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문학적'은 얼마나 큰 수를 의미할까?
`천문학적'은 얼마나 큰 수를 의미할까?
  • 한강식 보은중 교사
  • 승인 2020.01.08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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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별(星)이야기
한강식 보은중 교사
한강식 보은중 교사

 

예상을 뛰어넘는 많은 수나 양을 표현할 때 `천문학적(Astronomical)'이라는 관형사를 사용한다. 천문학 연구는 광활한 시공간을 대상으로 하므로 일상생활에서 접하기 어려운 큰 숫자들을 많이 다루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실제로 천문학에서 살펴볼 수 있는 천문학적 숫자들은 얼마나 큰 값을 가지고 있을까?

천문학적 길이의 기본 단위는 AU이다. 1AU는 태양과 지구 사이의 거리로 약 1억 5천만㎞ 정도이다. 보통 태양계 안에 있는 태양계 구성원들의 거리를 표현할 때 사용한다. 이보다 먼 거리는 광년(LY)을 사용한다. 1광년은 진공상태에서 빛이 1년 동안 이동한 거리로 약 9조 5천억㎞와 같다. 시속 100㎞로 달리는 자동차로는 약 10,800,000년 정도 달려야 도착할 수 있는 거리이다.

여름철에 잘 보이는 방패자리 근처에는 현재까지 가장 큰 별로 알려진 UY Sct라는 별이 있다. 이 별의 지름은 약 23억㎞로 태양의 1700배 정도이다. 만일 이 별을 태양계 중심에 놓는다면 수성~목성까지는 별의 내부에 포함되고, 토성은 간신히 별 내부에 들어가는 것을 피할 수 있다. 태양은 약 49억 개, 지구는 약 636조 개를 담을 수 있는 크기이다.

우리가 밤하늘에서 맨눈으로 볼 수 있는 별들은 대부분 은하 안에 포함돼 있다. 은하 밖에 있는 별은 너무 멀기 때문에 맨눈으로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 은하의 지름은 약 10만 광년이며, 태양계는 은하 중심부로부터 3만 광년 떨어져 있다. 태양계와 가장 가까이 있는 별은 센타우루스 자리의 프록시마라는 별로 4.25광년 떨어져 있다. 태양계를 벗어난 최초의 위성인 보이저 1호는 시속 약 60000㎞로 비행하고 있는데, 이 속도로 지구를 출발한다면 약 1800년 정도 뒤에 프록시마에 도달할 수 있다.

이제 우리 은하를 벗어나 보자. 우리 은하와 가장 가까운 외부 은하는 안드로메다이다. 태양계로부터 약 250만 광년 떨어져 있다. 가장 큰 은하로 알려진 IC1101은 지름의 크기가 6백만 광년으로, 우리 은하보다 지름은 60배, 질량은 2000배 이상 크다. 우리 은하로부터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은하들은 현재까지 대략 134억 광년 거리에서 발견되고 있다.

우주의 나이와 크기에 대해서 이야기해보자. 과학자들이 제시하고 있는 우주의 나이는 약 138억년이다. 우주의 크기는 복잡한데, 현재 관측 가능한 범위를 우주의 크기라고 한정한다면 반지름이 약 465억 광년인 구 형태로 생각할 수 있다. 실제로는 그 너머에도 우주가 존재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우리에게 도달하는 정보가 없으므로 그 크기를 정확히 가늠하기 어렵다.

눈썰미가 있는 학생들은 이런 질문을 한다. “빛보다 빠른 것은 없으므로 우주의 나이가 138억년이라면 관측 가능한 우주의 크기도 138억 광년이어야 하지 않을까?” 과학자들은 우주 탄생 초기에는 공간의 팽창 속도가 빛의 속도보다 더 빠른 인플레이션 현상이 있었다고 본다. 이로 인해 관측 가능한 우주의 크기(465억 광년)는 우주의 나이에 빛의 속도를 곱한 것(138억 광년)보다 큰 값을 가지게 되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현재 관측 가능한 우주의 크기보다 더 멀리서 출발한 빛 정보들도 도착한다. 따라서 관측 가능한 우주의 크기는 점점 늘어나게 된다. 게다가 해를 거듭할수록 더 큰 별, 더 멀리 있는 은하 등 새로운 발견들도 이어지고 있다. 우리는 상상하기 어려운 큰 수에 천문학적이라는 표현을 붙이지만 정작 그 천문학적인 숫자들은 보다 더 큰 수를 향해 진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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