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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충청타임즈
  • 승인 2007.05.02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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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애(自己愛)

윤 명 숙 <논설위원·충청대 경영회계학부 부교수>

사람을 가장 기분좋게 만드는 것은 남녀노소 막론하고 특별한 대우를 받고 있다고 느낄 때라고 한다. 우리가 조그만 아이에게 길을 물을 때조차도 반말은 절대 금물이다. 우리는 금방 그 아이의 찌푸린 얼굴과 퉁명한 말씨에서 마음이 상했음을 알 수 있다.

기업에서는 이런 사람의 심리를 이용하여 고객을 '왕'으로, 심지어는 신(神)으로 정의하여 마케팅 활동을 대대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백화점 등 대형 매장의 개·폐점 시간에 가보면 임원을 포함한 전 직원들이 입구나 매장 앞에 서서 90도로 인사한다. 그 앞을 지나가는 고객은 황송하다() 못해 쑥스러울 정도이다. 특히 고소득층을 겨냥한 기업의 VIP 마케팅 전략은 판매 전인 고객접촉 단계에서부터 판매 그리고 판매 이후의 단계에 이르기까지 철저하게 고객에게 특권 의식을 느끼게 해주고자 하는 것이다.

항공사의 경우 퍼스트 클래스석 및 비즈니스석 고객에게는 별도의 공항 라운지를 이용하게 해 주고 탑승에서도 우선권이 주어지며 넓은 좌석, 개인 전용 기내 TV, 특별 기내식 제공 등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이 이코노미석과 차이가 난다. 이런 특별한 대우에 대한 반대급부로 물론 2, 3배 정도의 가격을 지불해야 한다.

이렇게 사람은 타인이 나를 얼마나 배려해 주고 있는가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비싼 대가를 치르면서까지 자기를 알아달라고 또 대접해 달라고 한다. 특별한 사람으로 인정받고 특별한 관심과 사랑을 받는다는 것, 그리고 특별한 대접을 받는다는 것은 분명 우리를 기분좋게 그리고 기쁘게 해 주는 것임에는 틀림없다. 그런데 이렇게 특별한 대접을 받기를 간절히 원하는 우리는 정작 우리 스스로에게는 얼마나 근사하게 대접하고 또 특별한 사랑을 베풀고 있는 것일까.

타인이 나를 인정해 주지 않고 대접해 주지 않는다면 더욱 나 스스로가 나를 격려해 주고 더 많은 관심과 사랑을 보여 주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버지니아공대 사건을 접하면서 자기애(self-love)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절감하면서 이런 생각을 해 보았다. 이민규 심리학 박사는 그의 저서 '끌리는 사람은 1%가 다르다'에서 "자기에게 친절하지 못한 사람은 결코 다른 사람에게도 친절할 수 없다" "다른 사람과 잘 지내고 싶다면 먼저 자신과 친해야 한다"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싶다면,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먼저 배워야 한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리고 자기애가 부족한 사람들의 행동패턴으로 허풍이나 과장, 헐뜯기, 정당화와 변명, 외톨이와 삐지기, 자신의 가치와 상관없는 타인의 요구에 거절 못하는 전천후 천사, 냉소적 태도와 불신을 들고 있다.

사실 우리가 어떤 사람에게 끌리게 될 때 그가 너무도 착하고 아름답고 완벽해서가 아니다. 오히려 그에게서 부족함, 투박함, 그리고 우리의 마음을 울리는 그의 아픈 상처 등 지극히 인간적인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우리가 지니고 있는 단점과 결점, 상처 그리고 우리가 저지르는 실수 등은 우리가 우리 스스로를 따뜻하게 감싸주고 너그럽게 용서해 주며, 또 사랑을 해 주어야 할 인간적인 모습들인 것이다. 한편 우리에게는 나름대로의 기특한 측면 또한 얼마나 많이 있는가.

과거에는 베스트(the best)가 세상을 지배했지만, 오늘과 내일은 '온리 원(only one)'이 지배한다고 한다. 이 세상에는 '나'와 똑같은 사람은 한명도 없다. 욕심부리지 말고 내가 갖고 있는 것에 감사하고, 이것만이라도 제대로 만끽할 수 있는 우리가 되어 보자. 그리고 때때로 스스로에게 칭찬도 해 주고 후하게 상도 주고 격려도 아끼지 않는 넉넉한 마음을 갖도록 해 보자. 노란 유채꽃과 눈부신 초록이 펼치는 봄의 향연에 초대받은 우리는 너무도 근사하고 멋지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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