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새해 소망-2
2020년 새해 소망-2
  • 방석영 무심고전인문학회장
  • 승인 2020.01.30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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時 論
방석영 무심고전인문학회장
방석영 무심고전인문학회장

 

천상운집(千祥雲集)이라는 말이 있다. 새해 덕담으로 인구에 널리 회자되고 있는 사자성어로, 천 가지의 온갖 상서로움이 구름처럼 모여든다는 의미다. 천상운집이란 말은 중국의 도가류(道家類) 경서(經書)인 문창제군음즐문에서 유래된 사자성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한 착한 일을 권장하고 좋지 않은 일을 경계하는 도교의 경신록(敬信錄)에도 등장하는 말로, 이 책은 조선시대 `경신록언해'로도 편찬된 바 있다.

천상운집은 천 가지 상서로운 일 즉, 모든 면에서 온갖 좋은 일이 생기라는 염원을 담은 말이다. 그런데 천상운집이 천양운집(千洋雲集)으로 오기(誤記)된 채, 오남용 되고 있어서 문제다. 일부 언론들까지도 상서로울 상(祥)을 바다 양(洋)으로 오기한 채, 버젓이 천양운집이란 말을 쓰고 있을 정도다.

물론 말과 글은 뜻을 전달하는 도구로, 그 의미가 시대에 따라 변하기도 하고, 말 자체가 사라지기도 하고, 새로운 말이 생겨나기도 한다. 언어는 사회성과 역사성을 띠기 때문에 자연스런 현상이다. 이와 같은 까닭에 공자님께서도 사달이이의(辭達而已矣) 즉, 언어를 통해 뜻을 상대에게 전달하면 그뿐이란 말씀을 하신 바 있다. 꼭 이 말을 써야만 되고, 저 말을 쓰면 안 된다는 법은 어디에도 없다.

그러나 드러내고자 하는 뜻이 불분명해지는 말을, 그것도 한자를 잘 모르는 자의 실수에 따른 오기로 인해 잘못 사용되고 있다면 바로잡아야 한다. 아무리 좋게 봐서 바다 양(洋)을 풍수적 측면의 의미에 초점을 맞추어 재물로 보고, 천양운집을 천의 바다처럼 수많은 재물이 몰려들라는 즉, 요즘 말로 대박나라는 의미의 덕담으로 볼 수도 있다.

물질 만능의 자본주의 폐해가 심각한 시대에 새해부터 밑도 끝도 없이 천양운집 즉, 천 개의 바다처럼 많은 재물을 모으라는 것은 그리 훌륭한 덕담은 못된다. 결혼을 못한 사람은 결혼을 하고, 건강이 나빠진 사람은 건강을 회복하는 등 각자 각자의 필요에 따른 온갖 상서로운 일이 생기라고 기원해주는 천상운집이 더 바람직한 말일 듯하다. 따라서 새해엔 천상운집이란 좋은 말을 놔두고, 굳이 비슷한 글자 모양을 보고 누군가가 착각해서 쓰기 시작한 천양운집이란 말을 아무 생각 없이 따라 쓰는 일은 없기를 소망한다.

차제에 일부 언론들이 앞을 다투어 매년 양력 1월 1일 신정만 되면, 그 해를 상징하는 12지지의 동물과 천간으로 오는 십간의 색깔을 결합해서 황금돼지해니, 흰 쥐띠해니 하면서 새해 분위기를 한껏 띄우는 짓도 일소되기를 소망한다. 금년 2020년 1월 1일부터 일부에서 떠들어댄 것처럼, 흰 쥐띠해인 경자(庚子)년이 시작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태양계에서 가장 큰 행성인 목성(木星)이 우리 지구별에 미치는 1년 동안의 영향력을 표시하는 간지는 매년 봄이 시작되는 입춘(立春) 절부터 새롭게 바뀌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금 이 글을 쓰는 현재의 시점은 경자(庚子)년이 아니다. 일부에서 지난해 1월 1일 신정을 기점으로 황금돼지해라고 그토록 추켜세웠던 기해(己亥) 년의 마지막 달일 뿐이다. 그리고 흰 쥐띠해인 경자(庚子)년이 시작되는 시점은, 양력 1월 1일인 신정도 아니고, 음력 1월 1일인 구정도 아니다. 봄으로 접어드는 오는 2월 4일 오후 5시 44분 입춘 시부터 경자(庚子)년이 시작된다.

새해에는 모든 사람이 말 한마디를 하더라도 아무 생각 없이 습관적으로 사용하거나 누군가를 따라하는 일이 없기를, 언제나 또렷하게 깨어 있는 올바른 생각으로, 올바른 말과 올바른 행동을 함으로써 올바른 세상이 펼쳐지기를 소망한다. 공자님께서 말씀하신 “지지위지지(知之爲知之) 부지위부지(不知爲不知) 시지야(是知也)” 즉, 아는 것은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하는 이것이 제대로 아는 것이란 가르침처럼, 모든 사람들이 아는 것은 안다고 말하고,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말하는 올곧은 세상이 도래하길 간절히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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