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부르는 손짓
세계를 부르는 손짓
  • 김용례 수필가
  • 승인 2020.01.30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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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김용례 수필가
김용례 수필가

 

바람 끝이 차다. 그런데 로마의 하늘은 가을 하늘처럼 짙게 푸르다. 나는 지금 꿈을 꾸고 있는 듯하다. 닿을 수 없는 곳이라 생각했던 그 자리에 내가 있으면서도 믿기지 않는다. 영화 천사와 악마에서 보았던 그 천사의 동상 앞에 그 성당 앞에 내가 서 있다.

설날 차례 상을 대충 물리고 곧바로 짐을 쌌다. 명절에 짐을 싸 어디론가 떠날 수 있다는 것은 상상으로도 못 했던 일이다. 수년 전 책 `다빈치코드'를 읽고, 영화를 보면서 내 언젠가는 루브르 박물관을 꼭 한 번 가보리라 마음먹었었다. 직장에 다니는 딸아이가 엄마도 한 번쯤은 유럽에 가봐야 하지 않겠느냐며 기꺼이 시간을 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사람의 띠가 걷고 있다. 이곳은 로마 베드로성당, 그림을, 조각을, 건축을 보려고 수많은 사람이 줄을 서 있다. 사람도 풍경이다. 다른 사람들은 쉬운 일인지 몰라도 나에겐 큰돈과 시간을 이순이 되어 큰 맘 먹어 본 일이다. 피부색과 언어가 다른 이국 사람들과 줄을 서 있는 것조차 꿈인듯하다. 웅장한 건축물과 거대한 그림들 수많은 조각 작품들 모두가 강렬하게 들어온다.

미켈란젤로의 조각품 피에타를 보는 순간 가슴에서 무언가 뜨거운 것이 뭉클하고 올라왔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다. 작품으로만 본다면 죽은 자식을 어미가 안고 슬프게 바라보고 있는 형상이다. 그 형상에서 영혼이 깃들어 있는 것이 내게 들어왔다. 한 시간은 족히 바라보고 서 있었다. 무엇이 나를 이 조각상에서 떠나지 못하게 하는가. 이 조각품만 수십 장의 사진을 찍어도 만족스럽지가 않았다. 미켈란젤로 이 남자의 예술세계는 도대체 어디까지인가. 이 남자에 대한 호기심이 생긴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흘러갔다. 밥을 먹긴 많이 먹은 것 같은데 허기가 채워지지 않는다. 더 먹고 싶은 아쉬움 때문에 숟가락을 쉬 내려놓지 못한 느낌이랄까. 더 놀고 싶은데 더 놀다가라고 잡아 주는 이가 없다. 파란 눈의 남자가 손을 내밀었으면 덥석 잡았을지도 모를 일이다. 빈말이라도 잡는 시늉만 했어도 못이기는 척 눌러 있고 싶었다. 거기서 이 멋진 남자 조각가이면서 베드로 성당 천장화를 그린 미켈란젤로, 그와 그 그림들과 조각 작품들을 만족 할 때까지 보고 또 보면서 머물고 싶었다.

작가는 작품으로 말하는 것이다. 수없이 들어온 말이다. 예술은 사람을 부르는 손짓이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좋은 작품만 있으면 초청하지 않아도 사람들이 몰려간다. 나도 큰돈과 시간을 투자해 스스로 찾아갔다. 좋은 작품을 보면서 감탄하고 가슴이 두근거리는 떨림 그것이 마음을 뜨겁게 한다.

사람들은 무엇에 목말라하는가. 나와 다른 세상에 대한 호기심이 없다면 그 사람은 죽은 사람일 게다. 나와 다른 그들의 삶과 그들의 역사와 그들의 예술세계를 보면 볼수록 다양하고 신기하다. 여행은 미지의 시 공간을 경험하는 것이다. 일상에 빠져 있던 자신을 새롭게 발전시킬 수 있는 힘을 얻고 소중한 성찰의 시간도 갖는 것이다. 만약에 나에게 이런 기회가 또 주어진다면 더 오래, 더 많이, 더 깊은 눈으로 느끼고 싶다. 세상에는 나를 부르는 손짓이 수도 없이 많다. 하여 나는 손짓하는 그곳이 어디가 됐든 내 다리가 허락하는 한 찾아가 즐겨 볼 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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