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의 정체성, 중원문화를 되새기며
충북의 정체성, 중원문화를 되새기며
  • 김도연 충북도문화재연구원 중원학연구팀장
  • 승인 2020.01.21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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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즈 포럼
김도연 충북도문화재연구원 중원학연구팀장
김도연 충북도문화재연구원 중원학연구팀장

 

어느 날 아침 출근을 앞두고 뉴스를 보니 국립충주박물관 건립을 추진한다는 반가운 소식을 듣게 되었다. 그래서 잠시 TV 앞에 서서 뉴스를 보니 한반도 유일의 고구려비인 `충주 고구려비'에 이어 박물관 건립 예정지인 `탄금호'의 아름다운 모습이 화면에 비치고, 중원문화의 위상이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도 흘러나왔다.

국립충주박물관 건립이 추진되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중원문화”였다. 중원문화, 중원문화권 등 참 흔히 듣는 말이지만 과연 중원문화에 대해서 정확히 아는 이들은 얼마나 될까? 필자 주변에 있는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그다지 많은 것 같지는 않다. 그래서 아는 이들에게는 조금 식상할 수 있는 이야기지만, 다시 한 번 집어 보려 한다. 우리가 그토록 강조하는 “중원문화”란 과연 무엇일까?

중원문화권은 1980년대 초 정부가 5개의 `고도문화권'을 설정하고 지역 문화를 권역별로 관리하기 시작하면서 등장했다. 여기에는 중원문화권 말고도 신라문화권, 백제문화권, 가야문화권, 제주특수문화권 등이 포함되어 있었다. 그런데 다른 문화권은 고대 국가, 또는 일정한 행정구역을 명칭으로 사용하였지만 특이하게 중원문화권만은 “중원”이란 색다른 명칭을 사용하였다. 중원, 무언가 뚜렷한 이미지가 잘 그려지지 않지만 `중심', `근원'이라는 의미의 한자를 합쳐 놓아 왠지 모를 에너지가 느껴지기도 한다.

그렇다면, 다시 질문으로 돌아가, 과연 중원문화란 무엇일까? 이 질문의 해답을 찾고자 우선 중원의 범위를 알아야 할 것이다. 중원이라는 명칭은 통일신라 경덕왕 때 지금의 충주지역에 해당하는 국원소경을 중원경으로 바꾸면서 처음 등장한다. 그리고 고려 성종 때에는 전국을 10도제로 개편하면서 충주와 청주 일대를 포함한 지역을 중원도로 설정하면서 중원의 범위가 더욱 확장된다. 이렇게 보면 중원의 범위는 작게는 충주 일대, 넓게는 충청북도와 여기에 인접한 강원·경기·경북 일부 지역을 의미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중원문화는 충주를 포함한 충북지역을 중심으로 확인되는 동질의 문화요소를 말하는 것이 된다.

하지만, 중원의 범위를 파악한다 하더라도 중원문화의 실체에 접근하기는 어렵다. 무엇보다 충북지역을 관통하는 동질의 문화 요소가 선뜻 떠오르지 않는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일 것이다. 흔히 중원문화 하면 고구려, 백제, 신라의 영토쟁탈전의 중심이 되는 지역으로 삼국 문화가 고르게 확인되는 것을 특징으로 알고 있다. 언뜻 보면 모든 문화요소가 확인되는 것이 장점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자칫 여기에서 보이는 문화요소를 각국의 중앙문화와 비교할 때 지방 또는 변경문화에 불과하다거나 여러 문화가 단순히 혼재된 정체성이 뚜렷하지 않은 문화권이라고 하는 부정적 인식이 생길 수도 있다.

따라서 중원문화의 연구는 삼국의 문화를 어떻게 융합하여 그 정체성을 보여줄 것인가라는 어려운 과제가 남는다. 이것이 잘 어우러진다면 그 어떤 문화권보다 다양함을 보여줄 수 있는 나름의 경쟁력을 갖게 된다. 아울러 국토의 중심이라는 중원의 사전적 의미처럼 중심이라는 지리적 요소를 잘 드러낼 만한 문화 요소를 찾는 것도 하나의 과제가 될 것이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학계 노력은 물론 충청북도를 비롯한 각 지자체의 노력도 함께 필요할 것이다.

국립충주박물관이 건립된다면 중원문화와 관련된 많은 유물이 국민 앞에 선보일 것이고, 충주를 대표하는 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또한, 중원문화에 대한 연구도 더욱 활발해 질 것으로 생각된다. 앞으로 중원이라는 단어의 의미처럼 충북 지역이 우리나라 문화의 중심이 되기를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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