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기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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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영원 HCN충북방송 대표
  • 승인 2020.01.16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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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영원이 본 記者동네
노영원 HCN충북방송 대표
노영원 HCN충북방송 대표

 

#최근 충북도내 TV방송사 기자 중 젊은 기자들이 조손가정 두 곳에 연탄을 전달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TV방송사의 젊은 기자들은 연말을 맞아 모임 회비로 어려운 이웃을 돕자는 데 뜻을 모았고, 직접 연탄까지 배달했다고 합니다.

이 소식을 듣고 24년 전 지방일간지 기자로 괴산을 담당했던 시절의 추억이 떠올랐습니다. 제가 괴산 주재기자로 근무할 당시 기자는 방송과 신문을 합쳐 5명에 불과했습니다.(그때에도 많다고 했지만 요즘 기준으로 보면 적은 것입니다.)

기자들이 적어도 어느 출입처나 패가 갈리는 상황이 많습니다. 그러나 괴산 주재기자로 근무했던 1996년의 경우 5명의 사이가 아주 좋았습니다.

연말이 다가오면서 좌장격인 충주MBC의 A선배가 기자들이 경제적으로 어려운 가정을 동시에 취재해 도와주자는 제의를 했고, 군청 사회복지과에 대상자를 소개시켜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괴산군 사회복지과는 할머니와 단둘이 사는 사리면의 초등학생 B군을 추천했습니다. B군의 집은 군에서 지급하는 보조금으로 생활비는 어느 정도 해결됐지만 살던 집이 문제였습니다.

이에 따라 괴산군을 담당하던 기자들은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집에서 살아가는 할머니와 B군의 사연을 동시에 보도했고, 모금활동과 함께 건설업체의 후원으로 편안한 집이 마련됐습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은 A선배가 방송 보도는 물론 개인적으로 B군을 후원했다는 것입니다.

이 같은 내용은 군청 사회복지과장이 기자실을 찾아와 “괴산의 어려운 어린이를 기자들이 힘을 합쳐서 보도해 준 것도 고마운 상황에서 돈까지 줘 너무 감사하다”고 인사를 건네면서 알게 됐습니다.

벌써 20년이 넘는 세월이 흘러 B군은 성인이 됐겠지만 아직도 구김살 없이 앳된 얼굴이 기억에 남습니다.



#괴산에서 근무했던 기자 5명 중 언론계에 남아있는 사람은 제가 유일합니다. B군을 돕는데 앞장섰던 A선배는 취재부장을 거쳐 퇴직했습니다.

또 다른 C선배는 본인이 재직했던 신문사가 폐간되는 우여곡절 끝에 사회복지 분야로 진로를 바꿨습니다.

C선배는 그 당시에는 흔치 않았던 기자와 경찰 부부로 예의바르고 착한 품성이 돋보였던 기자였습니다.

C선배가 사회복지 분야에서 일한다는 소식을 듣고, 본인의 적성에 맞는 일을 찾은 것 같아 다행스럽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난해 12월 `인천 장발장' 기사가 화제를 모으면서 모처럼 훈훈한 미담이 감동을 줬습니다.

이 기사는 생활고에 시달리던 30대 아버지가 어린 아들과 함께 마트에서 생필품을 훔치다 적발됐지만 마트 주인이 선처를 호소했고, 경찰들은 훈방 조치했다는 사연입니다.

특히 경찰들이 안타까운 마음에 현장에서 적발된 아버지와 아들에게 국밥을 사준 식당에 한 시민이 봉투를 던진 채 사라진 뒤 그 마트에 시민들의 도움의 손길이 잇따르고 있다는 후속 보도가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그 아버지에 대해 부정적인 사실이 알려지면서 오히려 훈방 조치한 경찰에 대해 직무유기 논란까지 제기됐습니다.

이 같은 상황에도 불구하고 기자들이 어려운 사람들을 보도하는 데 위축돼선 안 된다고 봅니다.

열 사람 중 아홉 사람의 사연이 과장되거나 허위라고 해도 절실한 한 사람이라도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면 아름다운 미담 기사는 계속돼야 할 것입니다.

/현대HCN충북방송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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