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복 입은 유권자가 온다
교복 입은 유권자가 온다
  • 연지민 기자
  • 승인 2020.01.20 20: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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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연지민 부국장
연지민 부국장

 

올해부터 만 18세면 누구나 선거에 참여할 수 있다. 지난해 연말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유권자 연령이 19세에서 18세로 낮춰 확정되었다.

OECD 회원국 중 유일하게 19세였던 한국의 투표 연령이 14년 만에 낮춰진 것이다. 민주주의의 꽃인 선거가 다양한 계층을 대변하는 창구가 된다는 점에서 환영할 일이다.

세계 각국이 18세 이하 청소년에게도 선거권을 주는 추세이고 보면 한국의 이번 결정은 늦은 편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 선거제도가 도입된 후 선거연령도 계속 낮아지긴 했지만, 1948년 만 21세에서 2020년 18세로 결정되기까지 70여 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

그동안 선거연령을 낮춰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도 거셌다. 정치권의 이해관계에 따라 논쟁이 있었지만, 당사자인 청소년들도 참정권 확대를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 독립적인 존재로서 동등하게 한 표를 행사할 때 주권자로의 권리와 책무감도 발휘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주의 역사가 선거의 역사라고 할 만큼 선거는 개개인의 소중한 의사표현이자 권한이다. 대통령,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장, 지방의원, 교육감 등등 국가의 미래를 책임지고 운영할 사람을 내 손으로 직접 뽑는다는데 큰 의의가 있다.

선거연령대가 만 18세로 확정되면서 이들의 첫 선거도 코앞으로 다가왔다. 오는 4월 15일 치러질 제21대 국회의원 선거가 주권을 발휘하는 첫 장이 된 셈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총선일 기준으로 만 18세 유권자는 전국에 약 14만명이고, 충북의 유권자는 약 4600여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대부분 고등학생이거나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이들이다.

그러다 보니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학생들에게 선거권이 생기면서 학교가 정치의 장이 될 수 있다는 점, 교사의 발언이 자칫 정치적 문제의 소지가 될 수 있다는 점, 관련 법규의 이해부족으로 선의의 활동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점 등등이 거론되면서 풀어야 할 사안들이 산적해 있다.

그런가 하면 학교와 정당 간의 학칙과 정당법이 정면 어긋나면서 개선의 필요성도 대두되고 있다. 공직선거법 개정으로 만 18세가 되면 선거와 관련한 활동이 가능해진 것과 달리 전국의 많은 학교가 학생들의 정치활동과 정당가입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선거권자는 누구나 정당에 가입할 수 있다는 정당법이 학칙과 전면 대치되고 있는 것이다.

학교 현장에서는 준비 없이 맞은 선거권으로 우왕좌왕하는 모습이다. 교육부가 학생들의 선거권과 관련해 아무런 지침이나 메뉴얼을 내놓지 못하면서 지자체 교육청도 부산하긴 마찬가지다. 선거법안이 국회 통과가 예상되었음에도 두 손 놓고 있던 교육부에 비난의 화살이 날아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는 지난 17일 성명서를 통해 충북도교육청에 학생유권자를 위한 선거교육 매뉴얼을 적극 마련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교육부의 지침만 기다릴 것이 아니라 90여일 남은 총선을 대비해 선거메뉴얼을 만들라는 요구였다. 또 학생 유권자들이 선거법 위반 소지의 발언이나 행동을 인지할 수 있도록 선거법 관련 교육을 진행하고, 청소년들이 준비된 유권자로 투표에 참여할 수 있게 다양한 선거교육을 시행할 것을 주문했다.

이제 교복을 입은 유권자를 투표장에서 만날 일도 머지않았다. 청소년들이 주권자이자 유권자로서 자유롭게 정치에 참여하고, 자신의 삶을 당당하게 결정할 수 있도록 정치 토대를 만들어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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