꼰대와 리더
꼰대와 리더
  • 양철기 교육심리 박사·원남초 교장
  • 승인 2020.01.09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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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으로 보는 세상만사
양철기 교육심리 박사·원남초 교장
양철기 교육심리 박사·원남초 교장

 

2019년 영국 BBC 방송은 `오늘의 단어'에 우리말 꼰대(KKONDAE)를 선정해 화제가 됐다. BBC는 꼰대를 `An older person who believes they are always right(and you are always wrong):늘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나이 많은 사람(그리고 상대방은 언제나 틀렸다고 함)'으로 묘사했다. 방송 후 자신의 아빠·시어머니·남편 등이 바로 꼰대라는 수많은 댓글이 이어졌는데, 특이한 것은 한국인뿐 아니라 여러 국적의 누리꾼들이 공감하는 모습을 보였다.

평소 점잖고 배려심이 많으며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추구하는 친구에 대한 뒷담화를 근무하는 직원들로부터 전해 들었다. 그 직원들에 의하면 그 친구는 완전 꼰대였다. 꼰대인 이유인즉 수업이나 업무에 대해 즉각적인 지적(피드백)을 많이 준다는 것이다. 때로는 부정적 감정표현도 있다는 이유에서이다. 그렇다면 그와 자주 만나 삶을 나누는 나 또한 같이 근무하는 직원들에게 꼰대로 통하지 않을까. 차마 대놓고 물어볼 수도 없는 노릇이다.

요즘 혁신적인 기업들은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꿈꾼다. 우리나라 AI(인공지능)산업의 선두주자인 수아랩의 송기영 대표는 수평적인 조직문화의 핵심은 자유가 아니라 자율이라고 말한다. 여기서 수평은 결과의 수평이 아니라 서로 대등하게 의견을 이야기할 수 있는 수평이다. 서로 대등하게 의견을 나누려면 여기에 걸맞은 실력이 있어야 한다는 전제가 따른다. 따라서 자율적으로 일할 수 있고 서로 대등하게 의견을 나눌 인재를 뽑는 것이 회사 발전의 핵심이라고 다음과 같이 말한다.

“사람을 신중하게 뽑는 이유다. 서류, 전화, 기술면접, 프로젝트 과제로 하는 2차 기술 평가, 임원 면접…. 꽤 까다롭다. 단 한 사람이라도 `애매하다'고 판단하면 수아랩의 인재 기준을 넘지 못한 것으로 보고 뽑지 않는다. 믿고 일을 맡기려면 그럴 만한 사람을 뽑아야 한다.”

같이 근무할 동료나 부하직원을 선발할 권한이 없는 대부분의 일반 조직에서는 수평적인 문화로 꼰대 소리 듣지 않으며 성과도 내고 신나게 일 할 수 있을까. 정말 문제가 많은 구성원이 있을 때에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UC버클리 경영대학의 배리 스토(Barry Staw) 연구팀은 농구경기 중 하프타임에 감독과 코치가 선수들에게 하는 말의 정서적 표현 강도에 따라 팀의 후반전 득점 수, 경기 승패 같은 성과에 어떤 영향이 생기는지를 분석했다. 결과는 쉬는 시간에 감독이 부정적인 정서 표현을 한 팀의 성과가 긍정적인 정서표현을 한 팀 성적보다 좋은 결과를 보였다. 이를 두고 스토 교수는 감독의 부정적인 정서 표현이 선수들로 하여금 본인들의 문제점을 빨리 발견하고 개선하도록 만들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리더가 현 상황을 어떻게 판단하고 있는지, 그리고 어떤 감정을 갖고 있는지 선수에게 빠르게 전달하는 것이 성과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감독의 감정표현 강도와 팀 성과 간의 관계가 포물선 패턴을 나타낸다는 것이다. 부정적인 표현의 강도가 적당한 수준에 이르기까지는 팀 성적이 오르지만 어느 시점을 넘어 너무 강해지면 팀 성적이 내려가는 결과가 나타났다.

이 연구는 스포츠팀을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기업이나 학교 같은 조직에서의 직무 수행 상황과는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직원의 직무 평가를 하거나 수시로 피드백을 줘야 하는 리더들도 본인의 부정적 감정 표현이 어느 정도 수준인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적절한 감정표현은 개인과 조직의 성과에 긍정적일 수 있다.

김영민(서울대) 교수에 따르면 칭찬을 칭찬답게 하려면 평소에 충분히 비판적이어야 한다고 한다. 칭찬을 남발하다 보면 칭찬의 의미가 실종된다. 아무거나 다 잘 먹는 사람이 추천하는 무수한 맛 집을 신뢰할 수 없듯이 칭찬을 남발하는 리더의 평가는 신뢰할 수 없다.

그 친구는 꼰대가 아니다. 부하직원의 성장과 학교에 애정이 있는 약간 엄격한 리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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