer)는 새로운 시도와 변화를 위해`스몰스텝(small step)'전략을 제안한다. 평소 운동을 전혀 하지 않던 사람이 5㎏ 감량을 목표로 세우고 갑자기 격렬한 운동과 다이어트를 한다고 가정해 보자. 당장 편도체는 이러한 변화 상황에 대해 경고를 울리게 되고 이성적인 대뇌피질은 운동 활동을 정지시킨다. 결국 운동과 다이어트는 며칠 못 가 실패할 확률이 높아진다.

`스몰스텝'전략은 편도체가 저항하지 못하도록 속이는 것이다. 5㎏을 줄이기 위해 먼저 하루 1분 정도 TV 앞에서 발뒤꿈치 들고 서 있게만 한다. 편도체는 전혀 변화를 눈치 채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조금씩 운동 강도를 높여 간다. 편도체의 경보 체계를 작동시키지 않고 대뇌피질로 바로 접속하는 길이 열리면 이성적이며 창의적인 생각과 행동들이 나오게 된다. 그러다 보면 어느덧 5㎏은 감량되어 있을 것이다.



#결심만 하지 말고 환경을 바꿔라.

운동하고 싶다면 헬스장, 수영장에 가야 한다. 운동을 유도하는 환경에 자신을 노출하는 것이다. 형편이 허락한다면 개인레슨도 신청해야 한다. 원하는 행동을 유발하는 적절한 공간과 사람을 만들어내지 않는다면 성공적인 변화가 일어날 확률은 낮아진다. 연구에 따르면 새해 결심을 성공한 사람들은 마음만 바꾸려고 하지 않고, 환경을 바꾸는 데도 집중했다. 그러나 실패한 사람들은 삶의 환경은 방치한 채 자신의 의지만을 믿었다.

성공적으로 자신을 변화시키는 사람들은 새해 결심들을 노트에 적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대신 그 시간에 그들은 습관적으로 어떤 공간에 가 있을지 모른다. 우리가 초인적 의지에 대한 신화에 사로잡혀 결심을 간절하게 노트에 적고 있을 때, 그들은 방 청소를 하고 있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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