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권서 잉태·발아된 태평무 … 세계화 위해 매진”
“충청권서 잉태·발아된 태평무 … 세계화 위해 매진”
  • 연지민 기자
  • 승인 2020.01.14 18: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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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무형문화재 태평무(제92호) 보유자 선정 박재희 교수를 만나다
한영숙 춤 사사후 50년간 전승·보급노력 결실
오늘 청주예술의전당서 문화재지정 첫 시연회
책임감 막중 … 인재양성·전통춤 활성화 계획도

 

충북 무용계가 2020년을 맞아 새로운 시작을 알렸다.

박재희 전 청주대학교 교수가 지난달 국가무형문화재 태평무(제92호) 보유자로 선정되면서 지역 무용계가 활기를 찾고 있다. 특히 도내 대학들의 잇따른 무용학과 폐지로 미래 인재양성에도 어려움을 겪는 무용계에서는 박재희 교수를 중심으로 한국무용의 전성기를 충북에서 만든다는 계획이다.

이에 박재희 국가무형문화재 보유자는 지정을 기념하고 축하하는 자리로 15일 오전 11시 청주예술의 전당 대회의실에서 태평무 시연회를 갖는다.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되고 첫 무대를 준비 중인 그를 만나 태평무와 예술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 춤으로 외길 인생을 걸어오셨고, 이번에 국가무형문화재에 선정되셨다. 감회가 남다르실 것 같은데 소회를 들려주신다면.

◆제가 한영숙 선생님의 태평무를 처음으로 본 것이 이화여대 재학 시절이던 1971년도였다. 그 독특하고 다양한 장단과 섬세한 발 디딤, 절제되고 단아한 춤사위에 반해서 대학을 졸업한 다음 해인 1973년도에 태평무를 사사하고, 그 춤이 좋아 오늘날까지 약 50여년에 걸쳐 그 춤의 맥을 지키며 전승 보급에 노력해왔다.

아시다시피 태평무는 한영숙류와 강선영류로 이원화되어 발전하여 왔는데 1988년 강선영류가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되었고, 한영숙 선생께서는 너무 일찍 작고(1989년)하셨고, 그 바람에 한영숙류 태평무는 거의 소멸할 위기에 처하게 되었었다. 그것을 1990년부터 공연과 전국강습회를 행하였고, 2000년부터는 더욱 적극적으로 병행하면서 한국전통춤으로서의 한영숙류 태평무에 대하여 관심을 불러일으키며, 무형문화유산으로써 지역적 확산을 도모하면서 오늘에 이르게 되었다. 그러다 이번에 한영숙류 태평무로 제가 국가무형문화재 보유자로 인정받았으니 그 기쁨과 영광은 이루 헤아릴 수 없다. 많은 분께서 마음을 하나로 모아주신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진심으로 고개 숙여 감사드린다.



- 지역 무용계 뿐만 아니라 지역도 문화자산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큰 성과다. 국가무형문화재 지정의 의미와 춤에 대한 보유자로의 책임감도 클 것 같은데.

◆어깨가 무거운 것도 사실이다. 그것은 지금이 무용분야 인간문화재 1세대에서 2세대로 넘어오는 전환기로써 시대적 소명이 크게 부각되는 시점이고, 한영숙류 태평무의 1대 보유자로서 어떻게 이것을 올곧게 전승 보급시켜 나갈 것인가에 대한 생각이 어깨를 더욱 누르는 것 같다. 그러나 항상 관심과 격려로 힘을 주시는 선후배 동료들, 동고동락하는 제자들, 그리고 말없이 응원해 주시는 우리 지역민들이 계시기에 잘 헤쳐나갈 수 있으리라는 용기를 가져 본다.



- 태평무는 어떤 춤인지 소개해 주신다면.

◆한영숙류 태평무는 한국 전통춤의 뿌리 한성준 선생이 1930년대에 나라의 독립과 국태민안(國泰民安)을 염원하여 창안한 춤을 한국 전통춤의 대모 한영숙 선생이 자신의 예술적인 감각으로 그 춤의 형식을 더욱 가다듬었고, 현재에는 그 전통성을 잃지 않고 미학적 발전을 거듭하여 예술적 품격을 더욱 높여 온 춤이다.

특히 이 춤은 절제미와 여백의 미를 강조하는 궁중무용의 미적 요소와 흥과 신명의 민속무용의 미적 형식을 잘 녹여내어 품격과 격조가 한층 격상되는, 예술무용으로서의 형식을 완벽하게 갖춘 전통춤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우리의 삶에 대한 적극적 의지와 풍부한 예술성을 간직한 한영숙류 태평무가 국가무형문화재로 인정됨으로써 우리 민족의 자긍심을 일깨워 주고 전통춤의 다양성과 활성화, 그리고 격조 높은 전통춤의 발전에 크게 기여 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 춤도 다양화되고 있다. 하지만 전통춤은 또 다른 의미에서 보존의 가치가 있다. 전통춤에 대한 생각은 어떠신지.

◆전통춤은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거울이다. 그래서 전통춤은 `추는 것'이 아니라 `추어지는 것'이란 생각을 한다. 인위적이 아니라 마음에서 저절로 우러나오는 것이기에 진실하고 좋은 춤을 추려면 먼저 자기 자신의 몸과 마음을 가다듬어야 한다. 그리고 그 마음이 자연의 모습을 닮아가며 자신을 비워 무아의 경지에 다다를 때, 그때 추어지는 춤이 바로 우리 전통춤의 정점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 지역무용계도 활기를 찾을 것으로 기대가 높다. 앞으로 어떤 활동을 계획하고 있는지.

◆우선은 보유자의 가장 주요한 임무인 태평무의 전승과 보급에 힘을 쏟아야 할 것이다. 태평무를 올곧게 전승시키기 위해서는 우수한 실력을 갖춘 전수자들을 배출할 수 있도록 실기면에서 뿐만 아니라 이론과 교양도 강화할 수 있는 전수 체계를 확립해 나갈 것이다.

보급을 위해서는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공연이나 전국강습회 등을 지속적으로 해나갈 것이며, 앞으로는 충청권에서 잉태되고 발아된 태평무를 우리 충북 청주를 중심으로 하여 전국으로, 더 나아가 세계로 태평무의 아름다움과 품격을 널리 알리고, 많은 사람이 태평무를 향유하고 즐기며, 소통할 방안을 모색하려고 한다. 단순히 행사 위주의 형식적인 일이 아니라 민족의 자긍심을 고취시키고 문화예술의 폭을 넓혀주며 우리 지역 무용인들의 발전에도 많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일이라 생각한다.

/연지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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