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에게 자부심 준 아산과 진천
국민에게 자부심 준 아산과 진천
  • 권혁두 기자
  • 승인 2020.02.02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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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권혁두 국장
권혁두 국장

 

“교민 철수에 애를 써 주신 분들을 보면서 국가를 느꼈습니다”. 최덕기 후베이성 한인회장의 말이다. 정부가 전세기를 투입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확산 중인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 일대 교민 700여명을 국내로 철수시킨 후 한 말이다. 최 회장뿐 아니라 안전하게 고국으로 돌아온 교민들 모두 같은 자부심을 가졌을 것이다. 이들의 가슴 뭉클했을 감회를 말하면서 교민들에게 주거 공간을 내준 아산과 진천 주민들의 용단을 빼놓을 수 없다. 
애초 아산·진천 주민들이 반대하고 나선 데는 정부 탓이 컸다. 교민을 수용할 곳으로 천안시를 검토하다가 돌연 아산·진천으로 변경하는 과정에서 주민들의 분노를 샀다. 정부는 절박한 상황에서 불가피한 선택을 할수 밖에 없는 사정을 정중하게 알리고 양해를 구하는 노력이라도 했어야 했다.
아산·진천 주민들의 성숙한 시민의식은 일언반구도 없이 밀어붙인 무례한 행정까지도 끌어안았다. 주민들은 반대 펼침막을 스스로 철거하고 그 자리에 “우한 형제님들, 생거진천에서 편히 쉬어가십시오”라는 포용의 펼침막을 달았다. 페이스북 등 사회관계망서비스에는 교민을 환영하는 아산·진천 주민들의 손팻말이 넘쳐난다. 아산에서는 교민들의 안전을 기원하는 ‘우리가 아산이다(We are Asan)’는 캠페인도 진행 중이다. 송기섭 진천군수는 그제 “이역만리에서 공포에 떨어야 했던 교민들이 공무원인재개발원에서 마음 편하게 있다가 안전하게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도록 적극 지원하겠다”며 군민의 뜻을 전했다.
아산·진천 주민들은 중국 정부가 봉쇄한 우한에서 공포에 떨다가 가까스로 고국 땅을 밟은 교민들에게 가장 큰 위로와 힘을 선사했다. 후베이성 한인회장이 절절하게 느꼈다는 대한민국이라는 ‘국가’는 이렇게 주민들이 국가의 성원으로써 책무를 다한 아산과 진천에서 구현되고 있다.
그러나 마스크와 세정제 등 예방용품이 품귀현상을 빚는 또 다른 세상은 혀를 차게 한다. 일부 판매업자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확산되며 수요가 폭증하자 매점매석과 가격 인상으로 폭리를 취하고 있다고 한다. 이 때문에 값이 더 오를 것에 대비한 사재기도 벌어지고 있다. 지금 마스크와 세정제는 감염증 확산을 막아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지켜줄 필수용품이 됐다. 그러나 일부 약국이나 편의점에서 품귀현상을 빚고 용품을 제때 납품받지 못하는 병원도 있다고 한다. 그렇지 않아도 허리띠를 졸라매온 서민들은 낙담이 크다.
사재기 현상은 감염증에 대한 국민들의 공포감도 증폭시키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마스크 폭리 행위’를 엄벌해달라는 청원이 진행 중이다. 정부는 위생용품 매점매석과 담합에 엄정 대응하기로 했다. 조만간 고시를 만들어 해당 물품을 사재기하거나 판매를 기피할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5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릴 계획이다. 엄포에 그치지 말고 국가의 우환과 국민의 안전을 볼모로 삼은 몰염치한 행태를 일벌백계로 다스리기 바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의한 중국의 사망자가 그제 300명을 돌파했다. 지난 2003년 중국 대륙을 공포로 몰아넣었던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근) 사망자 추월은 시간문제가 됐다. 역대 최악의 피해를 우려하는 전망이 나오며 중국에 대한 입국 제한 조치를 내린 국가도 62개국에 달하고 있다. 조기 진화가 어려울 것이라는 방증들이 이곳 저곳서 튀어나오고 있다. 정부와 정치권도 최선을 다해야 하겠지만 슬기로운 극복을 위해서는 성숙한 시민의식의 뒷받침이 중요하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조차도 정쟁의 수단으로 동원하는 정치권이 아산과 진천 주민들의 담대한 선택을 교본으로 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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