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의 대물림과 결혼
가난의 대물림과 결혼
  • 박진홍 청주시 차량등록사업소 주무관
  • 승인 2020.02.06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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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박진홍 청주시 차량등록사업소 주무관
박진홍 청주시 차량등록사업소 주무관

 

가난이란 소득의 부족, 낮은 지출 수준, 열악한 주거환경, 취약한 건강과 교육 및 기타 사회서비스 수준을 말한다. 가난한 계층의 사람들은 경제적 박탈뿐 아니라 신체·사회문화적, 그리고 심리적 박탈을 경험하며 신체적·정서적·사회적으로 성장하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된다.

가난한 가정의 가족들은 근로활동을 하더라도 고용의 불안정과 취약한 노동조건으로 인한 신체적 위험 또는 모욕 무시 등 부정적 경험에 노출되기 쉽다. 현장에는 가구주가 오랫동안 실직 상태에 있으면 자존감 저하와 우울과 절망을 경험하는 경우가 많다.

이전 부서에서 `가난의 대물림'현장을 경험했다. 매일 기초수급 신청자의 삶을 생생하게 들여다봤다. 그러면서 가난의 악순환은 웬만해선 빠져나오기 힘들겠다, 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은 옛말이구나 하고 생각하게 됐다.

정신지체 1급 남녀가 만나 결혼했는데, 자녀 4명 모두 정신지체를 갖고 태어났다. 장애 아동 양육하는 데 투자하느라 자기 자신을 돌보는 것에 소홀하고 장애 때문에 취직도 힘들었다. 자녀 양육에 힘쓰느라 소득 활동도 힘든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이러한 어려움을 잘 극복하지 못하는 경우 계속되는 갈등으로 가족해체, 장애 아동 양육 포기 및 방치 등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았다.

가난한 집 자녀들은 결혼에 대한 진입장벽이 낮아 보였다. 인생이 막막할 때 결혼을 무슨 인생의 돌파구쯤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었다. 그리고 제대로 준비도 안 된 상태에서 이른 나이에 결혼을 한다.

그들은 살아오면서 부모로부터 제대로 된 양육을 받지 못했고 또 성장과정에서 많은 상처를 받았고, 어른으로서 미성숙한 상태에 머물러 있는 경우가 많았다. 안정된 직장을 가진 이들도 드물었다.

그러면서 어느 날 가난한 집 남녀끼리 구체적인 계획도 없이 아기를 낳고 살았다. 그들의 아기를 보면 어딘가 그늘지고 어두워 보였다. 이상 행동과 폭력적인 면이 보이기도 했다. 부모 스스로가 성장하면서 겪었던 부모 자녀 관계 패턴은 그대로 자신의 자녀 양육에서 반복된다는 말을 어느 심리학자에게 들었다. 그들은 자녀에게도 자신의 상처와 마음의 가난을 대물림하고 있었다.

부모로서 갖춰야 할 최소한의 성숙함과 물질적인 준비가 된 다음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았으면 그들 자녀의 표정도 어둡지도 않고, 이상 행동도 보이지 않았을 것 같다.

기초수급자 조사 업무를 하면서 결혼과 자녀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됐다. 과연 난 자녀에게 상처와 마음의 가난을 대물림하지 않고 좋은 아버지가 될 수 있을까? 한 번 사는 인생! 결혼도 하고, 나를 닮은 자녀와 알콩달콩 살아보고 싶다. 내 미래의 자녀에게 가난과 불행을 대물림하지 않기 위해 최소한의 준비는 하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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