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저편은 불꽃... 이편은 비
지구 저편은 불꽃... 이편은 비
  • 전영순 칼럼니스트
  • 승인 2020.01.09 19:1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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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논단
전영순 칼럼니스트
전영순 칼럼니스트

 

이란에서는 미사일이 호주에서는 산불로 난리가 나도 우리의 땅에는 연일 비가 내렸다. 하루도 바람 잘 날 없는 지구촌, 한 치 앞도 예측할 수 없는 세상, 눈앞이 가시밭이라도 우리는 걸어가야만 한다. 인류의 안녕과 질서를 위해 건립된 신전도, 인간이 믿고 의지하는 신도 어쩌면 현대인에게는 정거장을 지나가는 나그네의 길목이 아닌가 싶다. 인간이 가진 순수성도 신과 함께 19세기 니체 시대에 사라졌나 보다. 어디서 무슨 일이 일어나든 우리의 삶은 진행형이다.

침묵으로 가득한 겨울, 며칠 내린 비로 앙상한 가지에 매달린 퍼석한 잎들이 젖었다. 한때 다정히 속삭였던 잎들이 사라진 지 여러 날, 남은 잎들이 서로 의지하며 겨울 이야기를 한다. 가을에 떠난 잎들은 겨울 이야기를 할 수 없다. 묵언으로 보여주기를 하는 자연은 우리의 교과서이다. 하늘이 창조한 빛과 어둠, 구름과 바람, 비를 동반한 천둥소리로 지상의 생명체들은 유무 상생한다. 하늘은 무한의 시공간에 새 역사를 쓰기 위해 가랑거리는 잎새에 생명을 불어넣고 있다. 반면 지구촌은 인간의 욕망으로 21세기 깜찍한 소설을 쓰려고 한다.

이란과 미국의 관계로 긴장이 돌고 있는 지구촌 저편과 아직도 남북이 가로막혀 몸살을 앓고 있는 한반도, 총선을 앞두고 술렁거리는 정세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우리는 건재하다. 인류의 역사가 인간의 욕망으로 인해 전쟁으로 시작해 전쟁으로 끝난다 해도 누군가가 살아 새역사를 만들어갈 것이다. 소멸했다가도 재생하는 생물체는 참으로 기이한 존재가 아닐 수 없다. 한때 사라졌던 메뚜기가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나 가을 논을 점령하는 것처럼. 거시적으로 볼 때 이란에서 벌어지고 있는 재난이 엄청난 일인데도 불구하고 공간이 가져다주는 거리감으로 우리는 재난을 뉴스로 접할 뿐 체감하지는 않는다. 인터넷 발달로 지구촌의 소식은 쉽게 접하지만, 내가 서 있는 위치가 어디에 있느냐에 따라 상황은 달라진다. 지금 나는 이란 사태를 보면서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눈앞에 닥친 삶이 우선이기 때문이다.

인간의 욕망만이 쑥쑥 자라 권력이 인간을 군림시키려는 세상, 神도 더 이상을 손을 쓸 수 없어 지레 겁을 먹고 사라졌나 보다. 위대한 神도 이 시대 평화를 부르짖기에는 역부족이었나 보다. 얽히고설킨 이해관계로 국내에서도 으르렁거리는 판국이니 누구를 탓할 수 있으라. 선거철이 다가오자 잠잠했던 마을에 후보자들의 선전 벽보와 후보자들이 거리에 나와 손을 흔들며 90도로 인사를 한다. 한철 반짝이는 풍경 앞에 우리는 아무 일도 아닌 듯 지나간다. 머지않아 확성기가 마을 구석구석 울려 퍼질 것이다. 세월에는 당할 자 없다는 말처럼 잘하든 못하든 우리에게 닥친 운명은 피해갈 수 없다. 세상은 시대의 요구로 변화한다. 그 요구는 곧 욕망과 직결된다.

지금 우리에게 닥친 현실은 우리보다 한 세대 앞선 세대가 만들어놓은 세상이다. 우리가 사는 세상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지금 기성세대들은 잘못된 부분이 있다면 답습할 게 아니라 개선해야 한다. 개인이나 단체의 이익을 위해 에너지를 소비할 게 아니라 우리가 학습해온 정의와 평등, 자유와 평화가 무엇인지 깊이 숙지해서 인류를 향해 딱딱한 머리와 차가운 가슴을 열어야 할 때다. 인간은 신이 될 수 없다. 우리의 삶이 영원하다면 아마도 우리의 삶은 달라질 것이다. 삶의 의욕도 열정도 상실한 채 개똥철학으로 배회하는 현대판 디오니소스로 전락할 것이다.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사건과 사고가 눈앞에 닥쳐도 열심히 사는 것은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호모사피엔스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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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2020-01-09 21:31:29
글은 잘읽었습니다 하지만 호주에는 산불이 나지만 우린 연일 비내렸다는 문장이 마치 불난집에 부채질하는것처럼 보여 몇글자남깁니다 지금 호주에서 사람도 동물도 자연도 고통스러워하는데 글쓴이의 정확한의도는모르겠으나 보는이에따라서너흰 수개월 동안 산불때문에 난리지? 우린 계속 한적햐게 비내린다라고 약올리듯 말하는것처럼보입니다. 호주에 가족이 있는 한사람으로써는 호주에 비가 쏟아지듯 내려 하루빨리 산불이 진압해 모두 무사하길 바라는 입장에서는 과히 좋은 문장은 아닌듯 싶습니다. 나중에 글을 쓸때 신중하게 쓰셨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