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위한, 사람이 아름다운 관광도시
사람을 위한, 사람이 아름다운 관광도시
  • 정규호 문화기획자·칼럼니스트
  • 승인 2020.01.28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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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단상
정규호 문화기획자·칼럼니스트
정규호 문화기획자·칼럼니스트

 

청주가 문화체육관광부 관광거점도시 선정 심사에서 최종 탈락했다. 청주는 5년간 최대 500억원 규모의 국비가 지원되는 관광거점도시 선정 공모에 나서 1, 2차 심사까지 가는 경합을 벌였으나 마지막 3차 관문을 넘지 못했다.

관광거점도시는 100% 가까이 수도권에 집중되는 외국인 관광객의 분산을 위해 문화체육관광부가 의욕을 갖고 시작한 사업이다.

문체부는 이번 공모 과정을 광역자치단체를 대상으로 하는 국제관광도시와 지역관광거점도시로 나누어 심사했다. 부산을 국제관광도시로, 강원 강릉시, 전북 전주시, 전남 목포시, 경북 안동시 등 4곳을 지역관광거점도시로 각각 선정했다. 경기권의 경우 일찌감치 서류심사에서 탈락시키는 등 수도권 집중 현상의 해소라는 당초 공모 취지에 부합하는 듯 했으나, 충청권이 제외된 것은 아쉽다.

필자는 이번 공모선정 과정에서 관광거점도시 청주의 대표 브랜드를 `Human Beauty 청주! 지구촌, 아름다운 사람들을 위하여!'라는 컨셉트로 제안한 당사자여서 이번 고배가 한결 더 쓰디쓰다.

이미 쏟아진 물을 다시 담을 수는 없는 노릇이지만 문체부의 이번 관광거점도시 선정 과정은 반드시 반추해야 할 일이다. 영·호남이 각각 2곳, 강원권 한 곳을 선정하면서 충청권을 배제했다는 점은 총선을 앞둔 정치지형과 결코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부산을 비롯해 전주와 안동, 목포, 강릉 등 선정된 도시들은 청주에 비해 전통적으로 관광 도시로써의 명성이 높은 곳이다. 필자를 비롯해 공모에 대응했던 청주시청 관광정책과 공무원을 비롯한 기획팀은 1차 심사 이후 경쟁도시의 면면을 보며 가장 우려했던 부분이다.

그러나 관광거점도시가 외국인 관광객의 수도권 집중 현상의 해소와 더불어 권역별, 거점별 새로운 관광 자원의 개발이라는 과제를 얼마나 해결할 것인지, 변화를 두려워하는 정책 결정은 아닌지 의심은 있다.

관광거점도시 청주의 브랜드 목표 `Human Beauty 청주'는 몇 가지 청주의 강점에서 착안한 것이다. 첫째, 국내 화장품 생산의 35%를 차지하는 청주의 K-뷰티 산업에 대한 자부심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수차례 강조했던 K-뷰티 산업을 관광으로 연계하겠다는 의지인데, 우수한 화장품 생산지로서의 자부심을 K-뷰티 체험관광을 통한 소비로 이어지게 하는 것은 명승지를 Sight seeing하는 기존의 관광 패러다임과는 그 근본부터 다르다. 청주에는 전국에 6개뿐인 미용전문고등학교가 있다.

둘째로 유네스코 국제기록유산센터를 활용한 감성만족의 관광이 `Human Beauty 청주'에는 담겨있다. 인류가 남긴 기록이 첨단 반도체 산업으로 이어지면서 외국인 관광객 개개인의 추억을 기억함으로써 마음이 풍요로워지는 것은 모두 Memory로 통한다. 이 둘이 더해져 청주는 비로소 몸과 마음이 아름다운 도시를 대표할 수 있다.

청주는 천년 역사를 자랑하는 도시이다. 그러나 전주와 목포, 안동, 강릉처럼 눈에 뜨이는 명승의 관광지로 내세우기에 부족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청주는 역사적 물성을 뛰어넘는 인간 승리의 비물질적이고 정신적인 가치가 있다. 인류의 가치체계를 바꾼 금속활자의 위대한 창조성과 더불어 일상에 문화적 가치를 더하는 문화시민으로서의 긍지, 그리고 시민 공동체를 통해 거듭나는 도시재생의 탄탄한 저력 또한 세계 관광시장에 당당하게 내놓아도 전혀 손색이 없다.

바야흐로 관광은 단순한 볼거리에서 벗어나 이질적이고 다양한 사람들과의 만남과 문화 체험으로 그 패러다임이 크게 바뀌고 있다. 인공지능과 가상현실이 갈수록 첨단화되고 있는 시대상황에서 `사람을 위한, 사람에 의한 Human Beauty 청주'는 오래 기억되는 도시로 나아가는 패러다임 변화의 시작에 불과하다.

청주국제공항과 KTX분기점인 오송역은 청주를 연결 거점으로의 필요충분조건으로 마땅하다. 청주에 오면 K-뷰티를 통해 아름다움을 향한 인간의 욕망을 충족할 수 있고, 또 청주에 사는 사람들을 통해 관광객의 심성까지도 푸근해질 수 있다.

청주는 아름다운 사람들의 한결같은 거점인, 깊은 도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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