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간지의 첫 번째 주자, 쥐띠 해를 맞아
12간지의 첫 번째 주자, 쥐띠 해를 맞아
  • 윤나영 충북도문화재연구원 문화재활용실장
  • 승인 2020.01.07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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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즈 포럼
윤나영 충북도문화재연구원 문화재활용실장
윤나영 충북도문화재연구원 문화재활용실장

 

2020년 경자년, 쥐띠 해가 밝았다. 12간지가 돌고 돌아 다시 첫 번째 주자인 쥐에게로 배턴이 돌아왔다. 12간지 중 첫 번째에 위치한 “쥐(子)”는 방위로는 정북쪽을, 시간으로는 밤 11시에서 새벽 1시를 지키는 시간과 공간의 수호신이다. 사방을 지키는 열두 동물 수호신의 개념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동서양을 막론하고 널리 퍼져 있지만 그 중 첫 번째로 쥐가 등장하는 나라는 한·중·일 삼국뿐이다. 왜 동아시아 지역에서는 호랑이, 용과 같이 강하고 멋진 동물을 제치고 가장 작고 보잘것없는 쥐가 12간지의 첫 번째에 등장하는 것일까?

쥐가 첫 번째로 오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몰래 소의 등을 타고 천신의 잔치에 가장 먼저 도착했다는 설화가 가장 널리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 이야기 말고 또 다른 재미있는 이야기도 있다. 일찍이 선조 대왕이 신하들과 경연을 하고 있을 때 쥐 한 마리가 어전을 지나가는 것을 보고, `쥐란 동물은 못생기고, 사람에게 해를 끼치는 것이 많은데 어째서 십이간지 중 첫 번째에 오는가?'라고 물었다. 이에 한 신하가 답하길, “쥐는 앞 발가락이 넷이고, 뒷발가락은 다섯입니다. 숫자 중 짝수는 음에 속하고 홀수는 양에 속하는데, 쥐처럼 음과 양을 한몸에 가지고 있는 동물은 없습니다. 그래서 하루가 끝나고 시작되는 시간에 쥐를 두어 음과 양을 연결시키는 역할을 하게 하였습니다.”라고 답하였다고 한다.

이처럼 쥐가 십이지에 첫 번째로 오게 된 이유에 대하여 여러 설이 있다. 그 중 어떤 것이 맞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이런 이야기들을 듣다 보면 옛 사람에게 쥐란 가장 이른 시간 가장 빠르게 움직이는 부지런한 동물로 비춰졌던 것 같다. 사실 지금 우리에게 쥐는 그다지 좋은 이미지는 아니다. 제 잇속만 챙기는 약삭빠른 동물, 왜소하거나 빈궁함의 대명사. 혹은 곳간을 축내거나 병을 옮기는 대상으로 취급되기도 한다. 하지만 과거 우리 선조들에게 쥐는 그저 부정적인 동물만은 아니었다. 근면함과 재빠름의 상징이자 혹은 풍요기원과 다산(多産)의 상징으로 여겨지기도 했던 것이다.

그 일례로 정월이 되면 쥐와 관련된 많은 민속행사들이 이어진다. 새해가 밝고 돌아오는 첫 번째 쥐의 날, 상자일(上子日)이 되면 농부들은 들에 나가 논과 밭두렁을 태우며 쥐불을 놓았고, 궁중에서는 비단주머니에 오곡을 태워 담아서 신하들에게 나누어주며 한해 농사의 풍년을 빌었다. 또한 정월 대보름에는 쥐불놀이를 하며 풍년을 기원하였으며, 설날 윷점을 쳐서 `쥐가 창고로 들어가는 괘'가 나오면 한해가 길하다고 하였다. 모두 한해의 풍요를 기원하는 행사들이다. 뿐만 아니라 쥐를 뜻하는 `자(子)'자와 `번식할 자, 번성할 자(滋)'의 음이 같아, 번영과 풍요를 상징하고, 그래서 쥐해에 태어난 사람은 먹을 복과 함께 좋은 운을 타고 태어난다고 하였다.

2020년 새해가 밝았다. 쥐가 지닌 양면성처럼 이 한 해의 의미가 어떻게 다가갈지는 알 수 없으나 부디 이 글을 읽는 모든 독자들께는 풍요와 번영을 물고 오는 근면하고 성실한 쥐처럼 풍성하고 풍성한 한 해가 되길 기원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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