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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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기자 수필가
  • 승인 2020.01.16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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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김기자 수필가
김기자 수필가

 

가끔 콧노래를 흥얼거린다. 우울할 때나 즐거울 때, 무슨 의미라도 발견할 때면 나도 모르게 독백처럼 적절한 가사가 한 토막씩 쏟아져 나오기 일쑤이다. 한 소절 한 소절 심정에 닿아서 위로를 주기도 하며 기쁨을 준다. 상황에 따라 이해를 돕기까지 해서 좋다. 누구나 다 그럴 수 있으려니 하며 노래와 함께 젖어든다.

어느 가수의 노랫말처럼 유행가 속에는 우리가 사는 이야기들이 많다. 곁에서 보이듯 여러 갈피의 사연들이 다양하게 표현되고 있다. 어떤 노랫말은 과격하고 어떤 노랫말은 애절한 호소력으로 들려온다. 작곡과 작사가들의 무한한 능력을 마치 체험으로 들려주듯 신비롭기까지 하다. 그래서 노래는 삶을 그림처럼 그려내는 하나의 표현이 아닐까 싶다.

흥에 겨운 노래는 한층 마음을 가볍게 하고 잔잔한 노래는 차분하게 만들어놓는다. 나도 분위기에 따라 애창곡 두어 가지는 지니고 사는 편이다. 미디어가 초특급으로 발전한 시대라지만 최신 유행가는 감히 엄두도 못 낸다. 하지만, 흘러간 노래, 유행하는 음절과 박자가 떠오르면 어떤 방법으로든 배울 수가 있기에 참 편리한 세상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나는 시적인 노래를 좋아한다. 단순한 경우를 들어 소절마다 마음을 움직일 만큼 분위기에 젖어들기 좋아서다. 특히 민감한 날씨의 모습을 떠올리는 노랫말에서는 더 마음이 움직인다. 살아가는 공간 속에서 변화무쌍한 날씨가 있듯이 누군가의 심리상태를 그때그때 어쩌면 그리도 잘 표현해주는지 기가 막힐 정도이다.

우리는 모두 삶의 모양과 속성이 다르다. 그러나 노랫말에 얽힌 사연들만큼은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없을 만큼 비슷비슷한 것들이 많다. 한편, 저마다의 부피에 따라 감당해가는 무게가 다르고 방법이 다르다 해도 노래를 통해 삶을 대변해주니 그만큼 유행가의 정서는 우리와 가까울 수밖에 없다. 그로 인해 위로를 받고 삶에 활력이 된다면 정말 필요한 문화라 생각한다.

수없이 많은 유행가가 세상에 울려 퍼지고 있다. 바로 우리들의 모습도 유행가 가사 속에 흘러서 한곳으로 가는 것과 같은 모양이다. 적절한 표현으로 심금을 두드리는 곡조의 언어이기에 화합하기에도 좋다. 삶의 애환이 쏟아지는 노랫말 하나하나에서 어둠보다는 밝음을 지향하는 정서가 스며 있기에 더욱 대중적이지 싶다.

얼마 전 일이었다. 어느 가수가 애절하게 부르던 노래의 장면이 가슴에서 떠나질 않는다. 삶이 때론 노래가 되고 때론 서글픈 사랑이 된다던 가사 때문이다. 듣고 보이는 음색에서 마음을 빼앗기고 말았다. 호소력 있는 구절들이 돌아볼수록 내 마음을 표현하는 것만 같아서 실감이 났다. 나도 그랬다. 삶을 노래라 여기면 등 뒤의 짐이 가볍다는 느낌을 알았고, 서글픈 노래라고 푸념을 하면 점점 무거워진다는 것을 알았던 순간이 있었다.

노래란 마음의 여유가 있어야 부를 수 있다. 여흥을 위하여서만은 아니다. 한 곡조의 노래에도 그때그때 삶을 정화해주는 효과가 있기에 그렇다. 아픔은 덜해지고 기쁨은 부풀어지게 하는 노래, 유행가를 좋아하는 합당한 이유가 생겨났다고나 할까. 이제 노래는 내게 또 하나의 독서와도 같은 선물로 자리를 잡았다. 표시 없는 즐거움이 묻어난다. 듣고 싶고 배우고 싶은 노래에 빠져 유튜브를 검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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