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한 털실의 선한 영향력
신기한 털실의 선한 영향력
  • 배경은 독서논술강사
  • 승인 2020.01.21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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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배경은 독서논술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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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인터넷에 `선한 영향력 가게'라는 말이 자주 읽히곤 한다. 한 파스타 가게 사장님이 시작했다. 결식아동 꿈나무 카드를 보여주면 파스타 가게에 있는 모든 메뉴를 먹을 수 있다고 한다. 소방공무원에게도 무료로 음식이 제공되며 헌혈증과 음식을 바꾸기도 한다. 뉴스를 접한 전국 300여 곳의 매장이 함께 `선한 영향력'의 정신을 이어가고 있다. 지금은 음식점뿐만 아니라 체육, 미용시설 등도 함께 연대하고 있다. 개인주의 의식이 팽배해지고 나에게 모든 초점이 맞춰지는 세대풍습에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생각하게 된다.

`선한 영향력'이라 하면 떠오르는 그림책이 있다. 맥 바넷이 글을 쓰고 존 클라센이 그림을 그린 『애너벨과 신기한 털실』이다. 영어 원제는 『Extra Yarn』 `남는 실' 혹은 `여분의 실' 정도로 해석하면 좋을 듯싶다. 표지의 느낌이 특별한데 그림책 속의 등장인물들이 모두 알록달록한 털실 하나로 이어져 있다. 사람과 동물이 함께, 한 털실로 연결되어있는 그림은 읽지 않아도 따뜻한 이야기일 것이란 걸 알 수 있다.

춥고 작은 마을이 있다. 그곳은 겨울을 지나고 있고 황량하기 그지없는 그곳에 뜨개질을 잘하는 소녀가 살고 있었다. 소녀 애너벨은 어느 날 갖가지 색깔의 털실이 들어있는 상자를 발견한다. 자신의 스웨터를 떠입은 애너벨은 강아지 마스에게도 스웨터를 떠준다. 아직 털실은 남아 있다. 무채색 마을에 알록달록한 털실로 스웨터를 떠입은 애너벨은 친구들에게도 스웨터를 떠준다. 스웨터 때문에 수업 분위기가 엉망이라는 선생님과 엄마 아빠, 펜들턴 부부와 의사 선생님께도 스웨터를 선물하고 크랩트리 아저씨는 한겨울에도 긴 옷을 입지 않아 모자를 떠서 선물한다. 그리고 이제는 나무와 동물, 자동차까지 털실옷을 떠입힌다. 뜨고 또 떠도 떨어지지 않는 털실을 가진 놀라운 아이의 이야기는 여기저기 퍼져 나갔다. 전 세계에서 사람들이 몰려와 마을은 순식간에 관광명소가 된다. 어느 날, 먼 나라 귀족이 찾아와 털실이 있는 상자를 자기에게 팔라고 한다. 그러나 애너벨은 망설임 없이 거절한다. 아무리 많은 돈을 준대도 끄떡도 하지 않는다. 털실 상자가 간절한 귀족은 절도범을 고용해서 상자를 훔쳐온다. 귀족은 줄어들지 않는 털실 상자를 손에 넣었을까. 물론 아니다. 털실 상자는 귀족처럼 자신의 욕망만을 채우는 사람에겐 텅 빈 상자에 불과했다. 귀족은 화가 나서 상자를 바다에 버리고 상자는 흐르고 흘러 다시 에너벨의 손에 돌아오게 된다.

작금의 자본주의 세계는 돈이면 뭐든 해결한다. 돈이 충분하면 사람의 마음을 사기에도 어렵지 않다. 작은 소녀의 자기 긍정은 다른 이도 따듯해졌으면 좋겠다는 소망으로 마을 전체를 아름답게 물들였다. 그리하여 지어진 이타심이 만들어낸 판타지 털실 상자는 타인의 헐벗음을 지나치지 않고 가슴으로 품었다.

계속해서 털실이 술술 나오는 상자는 내가 갖고 있는 것을 나눌 수 있는 재능이나 재물일 것이다. 누가 어떤 마음으로 쓰느냐에 따라 화수분처럼 고갈되지 않은 선물이 되기도 하고 귀족이 열었을 때처럼 아무것도 없는 빈 상자일 수 있다. 즉, 나와 공동체를 바꿀 수 있는 힘은 밖의 어떤 힘이 아니라 나로부터 시작됨을 깨닫게 된다. 나는 자주 소유와 존재 사이에서 종종 갈등한다. 애너벨을 닮아 우리 모두 경자년 새해에는 선한 영향력으로 아름다움을 뜨개질하는 해가 되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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