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경찰 ‘인사가 만사다’
충북 경찰 ‘인사가 만사다’
  • 하성진 기자
  • 승인 2020.01.28 20: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데스크의 주장
하성진 부장
하성진 부장

 

`근무 기간 4년 이상 된 보직은 모두 바꿔라'

노승일 충북경찰청장이 연초 경정급 이하 전보인사를 앞두고 `물갈이'라는 인사 카드를 꺼냈다.

충북청은 경정급 이하 경관들에 대한 인사 내신을 마친 후 이번 주쯤 전보인사를 단행한다.

인사를 앞두고 `눈치싸움'이 팽팽하다. 그동안 총경 승진의 길목으로 자리 잡았던 핵심 보직 틀이 변화하다 보니 예전처럼 요직을 꿰차려는 이전투구식 쟁탈전은 아니지만, 근무평정에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한 소리 없는 전쟁과도 같다.

충북청 내 경정·경감급 보직 가운데 근무 기간이 4년 이상 된 자리는 7곳이다. 여기에 올해 총경 승진으로 공석이 된 강력계장과 경무계장, 주재관 파견근무로 빈 외사계장자리까지 합하면 10자리가 물갈이된다. 자리는 10곳이지만 내부공모를 통해 이미 정해진 강력·경무·외사계장의 직전 보직을 합하면 이동하는 간부들은 20여명에 이른다고 보면 된다.

충북 경찰 조직의 허리 역할을 하는 경정급, 각 기능의 실무를 맡고 있는 경감급이 대거 물갈이되는 것이다.

가장 핫한 보직으로 떠오른 경무계장 자리는 김상민 대테러의경계장이 꿰찼다. 경무계장 자리는 상당수 경정이 눈독을 들였다.

이 보직은 청장을 가까이서 보좌하며 친밀도를 형성할 수 있어 본청을 비롯한 대부분 지방청에서 `꽃보직'으로 자리 잡았다. 충북청도 경무계장 자리에서만 최근 5년 동안 2명의 총경이 나왔다.

각종 범죄에 긴밀히 대처하고 수사 방향을 지휘하는 강력계장은 한동희 과학수사계장이 맡았다.

이 보직은 매일 오전 청장과 눈을 맞추면서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

이번 인사 방침을 두고 청 내 반응은 일단 긍정적이다.

간부들 개인에게는 다양한 업무능력을 키워주고, 조직 전체로 볼 때는 분위기 쇄신과 함께 공평한 인사문화가 정착되기 때문이다.

그동안 충북청은 총경 승진의 길목인 요직을 꿰차려 이전투구식 경쟁을 벌이는 악습이 매년 반복됐다.

`알토란'같은 몇몇 요직은 지방청장에게 수시로 보고하는 체계가 갖춰져 있고, 청장을 가까이서 보좌하며 친밀도를 형성할 수 있어 인사상 혜택을 받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지방청에서 근무하다가 승진하면 일선서로 자리를 옮기는 게 관행인데도 상당수가 경정 계급장을 달고 수년째 청 내에 머물며 주요 보직을 꿰찼다.

몇몇 간부는 줄곧 청 내에서만 근무한 데다 핵심 보직을 `장기집권'해 눈총을 받았다.

올해도 주요 보직을 놓고 눈치싸움이 한창이다.

일각에서는 인사 적체 등에 따른 시스템적 문제에서 파생된, 당연한 결과라는 해석이 있다.

여러 명의 경정이 길게는 5년 이상 승진권에 머물다 보니 `프리미엄'이 붙는 보직을 차지하려 하기 때문이다.

4년에 한 번씩 보직을 순환시키고 있지만 고착화된 `요직 쟁탈'현상이 완전히 소멸하기는 시간이 필요할 듯하다.

볼멘소리도 나오고 있다.

일부 경정들이 새로운 보직으로 이동하면서 함께 근무했던 경감들의 손을 잡고 간다고 한다.

한 기능에서 계장, 반장들이 한 번에 다 빠진다는 얘기다. 후임자의 부담은 차치하고 해당 기능의 업무가 한동안 마비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인사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만사(萬事)'가 되지만 어떤 때는 `망사(亡事)'가 되기도 한다.

충북 경찰의 `인사'가 `만사'가 되길 기대해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