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부터 달라지자
나부터 달라지자
  • 임헌영 청주시 흥덕구 세무과 주무관
  • 승인 2020.01.21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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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임헌영 청주시 흥덕구 세무과 주무관
임헌영 청주시 흥덕구 세무과 주무관

 

공무원 면접 준비를 할 때 가장 단골로 나오는 질문 중 하나는 “공무원으로 가장 요구되는 덕목이 무엇인가?”이다. 친절, 성실, 봉사, 정직 등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겠지만 면접 준비생 10명이면 10명 모두 `청렴'을 답한다. 다소 진부한 질문이고 대답이지만 그만큼 청렴은 공무원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이다. 청렴을 가장 중요시한다는 것은 국민의 대행으로 업무처리를 하는 공무원 직업 특성상일 수도 있지만 그만큼 국민들의 신뢰를 받지 못한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청렴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조선시대의 청백리 제도부터 현재의 부패방지법, 김영란법 제정까지 수많은 제도를 통해 개선을 노력해왔다. 하지만 매번 뉴스로부터 들려오는 공직자들의 비리, 특혜, 온갖 의혹들은 국민들에게 실망감을 안기고 분노하게 해 거센 질타를 받고 국민들이 거리로 나와 시위를 하는 원인을 제공한다.

매번 입방아에 오르는 공무원의 청렴에 대해 곰곰이 생각을 해봤다. 과연 청렴하다는 것이 어떤 것일까? 단순히 처음에는 청렴하지 않다는 것은 뇌물을 받거나 그에 상응하는 무엇인가를 받는 1차적인 의미만을 생각했다. 그렇게 보면 아직 말단 공무원인 나는 청렴하다고 무조건 볼 수 있는 것일까? 이렇게 생각해보니 청렴이라는 것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그런 것뿐만 아니라 좀 더 범위를 확장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청렴하지 않다는 것은 공평하지 못하다는 것이 의미한다. 남들이 갖지 못한 기회를 공평하지 않게 취하는 것뿐만 아니라 제공할 때도 역시 청렴하지 못하다고 말할 수 있다. 공무원은 기본적으로 법을 기준으로 업무처리를 하게 된다. 하지만 법은 포괄적인 부분이 많기 때문에 모든 상황에 적용시키기가 쉽지 않다.

이렇게 법의 허점이 노출된 상황에서 타의든 자의든 간에 이 부분을 악용해 공평하지 못한 기회를 특정인에게 제공할 때 소위 말하는 부패한 공무원이 되는 것이다. 비록 그것이 뉴스에 나오는 부정부패와는 규모가 다를지언정 청렴하지 못한 행동을 한 것은 동일하니까 말이다.

일을 하다 보면 가장 많이 듣는 말이 “국민이 낸 세금으로 일하면서 이것밖에 일 처리를 못하느냐”이다. 맨 처음 발령받고 일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이 말을 들을 때면 가끔은 억울한 생각이 들기도 했다.

나는 열심히 하고 있는데 왜 알아주지 못할까. 하지만 민원인 입장에서는 이곳이 아닌 다른 곳에서 차별적인 민원 처리를 받았을 수도 있고 이것이 공무원은 청렴하지 않다는 인식으로 이어졌을 수도 있다. 나 역시 나도 모르는 사이 누군가에는 차별적으로 대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청렴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작은 것이 모여 큰 것을 이룬다는 뜻인 집소성대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나 하나 바뀐다고 달라질까'가 아닌 `나부터 달라지자'라는 마음가짐으로 일하다 보면 언젠간 부정부패한 공무원 뉴스보다 청렴한 대한민국 공무원 뉴스 소식이 많아지는 사회가 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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