쿨하지 못했던 충북도와 청주시 보건소
쿨하지 못했던 충북도와 청주시 보건소
  • 석재동 기자
  • 승인 2020.02.12 20: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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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석재동 부장
석재동 부장

 

“어려운 일을 당했을 때에야 진정한 친구가 누구인지 알게 된다”라는 말이 있다. 맞는 말이다.

이런 측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신종 코로나)과 관련한 충북도와 청주시 보건소의 판단은 두고두고 아쉬움이 남는다.

국내에서 신종 코로나 첫 확진자(1월 20일)가 나온지 20일이 지난 이달 10일까지 청주시 산하 4개 보건소는 선별진료소로 지정되고도 각종 이유를 내세워 신종 코로나 의심환자의 감염여부 판단을 하는 선별진료를 하지 않았다.

이 같은 문제가 언론을 통해 보도되고 여론이 악화하자 청주시 4개 보건소는 11일부터 선별진료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누가봐도 등 떠밀려 진료에 나선 모양새다.

공공의료기관인 보건소는 굳이 장황한 설명을 하지 않아도 국가 방역체계의 가장 근간이자, 최후의 보루이다. 그런 근간되는 기관에서 근간이길 거부했으니 질타를 받은 것은 당연하다.

충북도의 초기대응도 자꾸 되짚어보게 된다. 그만큼 아쉽다.

도는 지난 1월 29일 정부에서 신종 코로나 발병지인 중국 우한에 거주하고 있는 교민을 이송하면서 격리시설(임시생활시설)로 충북 진천과 충남 아산을 지정했을 당시 유감을 표명하면서 재고를 요청했다.

시계를 거꾸로 딱 1년만 돌리면 2019년 1월 29일 이시종 도지사는 “내 인생 최고의 날”이라고 했다. 정부는 이날 수도권을 제외한 전국 광역지방자치단체별 예비타당성조사 면제사업을 선정해 발표했다. 충북에는 ‘충북선철도 고속화사업(1조5000억원) 예타 면제’라는 선물이 떨어졌다. 이밖에도 세종시가 신청한 ‘세종~청주 고속도로(8013억원)’, 전국권역 사업인 ‘평택~오송 KTX 복복선화(3조1000억원)’ 사업 등 충북 관련 사업들도 대거 포함되면서 충북이 최고의 수혜지로 떠올랐다.

강원도가 신청한 ‘제천~영월 고속도로(1조1646억원)’ 건설사업도 예타 대상 사업으로 선정돼 앞으로 추진 가능성이 열렸다. 얼마나 좋았으면 도는 이틀뒤인 31일 대대적인 환영대회를 열기도 했다.

청주국제공항 거점 저비용항공사 에어로케이항공 면허 발급, 미래해양과학관·소방복합치유센터 건립 확정, 제5차 국토계획에 강원~충청~호남 개발 ‘강호축’ 반영 등도 모두 지난해 충북도가 거둔 성과다. 하나같이 숙원사업으로 국가차원의 지원이 없었으면 추진을 기약하기 어려운 사업들이었다.

그랬던 충북도가 국가차원의 방역시스템이 가동되고, 그 대상지로 충북이 선정되자 유감을 표명했다.

반면 충남도는 대승적인 차원에서 정부결정에 적극 따르겠다는 입장을 밝혀 대조됐다.

양승조 충남지사는 기자회견을 열어 “희생을 감수해야 하는 아산 시민에게 송구스러운 마음 금할 수 없지만 정부와 방역당국을 믿고 더 큰 마음으로 힘을 모아 신속하게 대응해 나아가야만 한다”고 도민들을 다독였다.

같은 시각 진천과 아산 주민들이 격리시설 진입로를 농기계 등으로 막고 농성을 벌이기는 마찬가지 상황이었다.

지난 10일 우한 교민 3차 이송과 격리시설로 경기도 이천 합동군사대학교 국방어학원이 결정되자 경기도 및 이천시가 밝힌 입장도 충남도와 궤를 같이 했다.

국정동반자 중 하나인 지방지차단체가 이해득실에 따라 대정부대응을 달리한다면 동반자라는 호칭이 무색해질 수밖에 없다. 인디언들은 친구를 ‘내 슬픔을 등에 지고 가는 자’라고 말한다. 지금 충북도와 청주시에 필요한건 사후약방문 같은 수많은 대책보다 인디언과 같은 생각이 아닌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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