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잉 대응이 낫다
과잉 대응이 낫다
  • 이재경 기자
  • 승인 2020.01.27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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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이재경 국장(천안)
이재경 국장(천안)

 

이번 설을 맞아 모인 가족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예년과 달리 정치가 아니었다.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발생한 변종 폐렴이었다.

설 명절 기간을 맞아 공포는 더욱 확산했다. 연휴 기간 환자 수는 불과 사흘 만에 40명에서 80명으로 두 배나 늘었다. 세계 경제에도 먹구름이 끼고 있다. 경기 전망의 지표가 되는 국제 유가가 크게 하락했다. 25일 뉴욕상업거래소(NYME

X)에서 3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배럴당 2.5%, 1달러 40센트 하락한 54달러 19센트로 마감됐다. 3일 연속 하락한 것으로 지난 한 주 동안의 낙폭은 무려 7.5%에 달한다. 이 같은 유가 하락세는 우한 폐렴 공포에 따른 여행 수요 감소와 경기 불확실성에 따른 수요 감소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항공유의 감소 폭이 더욱 컸다.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우한 폐렴이 빠르게 확산하면서 여행과 경제성장에 타격을 줄 경우 하루 약 26만배럴(항공유 17만배럴 포함)의 원유 수요를 제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세계 증시도 하락세로 돌아서는 모양새다. 거칠 것 없어 보였던 미국 증시는 우한 폐렴 발생 여파로 주요 지수가 일제히 하락했다. 다우존스 20 산업평균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0.58%, S&P 500 지수는 30.07포인트(0.90%) 하락한 3,295.47을 기록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87.57포인트(0.93%) 떨어진 9,314.91로 가장 낙폭이 컸다.

한국 증시도 약세다. 특히 여행 관련주의 낙폭이 컸다. 열흘 전 5만8000원을 찍었던 국내 대표 여행주 하나투어는 7거래일 만에 20% 가까운 4만9100원으로 추락했다. 모두투어 역시 열흘 전 1만9600원에서 23일 1만6200원으로 20%나 곤두박질 쳤다. 미중 무역 분쟁 해소 기대감으로 상승했던 주가가 우한 폐렴 공포로 한 달여 간의 상승분을 그대로 반납했다.

문제는 사태가 좀처럼 가라앉을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중국 정부가 최대한 화면 송출을 자제(?)하고 있지만 유튜브 등 SNS를 통해 접할 수 있는 현지 실태는 공포 그 자체다. 거리나 건물 곳곳에서 쓰러지는 환자들과 이들을 후송하는 방역 당국 관계자의 허둥대는 모습은 충격적으로 받아들여졌다.

정부의 미흡한 초동 대처를 비난하는 중국인들이 분노도 하늘을 찌르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따르면 우한시와 후베이성의 여러 대형 병원들은 폐렴 치료를 위한 의료용품을 제때 공급받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실제 한 병원에서는 의사와 간호사가 24시간 대기하는 상황에서 한 과에 지급되는 마스크가 하루 다섯 개에 불과한 실정으로 의료진의 안전마저 위협을 받고 있다.

우한시 당국의 허술한 방역 관리에도 화살이 집중되고 있다. 사태의 발원지로 의심받는 도심 한복판의 수산물 도매시장의 야생 동물 불법 거래를 방치한 점, 비위생적인 도축 과정에도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설 연휴를 맞아 27일 단국대병원, 순천향대천안병원이 병원 환자 가족들의 병 문안을 전면 통제하고 나섰다. 국내 병원 중에서는 처음이다. 천안은 2015년 메르스 발생 초기 단국대병원에 양성 환자가 입원 격리돼 비상이 걸렸던 지역이다. 하지만, 국내 다른 의료 기관, 병의원들의 대응은 아직 너무 태평인 것 같다. 5년 전의 악몽을 떠올리지 않더라도, 당연히 과잉 대응이 늑장 대응보다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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