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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05.03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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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정보공개법 제정과 고교 등급제
김 주 환 <논설위원·극동정보대 행정학 교수>

지난 4월 30일 국회에서는 '교육관련 기관의 정보 공개에 관한 특례법(교육정보공개법)'이 제정되었다.

동법에는 초중고교의 15개 항목, 대학의 13개 항목에 대해 내년 5월 이후 년 1회 관련 정보를 홈페이지 등을 통해 공시함은 물론 상급 감독관청에 제출할 것을 의무화하고 있다.

이에 앞서 28일에는 오랜 논란이 있던 대입수학능력시험(수능)점수와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자료에 대한 공개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항소심 판결이 나왔다.

이 두 사건으로 인해, 현 교육정책의 근간인 '교육 3불(不) 정책' 중의 하나인 고교 등급제 금지가 뿌리째 흔들리게 되었다. 이는 결과적으로 고교 평준화의 근본적 수정을 요하는 일대 사건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3불 정책을 고집스레 추진하던 현 정부와 관련 단체에 있어서는 뼈아픈 패배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이와 관련한 교육정책의 일대 전환이 불가피함은 불문가지(不問可知)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사실 정부와 일부 단체가 고교등급제를 반대하는 논리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소위 'SKY'을 정점으로 한 대학의 서열화 그리고 외고입시의 TOFEL논란과 초등학교까지 열풍인 선행학습 등에서 보듯이 우리 교육 현실은 심각하게 뒤틀려 있는 것이 사실이다.

왜곡된 우리 교육을 바로잡고자 하는 이들의 노력이 실패하였다 하여 그 정신까지 비판받아서는 아니된다.

그러나 이 시점에서 되짚어 보아야 할 것이 있다.

고교등급제의 금지논리에 있어서 목표와 수단이 뒤바뀌는 '목표의 대치'는 없었는지 그리고 현실에 안주하고자 하는 '수구기득권적 논리'가 숨어있지는 않은지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먼저 교육정상화는 궁극적 목표이며, 고교등급제 금지는 이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은 후자를 유지하기 위해 전자를 이용한 측면이 있다.

항소심 판결문에서는 "과도한 입시경쟁, 공교육 파행, 사교육 의존 등을 개선하고 교육을 정상화"하기 위해 관련 자료의 공개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재판부는 고교의 서열화 자체가 교육정상화를 위한 중요한 수단이 될 수도 있음을 밝히고 있는 것이다.

생각해 보면, 뒤처지는 고교에 대해 분발을 유도하고, 이들에 대한 지원확대를 통해 교육여건을 개선하고자 하는 노력도 필요한 것이 아닌가 한다.

다음으로 이제까지 우리 교육은 철저히 공급자 중심의 논리에 의해 이루어져왔다. '교육의 특수성()'이라는 미명하에 공급자의 논리만이 있을 뿐, 정작 수요자인 학부모와 학생은 철저히() 정보가 차단된 상태에서 선택이 강요된 것이 사실이다.

단편적이고 부정확한 정보에 의한 선택으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과 학부모의 몫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 특수성이라는 것이 수요자 입장에서 보면, 공급자 편리의 교묘한 언어유희에 불과 할 수 있다.

정보의 차단을 통해, 변화의 요구를 거부한다면 이는 비난받아 마땅하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라는 말이 있다. 이제 고교등급제 금지의 근본적인 수술을 피할 수 없게 되었다.

이 시점에서 교육정보공개법이 공개되는 내년 5월 이후, 어떤 새로운 방법을 통해 교육정상화라는 궁극적인 목표를 달성할 것인가를 고민하여야 한다.

투명성은 민주주의의 중요한 덕목이다. 교육관련 정보의 공개가 교육의 민주화를 진일보시킬 수 있음을 믿어 의심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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