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시간 만에 끝난 `한밤의 牛생크 탈출'
두시간 만에 끝난 `한밤의 牛생크 탈출'
  • 조준영 기자
  • 승인 2020.02.10 20:2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청주 미원면 축사서 송아지 13마리 중 8마리 사라져


경찰·소방당국 수색끝 험한 산속서 발견 주인에 인계
“집 나간 송아지 좀 찾아주세요.”

지난 7일 오후 9시 30분쯤 청주시 상당구 미원면 중1리 한 한우 사육농장. 송아지를 가둬둔 축사 문빗장이 풀렸다. 울타리 안에 있던 송아지는 ‘틈’을 놓치지 않았다. 빗장이 빠져 살짝 열린 문을 비집고 탈출(?)을 감행했다.

베테랑 축사 경비원 진돗개가 목이 터져라 짖어 재꼈지만 송아지 무리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유유히 걸음을 옮겨 세상 밖으로 향했다.

탈출극에 가담한 송아지는 모두 8마리. ‘한밤중 대소동’의 서막이 올랐다.

농장주 김모씨(68). 평온한 밤, 느닷없이 울려 퍼진 개 짖는 소리에 놀라 축사를 찾은 그는 두 눈을 비빌 수밖에 없었다. 당일 새벽 청주 우시장에서 데려온 9개월생 송아지 13마리 중 8마리가 온 데 간 데 없이 사라져서다.

김씨에게 사라진 송아지가 주는 의미는 남달랐다.

송아지는 다른 농사를 지으려 4년 동안 떠나있던 축산업계 복귀를 알리는 존재였다. 평소 한우 사육에 관심을 보이다 영농후계자로 나선 아들(41)의 소중한 첫 재산이기도 했다.

달리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김씨는 사라진 송아지를 찾으려 무작정 온 동네방네를 헤집고 다녔다.

하지만 여기까지였다. 혼자 힘으로는 어떤 흔적조차 찾을 수 없었다. 결국 그는 경찰과 119에 도움을 청해야 했다.

신고를 받은 경찰과 소방당국은 축사를 기준 삼아 사방으로 흩어져 수색을 벌였다.

약 2시간이 흐른 뒤 험한 산속에서 ‘송아지를 찾았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집을 나간 송아지 8마리는 삼삼오오 모여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었다.

동부소방서 미원119지역대 관계자는 “송아지는 축사에서 산 계곡 쪽으로 300m가량 떨어진 곳에 무리지어 있었다”며 “워낙 산세가 험해 수색에 어려움이 따랐다”고 전했다.

이날 하루 천당과 지옥을 오간 김씨는 “이날 새벽에 부푼 꿈을 안고서 데려온 송아지가 순식간에 사라져 무척 당황스러웠다”면서 “짧은 시간 동안 애간장이 다 녹을 정도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깜깜한 밤, 랜턴 하나만 들고 송아지를 찾아준 경찰과 소방대원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거듭 고마움을 표했다.

/조준영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