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상언 변호사의 출마선언을 보는 눈
곽상언 변호사의 출마선언을 보는 눈
  • 석재동 기자
  • 승인 2020.01.22 19: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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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석재동 부장
석재동 부장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 곽상언(49) 변호사가 22일 보은·옥천·영동·괴산(동남4군)에서 18대 총선에 출마하겠다고 밝혔다. 정당은 노 전 대통령 정신을 계승하고 있다고 자처하는 더불어민주당이다.

곽 변호사는 최근 주소지를 영동으로 옮기고 지난 15일엔 민주당 서울시당에서 충북도당으로 적을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동남4군 예비후보 등록자는 2명(성낙현·김백주)이나 되지만 내심 중량감 있는 인사의 출현을 기다리던 민주당에선 반색하는 분위기가 읽힌다. 하지만, 지역연고가 거의 없는 인사의 출현을 바라보는 동남4군 지역민과 정치권의 속내는 복잡하기만 하다. 노 전 대통령도 충북과 크게 인연이 없고, 곽 변호사도 본적이 영동인 것을 빼면 충북과의 접점을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서울에서 태어난 곽 변호사와 충북과의 인연은 본적이 영동이라는 것을 빼면 아직까지 널리 알려진 사실이 없다.

이를 의식한듯 곽 변호사는 이날 민주당 입당식에서 “영동은 지난 100년 이상 제 조상께서 사셨던 곳”이라며 “민주당 입장에선 험지라고 하지만, 기꺼이 제 정치를 조상 넋이 깃든 충북에서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장인어른의 후광이 깃든 곳이 아닌 자신의 뿌리에서 출마하겠다는 것이다.

곽 변호사는 노 전 대통령의 후광을 노린 출마라는 눈총을 의식한 듯 “곽상언이라는 이름 석자로 제 소명 찾겠다”고도 했다.

그는 “세상 사람들은 여전히 저를 노 전 대통령의 사위로 부른다. 어쩌면 당연한 것”이라며 “하지만 오늘부터는 곽상언이라는 이름 석자로 제 소명을 찾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어 “그것이 수많은 이들이 따르고자 하는 어르신의 큰 정치와 뜻을 따라가는 길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동남4군은 박정희 전 대통령 부인 육영수 여사의 생가(옥천)가 있는 전통적인 보수 텃밭으로 민주당에선 험지로 분류한다. 현재도 박덕흠 자유한국당 의원(재선)이 현역으로 버티고 있다.

그렇다고 이 지역이 민주당에서 넘볼 수 없는 벽은 아니다.

이 지역은 박 의원이 국회 입성하기 전엔 민주당계열의 이용희 전 국회부의장의 아성으로 불리었다. 2004년 열린우리당(현 민주당)으로 당선됐던 이 전 부의장은 2008년 선거에선 자유선진당으로 당적을 바꿔 국회에 입성했다.

하지만 2012년 선거에서 아들 재한씨가 이 전 부의장으로부터 지역구를 물려받아 출마했으나 박덕흠 의원에게 고배를 마셨다. 4년 뒤인 2016년 리턴매치를 벌였으나 역시 박 의원이 승리했다. 박 의원은 지난 8년간 지역구를 탄탄하게 관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런 동남4군에 곽 변호사가 출마를 선언했다. 공교롭게 박덕흠 의원의 고향은 옥천이다. 곽 변호사가 공천을 받는다면 정치권에서 선호하는 영동과 옥천의 지역대결구도가 짜여진다.

낯선 곽 변호사의 출현을 지역민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알 수 없다. 그의 공천이 100% 확정된 것도 아니다. 충북은 여야 어느 정당에도 당선이 보장된 지역도 아니다. 분명한 건 그의 등장으로 동남4군은 21대 총선정국에서 전국적인 주요 관심지역이 됐다는 것이다.

곽 변호사는 지난 2014년부터 전기요금 누진제의 부당함을 주장하며 전기요금 부당이득 반환 청구 소송을 벌인 것으로 유명세를 탔다. 출마선언과 함께 다시 유명세를 타고 있는 그를 충북, 그중에서도 동남4군 주민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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