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
설날
  • 류충옥 수필가·청주 성화초 행정실장
  • 승인 2020.01.19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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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가는대로 붓 가는대로
류충옥 수필가·청주 성화초 행정실장
류충옥 수필가·청주 성화초 행정실장

 

`까치 까치 설날은 어저께고요. 우리 우리 설날은 오늘이래요. 곱고 고운 댕기도 내가 들이고, 새로 사 온 신발은 내가 신어요.'

1927년 고(故) 윤극영 선생이 작사·작곡한 설날 노래다.

이제 곧 설이다. 설은 음력 정월 초하루로서 양력 1월 1일보다 새해 시작의 의미를 더 두었다. 설 전날인 섣달 그믐은 `까치설'이라고도 하고 `작은 설'이라고도 한다. 지방에 따라 `작은 설'의 작다는 순수 우리말을 사용 `아치설'로 불렀다고 하는데, `아치'를 비슷한 `까치'로 붙여서 까치가 울면 반가운 손님이 온다는 설과 연계하여 새해를 맞는 즐거움을 노래로 만들어준 것 같다.

까치설 풍습 중에는 잠을 자지 않고 밤을 새우는 해지킴(수세·守歲), 빌린 물건 돌려주기와 빌린 돈 갚기가 있다. 먹다 남은 밥은 모두 먹어 없애며, 하던 바느질도 끝내어 해를 넘기지 않았다. 매사를 새해가 오기 전에 마무리 짓는 것이다. 또, 집 안팎을 깨끗이 청소하고 목욕을 함으로써 청결 유지와 건강관리에도 힘썼다. 저녁에는 일가 어른들께 묵은세배를 드렸다. 지난 한 해 무탈하게 지낼 수 있도록 음양으로 도와준 데 대한 감사의 인사다. 지금도 설 전날 잠들면 눈썹이 하얗게 센다는 소리에 억지로 졸음을 참던 어린 시절 기억이 새록새록 하다.

얼마 전 코코(coco)라는 가족 애니메이션을 보았다. 가족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뮤지션이 되고 싶은 소년이 꿈을 이루기 위하여 우여곡절 끝에 `죽은 자들의 세상'에 갔다가 잊힌 고조할아버지의 존재를 되찾고 억울한 누명을 벗겨 드리며 본인의 꿈도 이루는 감동적인 내용이다. 멕시코 영화인데 멕시코에서는 해마다 10월31일부터 11월 2일까지 `죽은 자들의 날'이라고 하여 멕시코 전역의 공원과 건물 그리고 가정에 제단을 차리고 죽은 이들을 기리는 고유의 명절을 지낸다고 한다. 우리나라가 제사를 지낼 때 `지방'이라고 하여 고인에 관한 내용을 적어서 붙여놓는 것처럼 멕시코에서는 사진을 올려놓고 제단 주변에 고인이 밟고 오실 수 있게 노란 마리 골드 꽃을 뿌려놓는다고 한다.

예전부터 우리는 동방예의지국으로 부모와 조상에 대한 예를 지극히 갖추고 제사를 중시하던 민족이다. 그러나 일제의 민족정신 말살 정책의 일환이었던 1896년 을미개혁을 기점으로 공식 설날이 음력 1월 1일에서 양력 1월 1일로 바뀌더니, 공화국 시절엔 신정(양력설)과 구정(음력설)으로 나누어 양력설을 활성화하고자 하였다. 1985년엔 `민속의 날'이라는 이름으로 단 하루만 쉬었으나, 1989년 음력설은 92년 만에 드디어 `설날'이라는 이름을 되찾게 되었는데, 공휴일도 하루에서 사흘로 늘어나며 오늘날과 비슷한 모습이 되었다. 설날은 여러 정치적인 이유로 탄압받아 왔지만, 우리 고유의 세시풍속을 지켜나가고자 했던 국민 덕분에 다시금 원래의 모습을 되찾게 되었다.

요즘엔 명절 연휴에 외국여행을 가거나 가족끼리 단란하게 보내는 가정이 많아졌다. 심지어 명절에 가사노동과 스트레스 때문에 힘든 며느리들이 국민청원에 명절을 없애 달라는 청원을 올린다고 한다. 지금까지의 명절은 어머니들의 희생과 봉사로 다져져 왔지만, 진정한 가족 간의 화목과 화합을 위한 명절이 되려면 가사 업무의 공동 분담 등 가족 간의 협력이 반드시 수반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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