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르 파티~
아모르 파티~
  • 강석범 진천 이월중 교감
  • 승인 2020.02.12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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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산책
강석범 진천 이월중 교감
강석범 진천 이월중 교감

 

겨울방학이 유달리 길게 느껴지는 이번 겨울, 아이들의 성화에 못 이겨 큰 맘 먹고 따뜻한 필리핀 세부 섬으로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여행 둘째 날, 눈이 시릴 정도로 푸른 바다 한가운데서 스노클링을 하며 형형색색의 물고기들과 한바탕 놀아주고, 근처 아주 작은 섬에 도착해 점심을 먹었습니다.

우리가 스노클링을 하며 즐기는 동안 섬 주민들이 우리를 위해 준비한 만찬이었는데 대나무로 얼기설기 엮어 만든 테이블 위에 조금 전 바닷속에서 만난 화려한 물고기들만큼이나 강렬한 색채의 음식들이 가지런히 차려 있었습니다.

새빨갛다고 표현할 만큼 짙은 붉은색의 큼지막이 삶은 게와 바싹 구워낸 주황색 왕새우 꼬치, 매콤한 빨간색 소스를 발라 맛있게 구워낸 닭다리 바비큐가 오늘의 만찬 주빈인 붉은색 음식들이었고 주황빛 도는 진노랑 망고 과일은 색종이에나 볼 수 있는 선명한 노란색으로 눈부시게 갈라져 놓여 있었습니다. 이와 어울리는 옥수수 통구이와 달게 익은 바나나가 붉은색 음식들과 대조를 이뤄 노란빛으로 더욱 신선하게 다가왔습니다.

선홍빛 재색의 넓적한 가리비 조개는 통째로 구워져 명시도 높은 음식들 사이에서 색감의 균형을 맞춰주었고 불에 구워내 검게 그을린 구릿빛 바나나구이는 온통 흥분으로 뒤덮인 붉은색과 노란색 음식들이 시각적으로 날아가지 않도록 꽉 잡아주는 훌륭한 멘토 같은 역할을 하고 있었습니다.

화려한 주빈 음식들 사이에 옵션처럼 둔탁하게 툭툭 던져진 통감자 구이 또한 질퍽한 낮은 색감으로 전체 음식 색감에 볼륨감을 더해주었습니다.

눈앞에 펼쳐진 아찔할 만큼 멋진 조화로움에 잠시 넋이 나갔습니다. 모든 게 인공이 아닌 `자연의 색'이었습니다.

`음식은 입보다 눈으로 먼저 먹는다.'라는 말이 바로 이런 것이었나 봅니다.

음식의 강렬한 원색들은, 마치 후기인상주의 대표 화가인 고갱이 말년에 남태평양 타히티섬을 찾아, 원주민의 건강한 인간성과 열대의 밝고 강렬한 색채를 예술로 승화시킨 그것과도 같았습니다.

아무리 값나가는 고급 뷔페 음식점에서도 나는 이렇듯 강렬하고 조화로운 음식의 빛깔을 본 기억이 없습니다. 자연의 경이로움이란 아마도 이런 것 아닐까?

갑자기 어디선가 낯익은 음악 소리가 들립니다. 낡은 통기타 두 대에 탬버린 하나, 그리고 나무판자로 만든 의자 겸 타악기, 정말로 소박하기 그지없는 밴드가 나타나 우리에게 익숙한 겨울 왕국의 `Let It Go'를 부릅니다.

청바지에 헐렁한 티셔츠 하나만 걸친, 보컬의 가공 되지 않은 엄청난 가창력에 나는 또 한 번 놀랍니다.

한참 흥이 오른 그들은 김연자의 `아모르 파티'를 연주하기 시작했고, 순간 우리는 모두 `아모르 파티~ 아모르 파티~'라는 떼창과 함께, 밴드와 하나 된 미스트롯 공연을 펼쳤습니다.

푸른 바다와 눈부신 하늘, 그리고 건강한 빛깔의 음식들, 또 자연을 쏙 빼닮은 소박한 밴드의 음악 소리는 한동안 나에게 최고의 미술 작품이며 최고의 뮤지션으로 기억될 것입니다.

`아모르 파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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