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시대, 편리함 뒤의 두려움
정보시대, 편리함 뒤의 두려움
  • 연지민 기자
  • 승인 2020.01.13 20: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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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연지민 부국장
연지민 부국장

 

지난주 갑자기 휴대전화가 고장 났다. 2년 넘게 사용한 휴대전화이라 고장 날 때도 되었다지만, 예고 없이 고장 나면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전화번호라고는 가족 3명의 번호밖에 모르니 당장의 약속도 취소할 수 없는 지경이 되었다. 연락처는 물론이고 은행, 일정표, 사진, 쇼핑몰, 간단한 글 등이 휴대전화 속에 다 있었기에 머릿속이 백지처럼 하얘졌다.

서비스센터에 가니 본체가 나가서 복구할 수 없다고 했다. 핸드폰 자체의 자료 복구는 안 되고 구글이나 다음, 네이버 등 포털 사이트의 클라우드와 연동했을 경우만 백업할 수 있다고 했다. 다행히 클라우드와 연동해 놓은 자료를 복구해 새 핸드폰에 옮겨놓을 수 있었다. 클라우드의 기능이 유용했던 셈이다.

그런데 지난 주말 내내 핫 이슈 중 하나가 클라우드였다. 배우 J씨가 휴대전화 해킹으로 18금이 넘는 수준의 문자와 사진이 공개되었고, 이러한 정보유출의 진원지가 클라우드 서비스라는 분석이 나왔기 때문이다. 즉, 휴대전화기에 있는 전화번호부 목록, 캘린더 일정, 메신저 내용을 클라우드와 연계해 자동으로 백업해 놓으면서 정보가 유출되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문제는 대부분 사람은 클라우드와 연동 돼 있다는 거 자체를 모르는 경우가 많고, 연동해 있어도 어떤 정보까지 올라가는지 관심을 두지 않아 해커가 맘만 먹으면 언제든 범죄의 대상이 된다는 점이다.

배우 J씨가 사용한 전화기 회사도 공지를 통해 사용자의 계정이 외부에 유출된 후 도용되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견해를 내놓으면서 클라우드가 해커들의 표적이 되고 있음을 우회적으로 밝혔다. J씨는 사생활 침해와 협박으로 해커에 대한 강경 대응을 예고했지만 낱낱이 공개된 문자와 사진으로 배우로의 활동은 순탄치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처럼 클라우드의 문제점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면서 해킹방지를 위한 방법도 항간에 회자되고 있다. 본인만의 규칙을 만들어 사이트마다 비밀번호를 바꾸고, 이중으로 인증하고, 스마트폰 OS와 앱을 최신 버전으로 업데이트하기 등을 권하고 있다.

편리의 이면에 놓인 그림자가 두려움으로 교차하면서 정보 과잉시대에 대한 경각심이나 책무도 각자의 몫이 되고 있다. 우리 사회가 정보시대의 편리함 뒤에 숨어 있는 두려움을 애써 회피하는 것 아닌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이다.

인터넷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21세기 광활한 신세계다. 인터넷을 통해 누구나 가상세계를 넘나들며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다. 유목의 오랜 인류의 DNA가 인터넷 세상에서 구현되면서 쇼핑도, 게임도, 공부도, 친구도 가상현실에서 만나고 즐긴다.

그러나 인터넷이 일상화되면서 정보는 권력이 된 지 오래다. 정보가 돈이 되고, 정보가 권력이 되면서 통제 가능한 세상이 도래하고 있다. 더구나 가상의 인터넷 공간에는 음란물이 범람하고, 익명성을 이용한 폭력과 테러가 무차별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가상이란 복면을 이용해 범죄 사이트를 운영하기도 하고, 가짜가 진짜로 둔갑해 목소리를 높이는 세상이 되고 있다. 신(神)의 시대에서 데이터가 신(神)이 되는 시대가 될 것이라는 인문학자들의 경고가 현실로 나타나는 것이다.

빛의 강렬한 만큼 그림자도 짙어질 수밖에 없다. 급변하는 현실을 거부할 수 없는 상황에서 정보시대의 파도를 넘어야 하는 것도 현대인들의 과제가 되었다. 편리함이 무기가 되어 부메랑으로 돌아오는 시대에 맞서 불편해도 조금 더디게 걸어가는 삶의 거리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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