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주택 전세대출 금지 첫날…얼어붙은 은행 창구
고가주택 전세대출 금지 첫날…얼어붙은 은행 창구
  • 뉴시스 기자
  • 승인 2020.01.20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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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9억원 초과 주택 보유자에 대한 전세대출이 전면 제한된 첫 날인 20일 은행 대출창구는 대체로 한산한 모습이었다. 정부가 이미 대출 규제를 예고한 데다, 본격적인 이사철로 접어든게 아닌 만큼 아직 큰 혼란은 없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12.16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을 내놓은 정부가 집값 상승시 추가 대책을 내놓겠다고 예고한 만큼 은행 대출창구를 찾는 발길은 지속 둔화할 전망이다.



이날 금융권에 따르면 대부분의 은행 영업점은 한산한 분위기였다. 이날부터 9억원을 초과하는 주택 보유자들은 주택금융공사,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이어 서울보증보험(SGI)등 사적 전세대출 보증도 제한받는다. 9억원 넘는 집을 갖고 있으면 전세대출을 아예 받을 수 없게 된 것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전세자금 대출은 통상 2~3주 전에 상담을 받는데, 정책이 예고된 만큼 대부분의 수요자들은 대출을 미리 받은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 전세대출 규제의 경우 사례가 명확하다 보니 고객들의 문의가 많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은행 관계자도 "1주일 전만 해도 관련 문의를 하거나 은행을 찾는 고객들이 많았는데, 오늘은 한산한 편"이라며 "규제가 예고됐기 때문에 큰 동요는 없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날 전세대출을 새로 받으려는 수요자는 거의 없었다는 설명이다.



기존 대출 차주를 중심으로 대출 연장 여부, 보유 주택 가격, 대출 회수 가능성 등에 대한 문의는 잇따른 것으로 나타났다. 9억원 넘는 주택을 보유한 경우 규제 시행일(20일) 이전에 전세대출을 받았다면 만기 때 연장하는게 가능하다. 하지만 전셋집을 옮기기 위해 신규 대출을 받거나, 증액 대출을 받는 것은 불가능하다.



15억원 이하 주택자가 증액없이 전셋집으로 이사하는 경우에는 오는 4월20일까지 한차례에 한해 SGI를 통한 보증 이용이 허용된다. 한 은행 관계자는 "앞으로 각 전세 만기 시점이 돌아올 때마다 대출 연장과 관련한 문의가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세 대출을 받은 뒤 9억원 넘는 집을 사면 전세 대출은 즉각 회수된다. 은행 영업점에서는 이날 주택 매매계약을 위해 전세대출 상담을 받은 고객을 대상으로 '고가주택 매입시 전세자금 대출 취급불가 및 회수' 내용의 안내문을 보내기도 했다.



이번 규제로 전세대출을 받는 차주들은 대출 회수와 관련된 추가 약정서를 체결해야 한다. 은행들은 최장 3개월 단위로 고가 주택 구입 여부 등 규제 준수 여부를 확인하고, 위반 사실이 확인될 경우 대출금을 즉시 회수한다. 규제 위반 사실 적발 이후 2주 내에 대출금을 갚지 못하면 금융권에 연체 정보가 공유돼 연체 이자가 발생하고 대출과 카드 발급이 막힌다. 3개월 내 상환하지 못하면 금융채무불이행자(신용불량자)가 된다.



자녀교육이나 직장 이동, 요양·치료, 부모봉양, 학교폭력 등의 예외 사유가 있을 때 '실거주 목적'으로 전세자금 대출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보유하고 있는 고가 주택이 위치한 시, 군에서 벗어나 전셋집을 얻어야 하고, 서울시나 광역시 내에서의 구(區) 간 이동은 해당이 안 된다.



보증기관 관계자들은 "인사발령문, 자녀의 취학통지서, 의사의 진단서 등 예외 인정 사유에 해당한다는 점을 입증할 수 있는 제출서류가 완비돼 있고, 가족이 보유주택과 전셋집 모두에 실거주한다는 것을 주민등록등본 등으로 입증할 경우 대출이 허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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