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면 약, 모르면 독
알면 약, 모르면 독
  • 홍순기 청주시 공동주택과 주무관
  • 승인 2020.01.16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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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홍순기 청주시 공동주택과 주무관
홍순기 청주시 공동주택과 주무관

 

우리 사회의 비혼 인구는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그 원인으로는 출산과 양육부담, 일과 삶의 균형(워라밸)을 중요시하는 문화 확산 등이 있지만 주요한 원인으로 집값, 전월세 등 과도한 주거 비용을 꼽을 수 있다. 집 한 채에 몇억씩 하는 세상이니까 샐러리맨이 내 집 마련하기는 희망고문이 된 지 오래다.

국토연구원의 `2018년도 주거실태조사 최종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일반인들은 집값의 38%를 금융기관의 대출로 충당하고 있으며, 경제적 자립 능력이 부족한 신혼부부나 청년층의 경우 대출금 비율이 45%에 육박해 사실상 국민 상당수는 `은행 집'에 세 들어 사는 신세가 된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마지막 기회', `특별 할인', `신세계가 열린다'…. 홈쇼핑 광고가 아니다. 지역주택조합 조합원을 모집하는 홍보 현수막이다. 길거리에 나서면 흔히 볼 수 있는 문구들이다.

일반 아파트 분양가보다 적은 돈으로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룰 수 있다는 이유로 지역 주택조합에 가입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재건축이나 재개발보다 인허가 규제가 적고 청약통장 필요 없이 새 아파트를 분양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내 집 마련의 또 다른 대안으로 부각되고 있다.

그러나 일반 아파트 분양과 유사해 보이는 것과 달리 자세히 들여다보면 공급 방식이 전혀 다르기 때문에 세심한 주의가 요구된다.

또 지역 주택조합과 관련한 피해 사례가 늘고 있고, 이에 따른 법적 분쟁도 급증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역 주택조합이란 무주택자이거나 주거전용 면적 85㎡ 이하 1채 소유자인 개인들이 조합을 결성해 주택의 건축 및 분양사업을 하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개인들이 다른 사람들과 함께 돈을 모아 땅을 사서 아파트를 짓고, 본인들이 그 아파트를 소유하기도 하고 남는 아파트는 제3자에게 팔기도 하는 동업체이다.

조합 설립 요건은 조합원이 최소 20명 이상, 주택 건설 예정 세대수의 50% 이상 모이면 가능하고 해당 주택 건설 대지의 80% 이상에 해당하는 토지 사용 승낙서가 있어야 한다. 먼저 조합원을 모집해 부지를 매입한 후 원주민 이주 및 철거, 조합 설립 인가, 사업 계획 승인, 착공 등의 순서로 진행된다. 토지 확보가 원활하게 되지 않아 사업이 지연되거나 토지 확보에 실패해 사업이 중단 또는 무산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일반 민영 아파트 청약과 혼동하거나 해당 사업의 성격을 잘 모르는 경우도 많다. 지역 주택조합이 조합원을 모집할 때 이용하는 홍보관이 일반 아파트의 모델하우스와 유사해 일반인들이 오해하기도 하는데, 시행사가 사업 전반에 대한 책임을 지는 일반 아파트와 달리 지역 주택조합은 조합원이 사업 위험을 모두 떠안는 구조이기 때문에 더욱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사업이 지연되거나 좌초되면 사업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는 위험도 있다.

결국 지역주택조합 방식 사업은 사업 지연이나 실패의 책임을 개인들이 떠안아야 하는 구조인 만큼 조합 가입 전에 토지 매입 현황, 가입 요구 주체의 투명성, 입지 여건과 사업성, 자금 관리의 안전성 등을 꼼꼼히 따져본 후 가입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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