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不安)
불안(不安)
  • 김현기 여가문화연구소장·박사
  • 승인 2020.02.02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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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을 여는 창
김현기 여가문화연구소장·박사
김현기 여가문화연구소장·박사

 

보험, 종교, 정치, 언론의 공통점이 있다. `불안 마케팅'이다. 이들은 불안으로 자신의 목적을 달성한다. 보험은 일어나지도 않은 미래의 `사고와 병'이 중심 주제다. 당신은 교통사고를 당할 수 있다. 당신은 암에 걸릴 수 있다. 당신은 화재 피해를 입을 수 있다. 이렇게 사람들에게 불안과 걱정을 각인시킨다. 물론 살다 보면 이런 불행을 당할 수 있고 이에 대한 대비로 보험은 필요하다.

그러나 앞날에 대한 불안이 없다면 사람들은 일어나지도 않을 미래의 사고에 대해 꼬박꼬박 보험료를 납부하지는 않을 것이다. 일부 종교는 더 먼 미래를 불안하게 만든다. 착하게 살지 않으면 자신을 믿지 않으면 불지옥에 간다고 한다. 아무도 가본 사람도 없고 보고 온 사람도 없는데 지옥이라는 극단적인 불안을 사용한다. 죽음 이후 불안에서 벗어나기 위해 사람들은 편향된 종교를 믿고 재물을 내놓는다.

정치도 마찬가지다. 정치는 기본적으로 사람들을 평안하게 하는 것이라고 하지만 이는 허황한 구호에 그친다. 우리 현대사에서 독재정권과 불의한 정치세력은 끊임없이 불안을 퍼트린다. 사상과 이념의 잣대로 불안을 조장하고 근거 없는 논리로 반대세력을 탄압한다. 불안을 바탕으로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고 민주주의를 억압한다. 언론은 어떠한가? 언론이야말로 불안을 퍼트리는 일등공신이다. 진실보도를 앞세우면서도 근거 없는 소문을 확인도 없이 퍼트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가짜 뉴스를 넘어 사회를 분노와 불의, 불안으로 가득 차게 만든다. 이들의 근거 없는 불안 조장은 사람들을 불행하게 만들고 정상적인 국가 시스템을 붕괴시킨다.

어느 정도 불안은 삶에 필요하다. 불안이 있어야만 위험을 피할 수 있고 부정과 부패를 막을 수 있다. 불안이 있어야만 사고를 예방하고 미래를 준비할 수 있다. 불안은 진화과정에서 얻은 일류의 가장 강력한 생존전략이다. 문제는 이 불안을 의도적으로 키우고 확대하여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려는 세력들이다. 이들은 과도한 불안을 조장하여 사회를 통제불능상태로 만들고 이를 이용해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려고 한다.

행복의 가장 큰 적은 불안이다. 불안-不安은 말 그대로 편안하지 않은 것이다. 마음이 편안한 상태를 행복이라고 볼 때 불행은 행복의 반대가 된다. 행복해지려면 불안을 잘 극복해야 한다. 두 가지의 불안이 있다. 하나는 사회적 불안이고 또 하나는 개인적 불안이다. 개인적 불안은 자신의 마음상태에 따라 결정되고 사회적 불안은 제도와 시스템에 따라 달라진다. 제도 개혁으로 사회적 불안을 감소시키고 행복교육으로 내적 불안을 극복해야만 행복해 질 수 있다.

불안을 없애는 제일 좋은 방법은 `연민과 포용'이다. 연민과 포용은 뇌의 신피질에서 만들어지는 고등적 인지과정의 산물이다. 깊은 성찰과 헤아림으로 타인의 상처와 아픔을 이해하고 공감한다. 자신의 것을 내어주고 포용함으로써 불안을 없애고 편안해진다. 인간의 사회적 능력과 공동체 유지는 연민과 포용에서 발현한다. 공동선 추구라는 위대한 인류애도 연민과 포용에서 시작된다.

신종 코로나로 극도의 불안에 휩싸인 우한 교민들을 따뜻하게 맞이해준 진천과 아산 사람들의 마음이 큰 울림을 준다. 정부의 현명하지 못한 의사결정 과정에 화도 났지만 어려움에 처한 동포들을 외면하지 않고 받아들인 이들의 연민과 포용의 정신은 성숙함 그 자체다. 불안 마케팅을 일삼는 정치권보다 근거 없는 불안 바이러스를 퍼트리는 가짜 뉴스보다 훌륭하다. 자신이 받을지도 모를 위험과 손해를 무릅쓰고 연민과 포용으로 어려움에 처한 이웃을 받아들였다. 진천과 아산의 시민들에게 큰 박수를 보낸다. 연민과 포용의 정신으로 불안을 극복하고 우리 앞에 닥친 재난을 함께 이겨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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