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년생 김지영
82년생 김지영
  • 오승교 진천교육도서관 사서
  • 승인 2020.01.13 20:2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서가 말하는 행복한 책읽기
오승교 진천교육도서관 사서
오승교 진천교육도서관 사서

 

젠더 갈등, 페미니스트 등의 문제가 최근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소설은 영화로도 제작돼 주목을 받았다.

도서 `82년생 김지영'(조남주 저)은 제목부터 소설의 의미를 대변해준다. 82년생 중 가장 많은 여자 이름이 김지영이라고 한다. 가장 흔한 이름을 통해 평범한 사람의 이야기라는 내용을 보여주고 있다. 소설의 배경은 특별하지 않은 일상의 이야기이다. 그렇지만 평범함 속에 우리가 놓치고 있던 잘못된 가치관과 인식을 꼬집어 주었다. 심지어 배려라고 생각했던 부분들조차 무지에서 나오는 무례였던 경우도 적지 않다.

“지금의 젊음도, 건강도, 직장, 동료, 친구 같은 사회적 네트워크도, 계획도, 미래도 다 잃을지 몰라. 그래서 자꾸 잃는 걸 생각하게 돼. 오빠는 뭘 잃게 돼?” 남편 정대현과 가족계획에 대해 상의하면서 김지영이 남편에게 하는 말이다. 남편이 잃는 것은 귀가 시간에 더 신경 써야 하고 친구들과의 자리가 줄어들고, 여자에 비하면 단순한 것들이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갖는 것이 당연하게만 여겨졌던 부분인데 당연함 속에서 한 여자의 인생은 망각되고 새로운 생명의 인생에만 초점이 맞춰줘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육아와 살림 문제도 마찬가지다.

정대현의 무의식 속에도 육아와 살림은 여자가 우선이라는 가치관이 남아있다는 점을 보여 주었다. 나 역시도 남편의 잘못된 점을 전혀 인식하지 못했다.

“그 커피 1500원이었어. 내 남편이 번 돈으로 내가 뭘 사든 그건 우리 가족 일이잖아. 내가 오빠 돈을 훔친 것도 아니잖아. 죽을 만큼 아프면서 아이를 낳았고, 내 생활도, 일도, 꿈도, 내 인생, 나 자신을 전부 포기하고 아이를 키웠어. 그랬더니 벌레가 됐어. 난 이제 어떻게 해야 돼?”

무의식적으로 그런 생각을 했었다. 대낮에 커피숍에서 젊은 엄마들끼리 수다 떠는 모습을 볼 때 나 역시 그렇게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좋겠다. 대낮에 저렇게 여유 있게 쉴 수 있어서”. 그 여유를 즐기기 위해 수 많은 과정을 겪고 나왔으리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소설 속 김지영은 애를 낳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정신병을 앓게 된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순간씩 다른 사람이 몸으로 빙의해 말을 한다. 지금의 속마음을 빙의라는 정신병을 통해 통쾌하게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명절 때의 일이다. 김지영도 내내 일을 하고 친정으로 가야 할 시간이었다. 시댁에 시누이가 오고 친정을 가지 못하고 계속 일만 하게 되었다. 그때 친정어머니가 빙의 된 김지영이 말한다 “사돈어른, 외람되지만 제가 한 말씀 올릴게요. 그 집만 가족인가요? 저희도 가족이에요. 저희 집 삼 남매도 명절 아니면 다 같이 얼굴 볼 시간 없어요. 요즘 젊은 애들 사는 게 다 그렇죠. 그 댁 따님이 집에 오면 저희 딸은 저희 집으로 보내주셔야죠.” 대한민국 모든 며느리들이 마음에 품은 말일 것이다.

책을 읽는 내내 반성했다. 잘못된 내 가치관들이 관습으로 인해 인식하지 못했던 부분들을 많이 깨달았다. 한편으론 김지영의 어머니처럼 우리의 어머니들에 대해 생각도 하게 됐다. 여자라는 이유로 학업도, 직장에서의 승진도 포기해야 했고, 가정에서는 엄마이기에 모든 것을 전부 해내야 했다. 서두에 밝혔듯 소설이 페미니스트냐, 아니냐, 남자냐, 여자냐를 가르는 도구가 될 필요가 없다. 그 가운데서 우리가 몰랐던 문제를 알려주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정하고 공평한 사회적 시스템 마련을 위해 모두가 노력하면 된다. 마지막으로 82년생 김지영의 삶도 들여다봤으니 82년생 김영수의 삶도 엿볼 수 있는 소설이 출간되길 바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