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에 대한 두 가지 기억
쥐에 대한 두 가지 기억
  • 강석범 진천 이월중 교감
  • 승인 2020.01.08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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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산책
강석범 진천 이월중 교감
강석범 진천 이월중 교감

 

올해 2020년 경자년(庚子年)은 힘이 아주 센 `흰 쥐의 해'라고 합니다. 흰 쥐는 쥐 중에서도 가장 우두머리 쥐이자 매우 지혜로워 사물의 본질을 꿰뚫는 데다가 생존 적응력까지 뛰어나다고도 합니다.

아주 옛날 사람들은 쥐가 사람으로 둔갑해서 사람 행세를 한다고 믿기도 했습니다. 사람과 쥐가 생활에서 그만큼 밀접했다는 의미겠지요. 지금은 쥐가 우리 생활 주변에 거의 보이지 않는 편이지만, 불과 몇십 년 전만 해도 전국적으로 `쥐 잡는 날'이 있을 정도로 사람 사는 주변에 쥐가 상당히 많았습니다.

여러분은 `쥐'라고 하면 어떤 생각이 드나요? 들쥐의 더럽고 징그러운 모습이 먼저 떠오르나요? 아니면 미키마우스처럼 귀여운 캐릭터가 먼저 생각나시나요?

나는 쥐를 떠올리면, 온 가족이 방 한 칸에서 옹기종기 모여 살던 초등학교 시절, 천장에서 쥐 가족이 밤새도록 100미터 달리기를 하듯 우당탕 달려댔던, 그래서 귀를 막고 뒤척이며 잠들지 못했던 그 시절 쥐 소리가 생각납니다. 그때마다 어머니는 시끄럽다며 주무시다 일어나 빗자루로 천장을 툭툭 두들기곤 하셨습니다. 하지만 녀석들은 그때만 잠시 숨 고르기를 할 뿐, 일정 시간이 지나면 또다시 그들만의 운동회를 시작했습니다. 마치 천장에서 바닥에 있는 우리와 신경전을 벌이듯 말입니다. 어머니는 어느 날 누워서도 천장을 두드릴 수 있는, 가늘고 긴 나무로 비장의 무기를 만드셨습니다. 당시로써는 아주 멋진 발상이었고, 덕분에 밤에 주무시다 일어나는 약간의 수고는 덜으셨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녀석들은 달리기가 지치면 잠시 쉬면서 보란 듯이 천장 한가운데에 `오줌'을 대량으로 갈기기도 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그곳이 세계지도 같은 얼룩은 물론, 악취 또한 대단했던 잊지 못할 기억이 있습니다. 정말이지 인간과 두뇌 싸움을 하듯 신경전을 벌였던 것을 보면, 쥐가 영리하고 지혜롭다는 생각이 어느 정도 수긍이 되기도 합니다.

쥐에 대한 이런 특성을 가장 잘 나타낸 애니메이션 만화영화에 대한 기억도 있습니다. 바로 `톰과 제리'인데요, 톰은 청회색 고양이로 쥐 제리를 괴롭히고 못 잡아먹어 안달이지만 항상 제리에게 당하기만 합니다. 제리는 허구한 날 고양이 톰에게 쫓겨 도망 다니면서도 역으로 꾀를 써 오히려 고양이 톰을 괴롭히는, 통쾌한 명장면을 자주 볼 수 있었던 추억의 영화입니다.

비록 애니메이션을 통한 이미지였지만, 대사를 최대한 생략하고 효과적인 음악을 삽입해 직관적으로 영상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한 `톰과 제리'제작 기법은, 빠른 화면 영상과 함께 꾀돌이 쥐가 갖고 있는 본질적 특성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최고의 작품으로 기억됩니다.

언제나 고도의 전략과 재빠른 몸놀림으로 번번이 고양이 톰을 골탕먹이듯, 영특한 생존 능력을 지닌 쥐의 해 경자년!

우리 모두 아무리 어려운 일을 만난다 하더라고 지혜롭고 꿋꿋이 그리고 흔들리지 않는 버팀이 있을 것이란 가득 찬 기대로 새해를 맞이해 보면 어떨까요? 독자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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