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비현상은 안된다
님비현상은 안된다
  • 석재동 기자
  • 승인 2020.01.29 20: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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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석재동 부장
석재동 부장

 

“청주공항에서 우한 교민들이 내린다면 이동경로를 최소화시키기 위해서라도 청주의 공공시설에 격리수용하는 것이 옳다.”

충남 천안시장 보궐선거에 나선 자유한국당 박상돈 예비후보가 지난 28일 정부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일명 중국 우한 폐렴과 관련해 우한 교민들에 대한 송환을 추진하면서 천안의 공공시설에 격리 수용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지자 낸 반대 보도자료 중 일부이다.

이 보도자료를 보면 아무리 천안시장 예비후보로서 지역사랑을 표현한 주장이라고 할지라도 재선 국회의원을 지낸 사회지도층의 발언이라곤 믿어지지 않는다.

공공의 이익은 되지만 자신이 속한 지역에는 이익이 되지 않는 일을 반대하는 행동을 지칭하는 님비현상의 전형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박상돈 예비후보가 내세운 천안불가론의 주요논리가 된 많은 인구, 교통요충지 등도 타지역 주민들로선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 투성이다. 청주는 인구와 교통인프라 등에서 절대 천안에 뒤처지지 않는 대도시이다. 그런 청주엔 격리수용이 가능하고 천안에 안된다는 논리는 도대체 어디서 나온 것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여기에 천안지역 정치권도 여야를 떠나 격리수용지 천안불가론을 내세우며 핏대를 세웠다. 지역 일간지와 전국단위 일간지는 이를 앞다퉈 보도하며 천안홀대론 등 지역갈등을 조장하기도 했다. 일부에선 중국인 혐오를 부추기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이 같은 소동이 벌어진 뒤 하루가 지난 29일엔 충북 진천, 충남 아산에서 비슷한 현상이 재현됐다. 정부에서 주민반발이 심한 천안이 아닌 진천과 아산에 위치한 공공시설에 우한 교민 격리 수용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진 데 따른 것이다.

해당 지역 주민들은 “왜 하필 우리 지역이냐”며 격리시설로 거론되는 공공시설 진입도로를 농기계로 막는 등 반발했다. 해당 지역 정치권과 주민단체들이 반대하고 나선 것도 천안과 비슷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반대 글을 올린 것도 똑같았다.

모든 국민이 내가 사는 지역은 안된다고 하면 우리나라 국민인 우한 교민들은 어디로 가야 하나. 세계보건기구(WHO)도 중국인 입국금지를 권고하지 않고 있다. 중국인 입국금지조치를 취한 나라도 없다. 그러는 사이 오늘도 중국여행객들은 자유롭게 우리나라를 드나들고 있다. 정작 우리나라 국민인 우한 교민들의 송환을 받아주는 지방자치단체는 없는데 말이다.

물론 정부에서 각종 조처를 내놓고 있지만 3, 4번째 감염자의 확진 소식이 전해지면서 국민적 불안이 커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방역이 뚫렸다고 단정하기엔 이르지만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기엔 충분한 상황이다.

하지만 현재 상황에서 분명한 건 우한 교민은 발병지 거주자였을 뿐 보균자가 아니고, 언제 어디서든 국가의 보호를 받을 권리를 가진 국민이라는 사실뿐이다.

현 상황에선 님비현상의 일반화와 혐오와 배제가 아닌 서로의 처지를 이해하고 배려하려는 성숙한 시민의식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국가의 재난대응 매뉴얼을 믿고 따르는 국민적 대정부 신뢰도 매우 중요하다. 정부의 신속하고 투명한 정보공개와 과학적이면서 냉철한 대처는 대정부 신뢰도를 높이는 기본 중의 기본이다.

만약 내 가족이나 지인 중 누군가가 우한 교민으로 있다면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답은 간단하다. 확인되지 않은 가짜뉴스나 혐오감 조성보다 공포에 떨고 있는 우한 교민들에게 먼저 내미는 국민들의 따뜻한 손, 그 손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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