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勢) 과시형’ 출마선언에 대한 단상
‘세(勢) 과시형’ 출마선언에 대한 단상
  • 석재동 기자
  • 승인 2020.01.08 20: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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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석재동 부장
석재동 부장

 

세월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몇 가지가 있다.

그 중 한가지가 선거의 종류를 불문하고 출마선언을 하는 이들의 행태다. 출마자는 유권자나 언론인 등 출마선언 대상은 다르지만 다수의 지지자를 동원해 세(勢)를 과시하는 것으로 첫 출발을 알린다. 대통령선거, 총선, 지방선거는 말할 것도 없이 초등학교 반장선거에서도 이 같은 풍경은 세월이 지나도 변함없는 풍경으로 남아 있다.

요즘 하루가 멀다하고 열리는 도청 브리핑룸에서의 출마기자회견은 선거철이 다가왔구나를 느낄 수 있게 해 주는 `선거의 전령사'와도 같다.

지난해 12월 17일부터 4·15총선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다. 이달 3일부터는 4·15총선과 함께 치러지는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 재·보궐선거 예비후보 등록도 개시됐다.

거대 정당 소속으로 공천가능성이 있거나 높은 인지도를 자랑하는 인사들은 예비후보 등록과 별도로 기자회견도 한다. 청주지역 출마자들은 도내 언론사 정치부 기자들이 모여 있는 충북도청 브리핑룸을 찾는다. 그 외 지역 후보들은 해당 선거구에 포함된 지방자치단체 기자실 또는 브리핑룸에서 출마기자회견을 연다.

출마기자회견 장소는 다르지만, 대부분의 예비후보 등록자들은 붕어빵틀로 찍어낸 듯 다수의 지인이나 지지자들을 동원하는 점이 똑같다. 지지자들은 브리핑룸 단상에 선 예비후보의 뒤에 서서 지지구호를 외치거나 손푯말이나 현수막을 들고 기자회견 분위기를 띄우는 역할을 한다. 흡사 인기 아이돌그룹의 팬클럽 회원처럼 말이다. 청주지역의 경우 보통 20~30명 가량이 동행하지만, 많게는 40~50명까지도 동원된다.

치열한 당내 경선이 예고된 선거구에 출사표를 던지는 예비후보의 기자회견장엔 동원된 이들의 숫자가 현격하게 많다. 다분히 세를 과시하기 위한 동원으로 읽힌다.

이렇다보니 단상을 제외하고 20~30명의 기자가 촘촘히 앉을 수밖에 없도록 배치된 비좁은 브리핑룸은 출마기자회견이 열릴때마다 항상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브리핑룸에 입장하지 못한 이들은 복도에 진을 치고 기자회견이 끝나기를 기다리기 일쑤다.

도청 공무원들 입에서 “세 과시를 하려면 성안길(청주시내 번화가),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공원이나 광장에서 출마기자회견을 하지 왜 비좁은 도청을 찾나”라는 푸념이 나오는 것도 이해가 간다.

상대방보다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해선 상대방보다 많은 노력을 기울이거나 좋은 조건을 많이 가지고 있어야할 때가 많다. 따라하기, 베끼기의 끝과 한계는 분명하다.

기득권을 가진 국회의원에게서 그 자리를 뺏어오려는 정치신인이라면 부단한이라는 말조차 무색할 정도의 모든 것을 다 건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게다가 방식마저 참신하다면 그 효과는 배가될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반대로 기성정치인을 흉내내는 정도의 노력이라면 기득권자가 보기엔 소꿉장난같은 노력에 불과할 뿐이다. 현역 국회의원의 기자회견엔 소속 정당 당원과 지방의원들로 항상 북적인다. 의원은 그들이 애타게 바라는 공천을 줄 수 있는 영향력을 가진 인사이다.

또 출마선언자들은 항변할지 모른다. 지인과 지지자를 동원한게 아니라 그들 스스로 자발적으로 나를 따라 나섰노라고.

세상에서 가장 비싼 밥이 공짜밥이다. 지금 당장은 달콤하지만, 종내엔 적어도 그 밥값만큼, 많게는 수십, 수백배를 내놓아야할 가능성이 높다. 기자회견장을 채워준 이들의 노력이 품앗이가 돼 돌아왔을때 예비후보 당신은 무엇을 내놓을 것인가를 생각해 보라. 아찔하지 아니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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