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생은 없고 사진사·꽃 판매상인만
졸업생은 없고 사진사·꽃 판매상인만
  • 김금란 기자
  • 승인 2020.02.13 20: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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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코로나19 여파 학위 수여식 취소 서원대 가보니…
몇몇만 미래광장내 설치 포토존서 마지막 추억
학사복 대여 소식에 대구·대전 등 전국서 발길
“이럴줄이야 … 기름값도 못 건지게 됐다” 하소연
코로나19 탓에 서원대학교가 13일 예정된 2019학년도 전기 학위수여식을 전면 취소하면서 대학 측이 기념 촬영용으로 설치한 미래광장 포토존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김금란기자
코로나19 탓에 서원대학교가 13일 예정된 2019학년도 전기 학위수여식을 전면 취소하면서 대학 측이 기념 촬영용으로 설치한 미래광장 포토존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김금란기자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교육부가 전국 대학에 졸업식과 신입생 오리엔테이션(OT), 수련회 등 단체행사를 연기 또는 철회해 줄 것을 권고하면서 대부분 대학이 학위수여식을 취소했다.

13일 오전 10시 예정됐던 2019학년도 전기 학위수여식을 취소한 서원대학교를 방문해보니 캠퍼스는 썰렁했다.

대학 측은 교육부의 지침에 따라 졸업 예정자 1200여명이 참석하는 단체 행사는 취소해도 학위 취득자 대표와 수상자 대표 등 최소 인원만 참석하는 수여식은 개최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전국 대학들이 행사 자체를 아예 취소하면서 지난 11일 대표자 대상 표창장 수여식도 없앴다.

대신 졸업예정자들이 캠퍼스에서의 마지막 추억을 쌓을 수 있도록 학내 미래광장에 포토존 4곳을 설치했다. 하지만 미래광장에는 학사모를 쓴 졸업예정자들은 별로 없고 서울, 대구, 대전 등 전국에서 온 20여 명의 사진사들이 캠퍼스를 오갔다.

사진사들은 2월 전기 학위수여식과 8월 후기 학위졸업식 행사에서 번 수입으로 1년을 버티지만 올해처럼 졸업식 자체가 취소된 적은 처음이라고 하소연했다.

50년간 대학 졸업식장을 누볐다는 60대 사진사는 “50년간 사진사로 활동했지만 올해처럼 졸업식이 취소된 적은 처음”이라며 “졸업식이 취소된 줄 알고는 있었지만 기념사진을 찍으러 오는 학생들이 있을까 싶어 왔는데 기름 값도 못 건지게 됐다”고 호소했다.

학사복을 대여해 준다는 소식에 서원대 정문과 캠퍼스에는 전국에서 꽃 판매상인 15명이 몰렸다.

전주에서 왔다는 한 상인은 전날 충남 혜전대학교를 찾았지만 온종일 캠퍼스를 지키며 손에 쥔 돈은 10만 원에 불과했다.

꽃 판매 상인은 “학위수여식을 취소했지만 졸업예정자들에게 기념사진을 찍도록 학사복을 대여해 준다는 소식을 듣고 타지역 상인들도 꽃을 팔기 위해 많이 몰렸다”며 “생화는 당일 팔지 못하면 폐기처분해야 하기 때문에 한 개라도 팔아야 한다”고 밝혔다.

대학에 입학한 지 7년 만에 학사모를 쓰게 된 서원대 경영학과 신동민씨(27)는 졸업식이 취소됐지만 아쉬운 마음에 혼자 캠퍼스를 찾았다.

충북 괴산이 고향인 신씨는 학사모를 쓴 자식의 모습을 보고 싶다며 학교를 오고 싶다는 부모의 요구도 거절했다.

2013년 대학에 입학한 신씨는 군대를 다녀오고, 복학 시기를 놓쳐 휴학하다 보니 졸업장을 받기까지 7년이 걸렸다.

신동민씨는 “많은 친구와 함께 어울려 졸업사진도 찍고, 부모님께 학사모도 씌워 드리고 싶었는데 졸업식이 취소돼 아쉬움이 많다”며 “코로나 19 탓에 졸업식이 취소된 캠퍼스를 찾은 것도 추억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서원대 관계자는 “졸업식 행사는 취소했지만 캠퍼스를 찾을 학생들을 위해 1400여 벌의 학사복을 대여해 각 학과에 비치했지만 많은 학생들이 오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석사 학위 취득자들은 올해 8월 열리는 후기 학위수여식에서 함께 학위를 수여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김금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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