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의 안녕을 담은 돌탑, 청마리제신탑
우리 모두의 안녕을 담은 돌탑, 청마리제신탑
  • 박소연 충북도문화재연구원 교육활용팀장
  • 승인 2020.02.04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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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즈 포럼
박소연 충북도문화재연구원 교육활용팀장
박소연 충북도문화재연구원 교육활용팀장

 

바야흐로 뉴트로의 시대다. 1990년대 인기 음악들이 온라인 탑골공원을 통해 다시 집중 받고, 1900년대풍의 개화기 의상을 입고 찍은 사진이 SNS를 타고 젊은 층에게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뉴트로란 새로움(New)과 복고(Retro)를 합친 신조어로, 비록 옛것이지만 이를 경험하지 못한 젊은 층의 눈에는 새로운 문화로 다가간다. 지금까지 옛날 것이라고 하면 뭔가 고리타분한 구식 물건들이나 문화로 여겼던 젊은이들이 뉴트로의 바람을 타고 과거에 관심을 두게 된 것은 꽤 긍정적인 현상이라 할 수 있다.

인터넷과 통신의 발달로 전 세계가 하나로 이어지고 있는 지금, 통합의 이면에는 우리 고유문화가 사라지고 있다는 그림자를 품고 있다. 더욱이 급격한 생활상의 변화 속에 우리의 전통 민속은 그야말로 빠르게 소멸해가고 있다. 그래서 나라에서는 우리의 전통민속을 지키기 위한 한 방편으로 지역의 중요한 민속자료를 `민속문화재'로 지정하여 관리하고 있다.

민속문화재는 우리 민족이 아주 오래전부터 행해온 신앙, 세시풍속, 생업, 의식주 등 전통 사회의 생활문화가 담긴 물건이 모두 포함된다. 그렇기 때문에 민속문화재는 박물관 가야만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할머니가 사시는 시골에 가면 만날 수 있었던 장승, 옛 기와집, 맷돌 등 우리 일상 곳곳에서 마주치는 것이었다.

우리가 사는 충청북도에도 40여 건의 국가 및 도 지정 민속문화재가 있으며, 그 가운데 충청북도 제1호 민속문화재는 옥천 청마리 제신탑이다. 옥천 청마리 제신탑은 아주 오래전부터 마을의 풍년과 평안을 기원하기 위하여 동제를 지내는 곳으로, 돌탑과 솟대, 장승이 함께 어우러져 있다. 청마리 제신탑은 절에서 흔히 보는 탑과 달리 크기가 일정하지 않은 돌을 둥글게 쌓아 위로 갈수록 좁아지는 원뿔과 같은 형태이다. 그 끝에 5m나 되는 긴 장대를 꼽고 나무로 깎은 새를 올려두었고, 그 옆에는 나무를 깎아 만든 장승을 두었다.

높은 산과 강으로 둘러싸인 인근의 마을들은 옥천 청마리 마을을 지나야 옥천읍내로 나갈 수 있었다. 그리고 험준한 자연환경은 곧 전략적 요충지로 이용되어 주민들의 삶에는 많은 위협요인이 되었을 것이다. 그렇기에 마을 사람들은 돌탑뿐만 아니라 솟대, 장승을 마을 입구에 세워 마을에 불어 닥칠 수 있는 화를 면하고, 마을의 평안을 비는 마음으로 매년 정성껏 제사를 지냈다.

과거보다 마을의 규모도, 사람도 줄어들었지만 이러한 전통은 아직 이어지고 있어 매년 정월대보름이 되면 온 마을 사람들이 돌탑과 솟대, 장승 순으로 제를 올리며 함께 한해의 평안과 소망을 빌며 간절한 제를 올린다.

이처럼 민속문화재는 단순히 옛날 것에서 멈춘 것이 아니라 지금도 여전히 사람들의 삶 속에 살아있다. 사회가 발전함에 따라 당시의 위협요인은 점차 사라지고 있지만, 그때의 그 마음만은 여전히 남아, 나와 우리 그리고 마을의 안녕을 위한 간절한 바람은 지금까지 이어져 내려오는 것이다.

이번 토요일이면 정월 대보름이다. 돌탑 위 휘영청 둥글게 떠오른 달을 상상하며 우리 모두의 안녕을 빌어본다. 올해도 다들 평안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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